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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의 에로틱한 잠재력
다비드 포앙키노스 지음, 김경태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아멜리에>를 틀어놓고 지내던 몇 년 전의 여름날이 데자뷔처럼 머릿속을 떠다녔다. 엑토르의 기상천외한 수집 목록(새벽 5시의 소음을 모으다니 깜찍해라)은 니노의 증명사진 앨범과, 아멜리에가 화장실 바닥 타일 벽 너머에서 찾아낸 '투르 드 프랑스' 미니어처 컬렉션을 떠올렸고, 엑토르와 브리지트 사이의 오해(!)는 아멜리에와 니노의 숨바꼭질과 닮은꼴이다. 그리고, 이 둘에는 고독과 사랑에 관한, 사랑스러운 고찰이 담겨 있다.
꼼지락거리며 하나하나 손으로 빚은 것 같은 아날로그적인 인물들, 가족 모임을 하고, 수집대회를 열고, 끝없는 수다의 마당을 펼치는, 다분히 프랑스적인 풍경들. 폐부를 찌르는 통렬함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곤조곤 떠들어대는 스냅샷 사이로 보이는 삶의 진실 같은 문장들에 자꾸 밑줄을 치게 만든다. 적재적소에 잠복해 있는 유머도 멋지다! <쥐비알> 이후로 이렇게 웃은 프랑스 소설은 처음인 듯 :-)
<타인의 취향> <아멜리에> 같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우디 앨런의 유머와 비교하기도 하던데, 그 정도로 시니컬하지는 않고... 흠,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 같은 영화라면 모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