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그냥 아는데 여자는 배워야 하는 회사 대화법 - 회사에는 남자들이 만들어내는 대화의 룰이 있다
오다 하야토 지음, 이은정 옮김 / 새로운제안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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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바야흐로 남녀평등의 시대이다. 시대는 그러하나 남성중심의 조직도 있고, 여성중심의 조직들도 있다. 사회란 곳이 아직은 남성 중심적인 면모가 두드러지는 편이기에 여자들이 여성성을 부각시키고서는 적용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 이 책은 여성들이 직장 내에서 남성들과 조화롭게 소통하기 위한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오다 하야토. 시온컨설팅의 CEO로서 경영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심리학을 응용한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 연애심리 등에 관한 강연을 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여성들에게 회사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암묵적 규칙’을 찾아준다.

 

책은 총 5파트로 구분되어있는데, 전체적인 면, 구체적인 면을 구분해서 다룬다. 1장에서는 전체적인 성별 대화의 차이, 2장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법, 3장은 상사와 상의하는 방법, 4장은 업무상의 기회를 잡는 법, 5장은 회사에서 요령껏 행동하는 법에 대해 다루고 있다.

내용은 단순하고 간결하며, 각 주제별로 많은 문장을 할애하지 않는다. 마치 지나가는 상사의 뼈있는 조언처럼 실용적이고, 설득력 있게 풀어나간다. 때문에 원리원칙을 주장한다거나 정의와 도덕 구현처럼 성실한 직장인을 지향하는 구태의연함이 아니다. 요령껏 행동하고, 남성들 특유의 방식을 이해하며, 여성의 장점을 무기로 이용하라는 현실적인 조언들이다.


가령, ‘괜히 겸손할 필요 없다.’, ‘허드렛일은 거절한다.’, ‘파벌을 잘 이용한다’ 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실제 현장에서 알아두면 좋은 조언들이지만, 직장인의 마인드까지 언급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이 책은 여성 직장으로서 회사 내 이해하지 못할 남성조직의 행태를 적응할 수 있게 하고, 적용할 수 있는 팁을 제공하는 선에서 마무리된다. 내용은 목차에 소개된 주제들에서 더 깊게 들어가고 있지 않다.

 

남성 중심의 회사생활을 하는 여성 직장인이라면 한번쯤 읽어두기를 권한다. 어떤 상사도 섣불리 해줄 수 없는 충고들을 가볍게 던지고 있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실제로 책의 내용을 적용하면서도, 남성 중심의 대화법에 편입되려고만 하기보다는 스스로 더 좋은 직장 내 관계를 구축하고자하는 방법을 지향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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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 2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 2
츠츠미 미카 지음, 홍성민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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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정권의 주요 인사와 그 측근의 비리 실태를 꼬집으며 숨은 이면들을 낱낱이 파헤친 책, ‘기만의 정권’이 출간된 지 반년이 되는 2010년 가을.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Ⅱ’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자의 전작인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는 미국 내의 사회적 취약계층이나 극빈층들의 현실과 민영화의 덫에 빠진 미국 내 고질적 문제들을 다루었다면, 이번 책에선 오바마 정권의 현 주소와 산적해있는 과제들의 해결 방향을 놓고 고민하게 되는 책이라는 점에서 전작보다는 ‘기만의 정권’의 인물들을 먼저 떠올리게 되었다.

 

저자는 츠츠미 미카. 그녀는 뉴욕시립대학 대학원에서 국제관계론학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유엔 여성개발기금,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NY자국원을 거쳐, 미국 노무라 증권에서 근무하던 중 9.11사태를 겪고 나서 저널리스트가 되었다. 앞서 말한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는 일본에서 30만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제 56회 ‘일본 에세이스트 클럽상’, ‘신서대상 2009 대상’을 수상하며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그리고 지금 이 책, ‘르포 빈곤 대국 아메리카Ⅱ’ 역시 언론과 독자들의 큰 주목을 일으키고 있다.

