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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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것이 꼭 보고 듣고 말하고, 만져야 한다는 건 이제 틀린 말인지도 모르겠다.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다 읽고 책을 읽은 후 가슴 한구석에 어떤 기시감이 불을 밝혔다.
사랑 후에 남는 것, 육체의 언어가 휘발된 자리에 남는 것은 말/텍스트가 아닐까.
행간을 더듬고 그 사이에 깃든 숨결을 감지해내고, 그 온기를 오래도록 느끼기 위해 만지작거린다.
이 책이 메신저가 아닌 이제는 오히려 고전적으로 느껴지는 이메일로 씌어졌다는 건 다행이다. 메신저의 경쾌함과 재빠름에는 글자들 사이에서 전전긍긍하는 간절함과 섬세함을 찾기란 어려울 테니까.

발랄하고 어여쁜 에미, 신중하고 따뜻한 레오. 둘의 감정선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그 물결에 함께 파도치고 있는 내 마음을 발견하게 된다. 말의 힘이란 그토록 센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은 의외로 쉽게 연결되는 것 같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우리도 이렇게 이곳에서 만나 밑줄을 치고 말을 건네보는 것을. 하물며 어느 날 문득 에미와 레오에게 찾아온 기적 같은 만남에 손 내밀어보고 싶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
이상 기온에 달아오른 봄밤, 꽃 향기에 취해 누군가와 덜컥 사랑에 빠지고픈 기분이라면, 이 멜랑콜리한 소설을 한번 읽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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