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사
수키 김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꽤 오래전에 누군가에게 받은 책이다. 지나가듯 이 책이 재밌다면서요? 했더니 네, 재밌더라고요 하고 건네받은 책. 그래놓고 몇 년 동안이나 책장 신세를 지게 했다. 수키 김, 아마 '숙희'라는 이름을 염두에 두고 지은 이름이 아닐까.

각설하고, 그냥저냥 나쁘지 않게 읽은 소설이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중반까지는 썩 재밌지 않았고(재미없다는 데 가까웠고), 중반 이후부터는 탄력이 붙었다.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미스터리 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책을 다 읽고야 아, 미스터리 물이라 황금가지에서 나온 건가? 라는 생각을 했는데... 생각을 해볼수록 또 정통 미스터리라고 하기엔 사설이 굉장히 길고 뭔가 처진다.
아이덴티티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이민 1.5 내지는 2세대의 고민과 한국 이민사회와 미국에서 살아가는 동양 여성, 그리고 한 여자로서의 삶과 가족의 이야기를 무리 없이 풀어나갔다는 데서는 동감한다. 그런데 말이 너무 많다... 그리고 그게 반복적이다. 좋은 이야기도 자꾸 하면 잔소리처럼 들리는 것처럼, 내가 편집자라면 군더더기를 좀 빼라고 했을 것 같다. 자의식 과잉으로 보이니까. 소설 전반을 지배하는 늦가을의 뉴욕 그리고 몬토크의 비와 바람 때문이었을까, 주절대는 이야기의 미로를 빠져나온 듯한 피로가 느껴졌다.

<통역사>의 표지는 원서 표지에 한글 제목을 그대로 얹은 디자인이다. 표지의 저 여자, 60-70년대 한국중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굳은 표정을 한 단발머리 소녀다. 사실 소설의 내용과 거의 상관이 없는 그림이다. 타박을 하자면, 난 저런 식으로 동양/한국의 클리셰를 소설 표지에 갖다붙이는 외국 출판사의 관행이 굉장히 마음에 안 든다. 기억이 맞다면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의 프랑스어판 표지의 사진은 각시탈이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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