 

제 1장에서는 빚 지옥이 되어버린 공교육의 실태를 꼬집는다. 일단, 미국의 사립대학들 수업료의 평균은 약 4천만원을 웃돈다. 미 동부의 아이비리그나 아이비플러스라 불리는 대학들은 연평균 8400만원 이상이 든다. 그러니 자연히 중산층을 포함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자금대출을 이용하게 되는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샐리 메이’의 대출횡포가 극악무도한 지경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나라의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문제에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가. 샐리 메이와 손을 잡고 마련한 기금으로 일하고 있는 의회 당국의 입장 말이다.

 

2장은 사회보장의 붕괴로 신음하는 고령자들과 젊은이들의 입장에 대해 말한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미국, 그 호시절 GM에서는 퇴직자에게도 평생 의료보험을 제공했고, 매달 월급에 상응할 수준의 기업연금을 제공했다. 호시절의 종료, 퇴직자를 지극히 모시던 GM은 끝내 파산했고, 다른 기업들은 서둘러 연금시스템을 재조정하기에 이른다. GM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미국 내 고령층은 다시 소일거리라도 없어서 못하는 실정이 되었고, 젊은이들은 세대간의 불평등을 강요받는 시스템의 모든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희생자이기를 거부한다. 마지막 문단은 묻는다. 정부는 진지하게 국가의 장래를 생각해 방향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가.  

 

3장은 의료개혁, 실로 장고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부분이다. 현 의료실태의 심각한 상황을 고발하며, 제약업계와 보험업계의 행태를 알 수 있다. 오바마 정권이 선거 때 앞세운 ‘오바마케어’의 핵심내용은 ‘전 국민 의료보험’이었으나, 당선 후 정부는 슬그머니 다른 대안을 내세운다. 미디어는 제 구실을 하지 않고, 상원의원들은 국민의 뜻을 외면한다. 이것이 미국내 제약업계와 보험업계의 힘이며, 협상 - 뒷돈대기 능력이다. 무보험자가 국민의 절반을 훨씬 넘어 의료취약계층의 실태는 후진국과 같고, 의료계 종사자들은 1차 진료 담당의가 턱없이 부족한 의료시스템의 문제 심각성을 알린다. 의료 활동가 데이비드 워너는 말한다.

 

‘생명을 구한다는 행위보다 더욱 깊은 곳에 있는 생명 자체에 대한 경건한 마음, 지금 미국이라는 나라에게 필요한 것은 사실 더욱 깊은 부분에서의 개혁이 아닐까.’(p.171)

 

그리고 마지막장, ‘교도소라는 이름의 거대한 노동시장’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열악한 교도소 내의 모습’ 사진은 미국이라는 두 글자를 의심케 하는 쓰레기더미와 악취가 풍겨올 듯한 상황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빚, 미국은 어딜 가나 빚 지옥인 것일까. 카드 사회인 미국에서는 빚 때문에 전과자가 되는 국민의 수가 매년 증가한다. 덩달아 지역 내 교도소 건설을 불경기에 아랑곳없이 확산되는 실정이다. 교도소 안에서는 모든 게 철저하게 유료화되어있는 삶이다. 소송비용과 법정수수료, 죄수기금 적립금으로 교도소생활이 시작된다. 방세 의료비는 기본이고, 화장실에 갈 때는 치약이나 휴지조차도 돈을 내는데, 교도소 내 비품은 시장가격의 1.5배 이상이다. 죄수들의 임금은 제3세계 노동력보다 훨씬 싸고, 언어전달력 좋고, 의료보험이나 각종 연금비용부담이 없기 때문에, 기업은 이런 이점을 놓칠 리 없다. 전화교환원에 죄수들을 고용하는 시장은 70억 달러의 규모에 달한다. 치안유지라는 명목으로 길거리에 노숙자 비슷한 사람들도 다 경찰에 붙들리고, 교도소 사업은 민영화되어 성황중이다. 언론과 사회저변에서 시행하는 공포조장이 이런 교도소 사업에 불을 붙이고 있다.

 

미국인들은 근 2년 동안의 오바마 정치행보에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 여전히 만연한 문제들에 어느 것 하나 손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정권은 국민들의 지지로 이루어졌지만, 지지의 바탕인 ‘개혁과 변화의 바람’은 아직이다. 이제는 선거 때의 그 화려한 언변 마케팅에 속아 넘어가 줄 국민은 없는 듯 보인다. 또한 위에 언급된 문제들은 상당히 시급한 수준의 사안이라고 보아진다. 오바마, 이제는 제대로 움직여야 한다.

