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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CE (2disc) - O.S.T 포함 + 오리지널필름컷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페넬로페 크루즈 외 출연 / AltoDVD (알토미디어)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본다 본다 해놓고 게으름을 피우다 극장에서 내려가버린 영화의 DVD를 감독 이름 하나만 믿고 사버렸다.  스페셜 에디션이라는 것도 유혹 중 하나였고;

'여자들만의 영화' '페넬로프 크루즈가 주연상을 탄 영화' 쯤이라고만 알고 봤는데, 왠걸 너무 깊이 감동해버리고 말았다. 무능한 남편과 사춘기 딸의 뒤치닥꺼리나 하고 사는 억척어멈 라이문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혼자서만 삶을 헤쳐가야 했던 그녀는  자신과 똑같은 고통을 딸이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딸의 죄를 뒤짚어쓰고, 어떻게든 살아갈 방도를 찾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그렇게 힘든 짐짝을 등에 지고 한 걸음 한 걸음 위태위태 걸어가던 그녀가 오래 전, 딸을 낳은 후 한 번도 부르지 않았던,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를 부른다.

페넬로페 크루즈가 기타 반주에 맞춰 <귀향>을 부르는 모습을 정말이지 명장면이다. 그리고 딸이 구성지게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저 멀리 자동차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훔쳐보는 엄마... 나중에 둘은 재회하고, 서로의 상처를 깊이 이해하고 비로소 용서하게 된다. 다시 찾은 엄마를 다시 못 보게 될까 쫓아온 딸이 엄마에게 말하는 장면으로 이 영화는 끝이 난다. "그동안 내가 엄마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나이가 들수록 엄마와 나를 생각하게 된다. 엄마의 삶은 무엇이었을까... 엄마가 나 때문에, 혹은 생에서 받은 상처를 무엇일까... <귀향>은 엄마와 딸이 함께 보면 정말 좋을 영화다. 사실 누가 봐도 좋을 영화이긴 하지만, 여자들은 꼭 봤으면 좋겠다. 말로는 표현 못 할, 뱃속의 묵직한 질량이 느껴질 것이다. 내가 표현하지 못하는 이 '무엇'은 이 영화 안에 담겨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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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 가기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를 읽다가 덮은 이유는 감정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사랑을 낱낱이 해부하고 토를 다는 작가의 피곤한 행태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게 수없이 사랑에 고민하고, 투닥투닥 싸우고 힘들어하는 이들에게는 꽤나 명쾌한 해답 같은 책이었던 것 같다. 나는...? 유감스럽게도 나는 섬세한 고민을 하기에는 너무 단순한 인간이라 별로였다지;

그리고 한동안 알랭 드 보통을 멀리했다. 그 사이에도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제목 참 잘 지었다. 거의 사기행각에 가까운 제목이 아니던가.) <우리는 사랑일까>를 거쳐왔지만 여전히 시큰둥... 그러다가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손에 들어온 지 꽤 된 후에야 어디를 가는 길에 펼쳐들었는데, 사랑에 관한 에세이가 아닌 다른 이야기를 할 때의 드 보통을 발견해서일까,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그리고 어떤 부분들에서는, 아니 많은 부분들에서는 그의 생각에 공감을 하기까지!

드 보통의 강점이라는 게 그런 것 같다. 내가 어렴풋이 느끼고, 생각하고 있던 것들을 콕 짚어 이야기해주는 시원함. 그래서 '맞아 맞아'라며 마음을 무장해제해버리고 주책맞게 무릎을 쳐버리게 하는. 게다가 매우 지적이기까지 하니 읽고 있으면 어떤 사치 같은 것을 느끼게까지 한다.

짧은 시간 동안 작지 않은 즐거움을 주는 고급스러운 에세이집이다. 번역의 훌륭함을 말할 것도 없다. 군더더기 없이, 각이 잘 잡힌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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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간 고양이
피터 게더스 지음, 조동섭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책이 잘 읽히지 않는 요즘, 오랜만에 즐겁게 읽은 책.

자식 자랑과 아내 자랑은 팔불출이나 하는 거라고 했던가. 나도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사는데, 친구들과 만나면 무슨 자식 자랑하듯 내 고양이를 자랑하고 있다. <파리에 간 고양이>는 피터 게더스가 자신과 함께 사는 고양이 노튼을 자랑하는 책이다. 노튼이 얼마나 똑똑한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얼마나 사려 깊은지를 자랑하는... 그리고 그 자랑은, 팔불출이 하는 짓이라며 눈 흘기게 하지 않을 만큼 재미있고, 공감이 가고, 무엇보다 감동적이다.

살아 있는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하고, 함께한다는 것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좋은 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주아주 재미있다. <프로방스에 간 고양이>와 <마지막 여행을 떠난 고양이>까지 노튼 삼부작을 모두 샀는데, 다른 책들은 아직 읽고 있지 않다. 왜냐구? 아까우니까. 이렇게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홀라당 읽어버리고 싶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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