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더디게 오기를 바랬던 첫 눈이 기어이 내리고야 말았다.
시험때문에 울적할 겨를도 없었지만 나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와버린 고~얀 첫 눈이 얄미울 따름이었다.
어느 해인들 기뻐했으리랴만은...한 해 한 해 갈 수록 누군가 애타게 기다리는 특별한 날들이 나에게만은 더디게 왔으면 하는 바람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
노을빛이 어둠에 묻혀버린,예정된 헤어짐의 시간...그 찰나...내 머릿속은 하얗게 되어버렸다.
이제 내 기억속의 '그 해 가을'은 추억이 되어버리는 것일까?
아니면 내 기억 저편에는 '그 해 가을'이 상실된 채,무덥던 어느 해 여름날의 나른한 몽상은 새찬 바람만 이는 어느 해 겨울날의 희뿌연 망상으로 이어져, 공허함만이 드리워지는 것일까...?
...
그랬다.
내 마음이 그분을 알아보기 이전에 내 몸이 먼저 그분을 알아보았던 것이다.
나를 결코 알아 볼 수 없는 그분의 말처럼.
이렇듯 삶의 아이러니는 언제고 내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고 유유히 사라져 간다.마치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
존재하는지 조차 의심스러웠던 이상형이라는 존재는...
결국 내가 결코 가 닿을 수 없는 이상향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
내 눈 한가득 담을 수 없었던 그 분의 모습이 잊혀질까봐 나는 오늘...노을을 품에 안아버렸다.
"내 기억속 당신은 지혜의 눈을 마음에 품은 채,붉은 노을이 아스라히 펼치어있는 그 해 가을,서쪽 하늘 한켠에 오래도록 자리할 것입니다.
sometimes...someone...(like H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