 

이 책은 현 미국정책 중 시급한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책으로서 미국이라는 선진국의 뒷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독자에게 정확한 시야를 제공한다. 미국의 현실은 초라하고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선진국’이란 말이 부끄럽지는 않을까. 미국 내 자본주의의 폐단을 안고 정치를 해야하는 오바마, 돈 맛에 길들여진 정치 - 코포라티즘에 빠진 정부가 과연 국가적 사명을 잘 수행해낼 수 있을까? 그가 갈 길은 멀고 험난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게 다들 조기유학이다, 배움의 길이다 해서 떠나는 제 1의 나라 미국, 그러나 결코 이민가고 싶지 않은 나라로 전락해버린 현 상황에 개탄해마지 않는다. 어쩌다 저지경이 되었는지. 책은 내용은 흥미롭고, 어렵지 않지만 수준 높게 풀어나가고 있다. 지금의 미국을, 오바마를 깊이있게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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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팅 클럽
강영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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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맹률이 점점 낮아지는 나라. 학력차별도 옛말이지, 뭐든 학위 하나씩은 가지고 사는 나라. 훈민정음 창제된 이래 문자 좀 쓴다하는 이 허다한 나라. 대학마다 국문학과, 문예창작과 하나씩은 있는 나라. 손바닥만 한 기계안의 자판으로도 글을 쓰고 있는 나라. 링컨은 글을 읽을 줄 알아 출세 길이 열렸다는데, 지금 이 나라에서 글을 쓴다는 자부심만으로 살아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배고픈 시절에 글을 쓰려고 태어난 인생이 어떠한 길을 걷는지를 보여주는 이 소설의 저자는 강영숙 작가. 고등하굑 졸업 후 무역회사 타이피스트로 일하다가 1988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했다. 그리고 10년 후 서울 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8월의 식사’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 ‘리나’라는 소설로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한다.

 

주인공은 키만 크고 못생겼다. 저자의 모습을 조금 투영시켰을까? 저자도 십대때는 키가 크다는 이유로 운동선수를 했다고 한다. 사족이지만, 저자는 책에 아름답고 그윽한 자태가 엿보이는 사진을 실었다. 못생긴 것과는 관계없다. 가난한 집, 무책임하고 모성애 없는 엄마 김작가를 챙겨주며 살아간다. 반항으로 방황하고 싶을 나이. 동성연애에 눈을 뜬다. 동거에도 발을 담근 그녀. 잭 런던의 ‘강철군화’에 빠진 사회주의자와 지낸다.

 

헤어진 후, J작가를 만나 J칙령을 얻고도 서른이 넘도록 뭐하나 제대로 못하고 허접한 글만 쓴다. 김작가가 차린 글쓰기교실의 아줌마들 글을 보며, 아무나 갈겨쓰는 쓰레기 같은 글을 무시한다. 한국에서의 힘든 시절을 그녀는 시몬느 베이유의 ‘노동일기’를 보면서 버티고, 미국에서의 결혼실패 후 외롭고 고단한 시절을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읽으며 자신을 투영한다. 아프다는 김작가를 간호하러 한국으로 돌아와 같이 살면서 미국에서 한번 열었던 ‘라이팅 클럽’을 다시 세우게 된다.

 

소설은 ‘중요한 건 의지가 아니라 테크닉이다.’ 라는 문구로 시작한다. 주인공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테크닉이 부족했다고 하나, 저자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글의 테크닉을 완벽히 소유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윤대녕 작가가 작품의 미덕을 ‘재밌다’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에 문화적 우려를 표했으나, 작품 속 김작가는 딸에게 재밌게 써야한다고 조언한다. 저자의 글, 정말 재밌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는 연결선상의 재미, 영상을 보는 듯한 실제적 묘사감각, 무엇보다 인물의 감정에 몰입할 수 있었다.

