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나님이 숨기신 여인 -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순종한 하나님의 헬퍼들
정영순 지음 / 브니엘출판사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최근 몇 년간은 우리나라 서점가는 그야말로 ‘리더십 서적의 황금기’였다. 베스트셀러 목록에서도 강력한 리더십을 함양시키려는 목적의 책이나 세계적인 리더들의 삶을 다룬 책들이 주를 이루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사회 조직이나 기업들은 저마다 더 월등한 지도자에 목말라 있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더 좋은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며, 그러므로 인재의 가치는 ‘리더로서 발휘하는 영향력’안에서 발견된다는 인식도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
앞에 선 자와 뒤에 선 자의 위치가 ‘능력’으로 구분된다는 인식은 교회 내에서도 다르지 않다. 때문에 교회에서도 리더는 하나님 앞에 쓰임 받는다는 생각, 숨은 조력자는 부족해서 배우는 위치라는 생각이 없지 않다. 이런 생각이 무디게 다가오는 요즘, 제목부터 가슴 뭉클해지는 책이 출간되었다.
하나님이 숨기신 여인.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순종한 하나님의 헬퍼들’이란 부제와 함께 손에 쥐어진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하나님께서 조력자들을 사용하시는 방법을 다룬 책이다. ‘하나님께서 숨기셨다’라는 표현은 그들을 사용하실 때 숨기시는 방법이 있었다는 것이 아니고, 성경에서 그들의 비중이 ‘숨겼다’라고 표현할 만큼 크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책의 내용은 모두 16명의 인물 이야기이다. 성경에서도, 설교에서도 비중 있게 설명되지는 않았던 인물인지라 호기심을 가지고 목차를 대하게 되었다. 노아의 아내, 부아와 십브라, 바로의 딸, 미리암, 십보라, 슬로브핫의 딸들, 약사, 야엘, 입다의 딸, 삼손의 어머니, 사르밧의 과부, 수넴 여인, 나아만 아내의 여종, 훌다 선지자, 와스디, 욥의 아내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런 성경의 조연들을 보다 심층적으로 해석하려는 저자는 아이러니하게도 목회자도 아니요, 신학 전공자도 아니다. 금융기관과 항공사 출신이라고 말하고 있고, 독일에서 박사학위까지 공부했다. 9편이 넘는 저작활동을 했고, 찰스 스탠리나 빌리 그래함 목사 등 굵직한 목회자님의 저서 외에 10편이 넘는 번역활동의 경력을 지녔다. 지금은 월드 석세스라는 기업 대표로서 매너교육과 리더십교육에 관한 저술과 강의활동에 활발하다. 과연 리더십 분야에서 오랫동안 연구하고, 강의해 온 저자의 전공분야와는 거리가 먼 하나님이 숨기신 여인에 대해 독자에게 주고자하는 메시지가 궁금해졌다.
각 인물들마다 3가지의 소주제를 가지고 연결해가고 있다. 성경의 내용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문제는 거론되는 인물이 사건 내 주인공이 아니고 조연이나 엑스트라쯤에 속하고 있기 때문에 인물탐구가 깊이 있게 이루어질만한 단서가 거의 제공되지 않고 있다. 성경 한 두 구절만으로 모든 이야기가 전개되어야 하고, 거기서 저자의 메시지가 전달되어야 하는 문제점에 대한 저자의 극복은 무엇일까.
상상력이다. 이 책은 성경의 인물의 성격, 신앙, 당시의 내면 상태 등 모든 것을 ‘정황상의 일반 추측’으로써 해결하고 있다. 때문에 책의 절반이 넘는 어미가 ‘일 것이다’라고 표현되고 있고, ‘성경에 나와 있지는 않지만’ 이라는 구절이 거듭 강조되고 있다. 인물의 심리상태는 저자의 생각이 확언으로 쓰여 있지만, 무엇에 근거하여 인물 설명이 되었는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저자의 모든 상상력이 어불성설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또한, 그런 생각들을 통해서 성경이 미처 다 기록해 놓을 수 없었던 부분까지도 세밀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도 보아진다. 허나, 저자로서 독자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예화가 온전히 저자의 상상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판단이다.
의도한 바인지는 모르겠으나 문체는 상당히 쉽게 전개가 된다. 마치 저자가 예측하는 동화책 시리즈를 보는 듯한 필력이다. 예화로부터의 일반적 교훈이 엿보인다. 하지만 각 인물들에 대한 하나님의 진정한 뜻과 섭리하심을 발견하는 것이 저자의 집필의도라 한다면, 인물에 대한 이해부터 객관적이고 명확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