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오쩌둥 어록 - 세월이 흐를수록 빛을 발하는 붉은 처세
장거 지음, 박지민 옮김 / 큰나무 / 2010년 10월
평점 :
1968년 12월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 당시 북한 공비들에게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말해 참혹하게 살해된 반공소년 故 이승복 군을 나는 교과서에서 만난 세대다. 그러나 빨갱이, 빨치산이란 단어만으로도 맹렬한 분노의 치를 떨었던 시절을 나의 부모가 기억하고 있고, ‘반갑습니다.’라는 북한노래가 유행할 무렵 교사는 상기된 표정으로 교탁에 침을 튀겨가며 당시 공산당의 만행에 대해 생생히 증언하곤 했다. 그런 교육을 받고 자란 나 역시 아직도 ‘공산당’이란 단어에서 느껴지는 핏빛어린 살기에 대한 선입관을 지니고 있다.
위험한 호기심이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겠지만, 한국 근 60년사에 지대한 영향력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 마오쩌둥의 ‘지혜’를 담은 책에 대해 깔아뭉개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아무튼 난 순수하지 않은 마음으로 책장을 들추기 시작했다. 저자 장거는 오랫동안 중국 근현대사 연구에 매진했으며, 예민한 관찰력과 유연한 사고를 바탕으로 마오쩌둥의 사상을 전문적으로 파고들어 탐구하고 해석했다. 역사학 석사인 그는 신문과 잡지에 마오쩌둥 사상과 관련해 칼럼을 연재했고, 중국의 여러 전문기관과 대학에서 수많은 강연을 한 마오쩌둥의 전문가이다.
마오쩌둥(1893-1976)은 마르크스주의 추종자이며, 프롤레타리아계급 혁명가, 전략가, 이론가로 중국공산당, 중국인민해방군과 중화인민공화국을 일으킨 지도자이다. 어린 시절 학업은 중학교에서 자퇴하였지만, 도서관에서 독학을 하며 엄청난 양의 동서양 고전을 읽었다. 수준 높은 독서의 영향으로 그는 조국에 대한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넓은 시야와 그가 가진 사상과 결부된 통찰력으로 정치의 본질을 이해한다. 무수한 참전의 승리경험을 발판으로 점점 입지를 다져가고, 중화인민공화국 제1대 주석의 자리에 오른다.
책은 마오쩌둥 어록 21개를 3개의 큰 틀로 나누고, 각각의 어록이 하나의 주제가 된다. 주제는 배움, 시야, 관찰, 목표, 준비, 열정, 시도, 좌절, 장애, 의지, 담력, 가능, 노력, 실행, 전력, 친구, 사랑, 겸손, 중용, 사고, 이상(理想)이다. 각 주제마다 관련된 마오쩌둥의 교훈적인 일화를 먼저 이야기 하고, 5~6개의 부제들로 이어나간다. 마오쩌둥에 관련 된 이야기는 주제와 일화이며 부제로 이어지는 내용은 저자의 메시지로 이어진다.
마오쩌둥의 어록을 설명한 책이라기보다, 저자가 독자에게 들려줄 메시지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마오쩌둥의 어록을 이용함으로써 흥미요소와 지식적 요소를 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결코 어록으로 인한 인물탐구나 사상적 가르침을 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역사에, 중국인들의 삶에 지적 지표가 되어 지대한 영향력을 계속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개인의 성공와 자국의 승리를 위해 끊임없이 도약하는 마오쩌둥의 ‘내적 성숙과 그 원동력’을 저자는 아주 다양한 각도에서 찾아내고 있다.
마오쩌둥의 어록이긴 하나, 마오쩌둥의 어록보다는 저자가 주는 핵심내용에 더 집중할 수 있게끔 주제의 전달력은 강력하고도 그 적용범위가 크다. 또한 저자의 구성력은 각 주제에 대한 지루함을 없애며 지속적인 흥미를 낳게 하고, 필력 또한 내용에 대한 집중력을 배가시킨다. 정치사상이나 철학이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 ‘공산주의자의 어록’이라는 거부감은 내려놓아도 된다. 철저한 자기계발을 권하며, 원대한 꿈을 품게 하고, 끝없는 노력을 촉구하며, 세상 처세의 지혜를 안겨주는 책이라 본다. 때문에 꿈에 대해 고민하는 청소년들과 성공의 방향성에 대해 갈등하는 젊은이들이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되리라 자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