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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간파 기술 - 무엇을 해도 잘 풀리는 사람의
카도 아키오.인생의달인연구회 지음, 이윤정 옮김 / 황금부엉이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첫 만남에서 사람의 생김새만으로도 상대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고, 인상을 통해서 그 사람의 내면을 짐작할 수 있다면 비즈니스를 하던, 연애를 하던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친한 사람의 표정이나 얼굴색만 보고도 상대의 기분이나 컨디션을 익숙하게 짐작할 수 있지만, 낯선 사람을 내 기준에서 쉽사리 짐작하는 것은 오해를 낳을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 논하게 될 이 책은 제목부터 내게 기대감을 안겼다.
‘무엇을 해도 잘 풀리는 사람의 얼굴 간파 기술’ 이란 제목으로 출간 된 이 책은 카도 아키오와 인생의 달인 연구회가 집필하였다. 저자 카도 아키오는 대학 졸업 후 호텔리어, 기자 등을 거쳐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광범위한 분야에 걸친 취재활동으로 다양한 매체에 글을 기고하며, 특히 인간의 얼굴이나 표정, 성격, 심리, 행동, 말투에 관한 관찰과 해석을 주제로 한 글도 많이 다루고 있다.
크게는 3개의 파트로 나뉘어져 있고, 1장은 얼굴에 나타나는 인생에 대한, 2장은 얼굴만으로 상대방을 파악하는 비법에 대한, 3장은 상대방의 얼굴로 알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내용이 실려 있다. 얼굴을 세부적으로 나누어 세심한 부분까지도 관찰한 내용들과 다양한 표정이 담고 있는 내적 의미를 담고 있다. 각 주제는 1~2페이지정도만 차지하여 간결하며, 마지막에 Point칸을 마련하여 각 장의 핵심문장을 나열한다.
이 책은 ‘무엇을 해도 잘 풀리는 사람의’ 시리즈의 한 권이다. 그러나 이 시리즈를 위해 직접 집필 된 책이 아니고, 동저자의 ‘악인의 얼굴학’ 장정개정판임을 맨 뒷장 가장 마지막 줄에 밝히고 있으며, 머리말에서도 “‘악인’이라 불리는 위험한 사람들을 가려내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라고 한다. 즉, 책의 주제는 ‘무엇을 해도 잘 풀리는 사람’과는 관계가 없는 내용들로 주를 이룬다. 때문에 인생이 잘 풀리기 위해서 얼굴 생김새에 관심이 있는 것이라면 이 책은 사실 하등의 소용가치가 없다고 하겠다.
주제 선정이 탁월치 못한 부분이 있었다. 몇 가지만 예를 들면,‘코가 높은 사람은 정말 거만할까?’라는 주제(p.50)에 거만에 대한 언급은 없다. ‘콧김의 세기와 성격은 비례한다.’란 주제(p.94)에서 ‘비례’라는 수적 개념의 단어는 확실히 오용되었다. ‘얼굴이 닮아가는 부부의 조건’이란 주제(p.97)에서 그 ‘조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그럼 대신 어떤 내용이 있을까. 밑도 끝도 없는 저자의 생각과 주장만 나열되어 있다. 근거는 없고, 대신 ‘심리학에서는’ 이라는 말만 몇 번 제시된다. 대체 심리학 어느 교수 어느 논문에 입각한 내용이란 말인가. 누구나 알다시피 ‘미(美)’란 절대적 상대성을 띤다. 무엇이 아름답다고 일반화 시킬 수 없는 내용이다. 저자는 222페이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원래 낮은 코보다 콧날이 선 높은 코가 아름답다. 납작하고 푹 퍼진 코는 논외다.’
누가 저자에게 이렇게 편협한 미에 대한 선입견을 일반화 시켜서 독자들에게 주장해도 된다고 허락했는지 의문이다. 적어도 이런 주장은 ‘어느 시대에 어느 나라에서는 어떤 코가 유행이었고, 근거는 그 나라 대도시 성형외과의 코 수술 각도에 따른다.’ 라고 말했어야 하지 않을까. 이밖에도 저자의 주장들은 대체로 근거 없는 주관적 생각이 직설적으로 드러나 있기에 나 같은 독자에게선 신뢰를 얻지 못한다.
하나 더. ‘육식은 사람의 성격을 거칠게 만들기도 한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호전적인 이유도 틀림없이 육식생활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p.222) 이 부분은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연역법이 정도를 지나쳐서 터무니없는 주장이 되었다. 차라리 전 세계에 분포한 모든 정육점 사장과 그 내외 및 그 아들은 필시 육식생활로 인해 호전적인 성품을 지녔을 것이며, 채식주의자로 알려진 히틀러가 호전적인 이유는 미해결 연구과제라고 말하는 것이 낫겠다.
억지주장과 억지추측이 난무한 이 서적은 출판의도가 궁금해진다. 그리고 정가를 받고 팔기에는 아둔한 지식이라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