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 - 김은섭 암중모책
김은섭 지음 / 나무발전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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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공포증 환자인 나는 티브이 속에서 번지점프를 하는 모습을 봐도 오금이 저린다. 마찬 가지로, 어머니와 누이를 모시고 이 병원 저 병원으로 옮겨 다니느라 병원 생활에 이골이 난 나는 김은섭 선생이 쓴 <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의 첫 장면에서 암 선고를 받고 마지막 장면에서 항암 종료 선언을 받는 것을 읽기만 하는데도 손바닥에서 땀이 날 지경이었다. 


가족 때문에 병원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죽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의사에게 ‘죽을 운명이다’라는 선고를 듣는 것이고 이어지는 온갖 검사와 치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의사는 신과 인간의 중간 지점에 있는 존재라는 김은섭 선생의 말에 뼈저리게 공감을 한다. 아파서 병원에 가보면 의사가 그렇게 보이기 마련이다. 


자식과 실컷 놀 수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몇 년이 되지 않는 다는 말도 깊이 공감했다. 의사를 우러러 보고 치료를 받으며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이야 말로 중병에 걸린 사람이 겪게 되는 일상이다. 김은섭 선생은 존경스럽게도 ‘보통의 투병 생활’과는 달리 책이라는 존재를 더했다. 


무슨 병이라도 있을까봐 건강검진을 할 때 마다 무료로 제공되는 암 검사를 받지 않는 나로서는 대장암3기를 선고받고도 어떻게 책을 읽을 여유가 있는지 가늠조차 어렵다. <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는 암 투병생활과 함께한 책들과 그에 대한 감상이 담겨있다. 많은 독자들이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과 미치 앨봄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과 같은 작품에 경도되어 찬사를 하고 나름의 감상을 남기지만 <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에서 만큼 진솔하거나 절실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에 등장하는 책들과 김은섭 선생의 투병생활과 얼마나 잘 어우러지는지 마치 이 책들이 김은섭 선생을 두고 쓰인 책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자신의 병을 긴장감 넘치게 서술하고 다양한 책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서 설명하는 김은섭 선생의 탁월한 글 솜씨도 이 책의 가치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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