 

사실 저자의 글을 읽을 때는 어떤 마력이 있는 듯, 아무 생각없이 푹 빠져서 읽었다. 뒤에 해설을 보면서 저자가 글속에서 녹여낸 메시지를 깊이 있게 깨달을 수 있었다. 읽느라 바빠서 깊은 생각은 못 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이야기들. 너무 실제적이어서 누군가의 에세이를 보는 듯한 기분.

 

영인이가 실존인물이 아니고, 실제 사건이 아닌 픽션을 읽었다고 인정하기에는 어이가 없을 정도로 허탈했고, 아쉬웠을 만큼 소설을 치밀하게 그리고 사정없이 독자의 마음을 긁어놓는다. 마치 적어도 이름을 걸고 글 쓰는 사람이면 이정도는 되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작정이나 한 것처럼 말이다. 테크닉, 저자는 눈부시게 탁월했고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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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클럽 - 그들은 늘 마지막에 온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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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양복을 입은 키 큰 남자와 같은 색깔의 재킷을 걸친 여자. 남자는 30대 중반 정도이고 외국인으로 보일만큼 얼굴 윤곽이 뚜렷했다. 여자는 20대 후반정도로 보이며, 새카만 머리칼이 어깨까지 늘어졌고 위로 길게 짖어진 눈에 입술을 꼭 다물고 있다. 그들에 대한 저자가 묘사는 이정도 선이다.

 

짙은 회색 바탕 위로 검은 색의 길쭉한 남녀가 걸어가는 모습. 이 책 ‘탐정클럽’의 표지이다. 그들이 앞 서 묘사한 주인공이다. 5개의 별개 사건들을 추리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수준 높은 수사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 사건마다 설정된 트릭을 발견하는 묘미와 끝나지 않은 반전에 흥미를 더해가는 작품이다.

 

저자는 히가시노 게이고. 일본 추리소설에 조금의 관심만 있어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본 추리소설계의 대표작가이다. 그는 오사카 부립대학 전기공학과 출신으로 전자회사에 입사에 엔지니어 활동 경력을 가지고 있다. 1985년 ‘방과 후’라는 작품으로 에도가와 람포 상을  시작으로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나오키상을 수상한다. ‘백야행, 방황하는 칼날, 용의자 X의 헌신, 비밀’이라는 작품들은 자국과 한국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첫 장, 위장의 밤. 마사키 도지로 사장의 죽음을 본 첩과 사위와 비서가 그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시체를 빼돌리려 한다. 사장의 묘연한 행방을 수상히 여긴 사장의 딸이 탐정을 부른다. 두 번째 장, 고조가 목욕탕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살해 수단과 범인은 쉽게 드러나지만, 그 원인은 탐정의 수상망을 빌린다. 셋째 장, 엄마가 살해된 날, 미유키는 가족들의 모든 게 석연찮다. 경찰도 짐작할 수 없는 얽힌 부분까지도 탐정의 머리에서는 가능하다. 네 번째 장, 탐정 활용법은 그야말로 탐정이 철저하게 범죄에 이용당하는 이야기. 뒤늦게 알아차린 탐정은 씁쓸히 협상한다. 마지막 장, 장미와 나이프. 다이조의 둘째딸이 임신했다는 소식과 함께 탐정은 고용된다. 얼마 후, 둘째딸의 이복형제인 나오코가 둘째딸 방에서 살해당하고 무서운 반전의 실마리는 탐정의 입술에서 풀어진다.

 

이 다섯 사건은 모두 가족관계안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살인범죄를 그리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리고 마지막장을 뺀 4가지의 사건에는 ‘불륜’라는 소재가 아주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다. 모든 사건에 살해와 그 시체, 또 불륜이라는 소재가 반복이기 때문에 소재에 대한 다양성이 아쉬웠다.

 

기묘하게 숨어있는 트릭들과 몇단계 걸쳐서 풀어지는 반전의 사건 자체는 흥미로웠다. 그러나 저자에게서 나온 문체인지, 번역에서 나온 문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추리소설이라기엔 문체의 호흡이 지루하다. 추리소설만의 긴장감과 사건 특유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언어감각이 부족하게 느껴졌고, 문장 하나에 계속 붙여지는 말들의 연결이 아쉬웠다.

