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을 좋아하는데도 직접 사서 쓴 건 프랑스 마트에서 산 워터맨 만년필이랑 이번에 산 LAMY 사파리 펜이 전부다. 워터맨 만년필은 지금 어디 박혀 있는지 찾아봐야 하는데 만년필이 주는 어떤 부담감은 느껴지지 않았던 펜이었다. 대신 몸체가 금속으로 되어 있어서 좀 무거웠고, 그 때문에 오래 쓰면 손이 많이 피곤했다. 글씨를 쓸 때 나도 모르게 힘을 주는 버릇 때문이기도 했지만. LAMY 만년필에 대한 어떤 편견이 있었다. 아버지께서 출장 다녀오실 때면 종종 만년필을 사주셨는데, 그 중에서도 LAMY 만년필은 펜촉이 유달리 굵고 몸체가 두꺼워 잘 안 써졌다. 하긴, 초등학교를 갓 벗어난 소녀에게 LAMY 굵은 촉 만년필을 사주신 것부터가 무리였다. 연말에 팀 내에 불어닥친 작은 바람이랄까, '스스로에게 선물 주기'에서 내가 고른 것은 만년필이었다. 이것 말고도 평소에 나는 내게 언제나 관대한 인간이지만 ^^ 필기구만큼은 이제 좋은 걸 하나쯤은 갖고 싶다. 몽블랑에 비하면 소박하고도 소박하지만 어떠랴, 나는 아직까지 만족한다. 카트리지 하나를 다 쓰고 컨버터에 잉크를 채워 쓰고 있다. 얼추 손에도 익었고, 내 글씨도 나올 정도로 적응을 했다.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은 친구로 남아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