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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 제120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2월
평점 :
뒤늦게 미야베 미유키 열풍(?)에 동참. 역시 사놓은 지 꽤 된 책을, 이번엔 기필코! 라고 읽은 게 하필이면 비가 주룩주룩 오는, 혼자 자게 되는 토요일 밤이냐는 것이다... 어흙;
여러 모로 우리나라와 상황이 비슷한지라 몰입이 쉬웠다. 어떤 부분들은 너무 흡사해 정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새벽 4시까지 책을 읽다 덮고는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선혈이 낭자하는 하드코어 스릴러도 아니고, 명탐정이 나와 사건을 해결하는 카타르시스도 없지만 충분히 재미있는 책이다. 인간의 욕망이 낳은 무참한 결과가 너무도 설득력 있게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에 엠마뉘엘 카레르의 <적>이라는 소설(이라기보다는 르포)을 읽은 적이 있다. 그러니까 어느 날 갑자기 자기 가족은 물론이요 아버지 어머니와 장인 장모까지 싸그리 죽인 한 남자가 감옥에 갇히고, 그 사건이 궁금해진 작가가 남자를 찾아가서 어떻게 해서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게 되었는지를 듣는 게 작품의 골자였다. 그 책을 읽으면서 한 생각은, 아니 이런 미친놈이 다 있나, 가 아니라 사람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작은 거짓말이 나중에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자승자박에 이르게 되는 인간의 처지에 대한 깊은 공감이었다. <이유> 역시 그렇다. 사건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인물들과, 그들이 각자 품고 있는 욕망과 이해관계, 그리고 벌어지는 사건... 인간 사는 게 새삼 너무 끔찍해지는, 그런 서늘한 공포를 느꼈달까.
역시 미야베 미유키는 에너지가 넘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법률사무소에서 일한 경험을 십분 발휘한 것도 너무 마음에 들었고. 난 이렇게 부지런히 취재해서 쓰는 소설이 좋더라. 멋진 책이었다. 이젠 <모방범>에 도전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