 

추리소설 특유의 인물 감정 묘사에서도 일반적 추리만화 보는 느낌 이상을 나타내지 못한 듯 보인다. 단편이기 때문에 작품에서 느껴지는 구도적인 아쉬움이나 개연적인 흐름의 전체적인 불리함을 감안을 생각하더라도, 저자의 명성에 비추어봤을 때 그닥 작품성 있는 추리소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탐정클럽’. 신변에 대해 무엇 하나 알려주지 않는 신비성의 전략을 띤 그들에게 독자로서 가져야 할 조금의 관심도 두지 못한 점은 참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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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극적인 순간들 - 윤대녕 산문집
윤대녕 지음 / 푸르메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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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색 바탕의 저자의 사진을 배경으로 한 매끄러운 표지를 들추어낸 첫 장엔 ‘2010년 가을 윤대녕’이라고 적혀있다. 그렇다. 차가운 가을바람이 매서워지려고 하는, 독서와 사색으로 삶에 깊이를 한자라도 더하고 싶어지는 그 즈음에 발간 된 책이 있다. 제목은 ‘이 모든 극적인 순간들.’

 

저자는 단국대 불문과 졸업후 1990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여러 편의 소설을 통해 이상 문학상, 현대 문학상, 이효석 문학상, 김유정 문학상 등을 수상한 작가 윤대녕. 그는 90년대의 문학적 시대정신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가로 불리었고, 그의 작품들은 ‘존재의 시원에 대한 탐구’의 자세를 지닌다고 평해진다.

 

이 책은 크게 5부분으로 나뉜다. 어린 시절 이야기, 일상 이야기, 여행 이야기, 저자의 문학 이야기, 저자의 독서 이야기로 이어진다. 어린 시절의 가난 속에 고생하던 어머니와 지금의 늙으신 어머니를 그리는 애처로운 감정이 잘 묻어나있고, 여태껏 소원한 관계에서 발전이 없는 부자지간에 대한 여러 번의 언급을 통해 부정에 대한 저자의 남모를 애착을 느낄 수 있다.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날 성형박피수술을 한 탓에 초상집에서 상복을 입고도 얼굴크림 바르러 화장실에 들락거리는 처녀. 1년에 한 번 만나 먼 다음을 기약하는 사람들과의 약속. 술을 부르는 불면증과 연례행사 같은 지독한 몸살. 만나는 사람들은 소탈하고, 개인의 일상은 차분하다.

 

저자는 자연을 좋아하며, 특히 산에 자주 오른다. 산에 가다가 절을 만났는지, 절에 가다가 산을 만났는지. 청소년기에는 교회에 다녔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절을 집삼아 여러 번 지냈다. 때문에 저자의 삶과 사색을 다룬 글은 전반적으로 불교적 색채가 진하게 묻어나온다.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재미라는 괴물’이라는 주제로 쓰인 저자의 단상이다. ‘재밌다’라는 말이 작품의 미덕을 드러내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내비친다. 세상이 내미는 갖가지 현란한 소비유혹에서 ‘재미’로 스트레스 해소 욕구를 지닌 사람들을 이해하면서도 저자는 ‘문화의 속성은 근본적으로 삶에 대한 고민과 질문의 산물’이라 말하며, 문화는 ‘타인을 알아가는 과정처럼 어느정도의 능동적인 자기 투자와 이해의 노력이 필요한 품목’이라 전하고 있다. (p.188-190)

 

‘윤대녕의 독서일기’라 명한 제 5장은 총 29편의 서적이 소개되어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꼭 읽으라고 추천하고 싶은 부분이다. 저자의 독서 세계를 이해할 수 있기도 하고, 책을 읽고 어떤 식으로 글을 정리해나가는지에 대한 정수를 배울 수 있기도 하다.

 

가을날, 이 외로운 시절에 홀로 앉아 윤대녕의 에세이를 읽는 일은 재밌는 고독을 선사해 줄 것이다. 책장은 쉼없이 넘어갈만한 흥미로운 삶과 사색들이 줄을 잇는다. 삶에 대한 깊이있는 사색과 스치는 작은 부분까지도 그 의미를 담담히 적어내는, 아름다운 그만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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