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주간을 맞아 성당에서는 매주 목요일 세차례의 강연회를 준비했다.
지난주는 시험 준비 때문에 갈 수 없었고 마침 어제 시험이 끝나서 두번째 강연회에 참석하게 되었다.사실 금요일에 있을 시험이 수요일로 옮겨가는 바람에 예정에도 없던 참석이었다.(지난 밤에 두어시간 밖에 자지 못해서 집에서 쉴까 했으나 흔치 않은 기회였으므로 그리고 교육학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관심있는 주제였기 때문에 아늑한 유혹을 뿌리치고 강연회에 참석했다.)
어제 있을 두번째 강연 주제는 대안교육에 대해서였고...내가 참석하고자 했던 마지막 강연 주제는 생태운동에 관한 것이었다.(방학하고 전주에 곧장 내려가서 오랜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을 두루두루 만나고 싶었지만 다음주에 있을 마지막 강연 때문에 그렇게 가고 싶어했던 전주행도 미루던 참이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그 강연을 고대했던 까닭은 교육문제 보다 관심있어 하는 환경문제에 관한 것이라는 것과,그리고 그 강연을 하실 분이 다름아닌 황대권 님이시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막상 성당에 도착하고 강연이 시작될 무렵 오늘 오기로 되어있던 성공회대 교수님께서 사정상 다음주로 강연을 미루게 되었고 오늘은 다음주에 오시기로 되어있던 황대권 베드로 형제께서 오셔서 강연을 한다는 사회자의 말을 듣는 순간...내 마음은 설렘과 기대로 가득차오르기 시작했다.(마치 작년 한해 내게 가장 뜻깊은 시간이었던,법정스님 법문을 들었던 그 날...법문이 시작하기 전에 내 마음이 설렘과 기대로 주체할 수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올 해 초 그 분의 야생초 편지라는 책을 읽으면서 국가라는 거대한 통치구조 앞에 죄없는 나약한 한 개인의 삶이 짓밟히게 되는 처참한 비극을 접하면서 또 그러한 절망의 회색빛 콘크리트 벽앞에서 희망의 푸른빛 풀 한포기를 통해 소생하는 지극히 인간다운 한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울고 웃었던지...그리고 내가 느끼는 자연에 대한 무한한 경외감과 자연앞에 오만한 우리 인간들의 비겁함을 그 책 곳곳에서 발견하고 또 얼마나 공감했던지...
강연이 진행되는 한시간 반여의 시간동안 그 분은 자연에 대해 겸손한 자세를 시종일관 지키며 푸른 내음 가득한 맑은 강연을 해 주셨다.
황대권 바우(그 분은 베드로라는 외래어대신 한국어로 세례명을 고쳐 부른다라고 하셨다.)님 너무도 뜻깊은 그리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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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기듯 살아온 한 학기를 마치고 어제 내가 여유로운 마음으로 참석할 수 있었던 그 강연은 신이 주신 은총의 선물이었음을...나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