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 2 ㅣ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 2
츠츠미 미카 지음, 홍성민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10월
평점 :
오바마 정권의 주요 인사와 그 측근의 비리 실태를 꼬집으며 숨은 이면들을 낱낱이 파헤친 책, ‘기만의 정권’이 출간된 지 반년이 되는 2010년 가을.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Ⅱ’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자의 전작인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는 미국 내의 사회적 취약계층이나 극빈층들의 현실과 민영화의 덫에 빠진 미국 내 고질적 문제들을 다루었다면, 이번 책에선 오바마 정권의 현 주소와 산적해있는 과제들의 해결 방향을 놓고 고민하게 되는 책이라는 점에서 전작보다는 ‘기만의 정권’의 인물들을 먼저 떠올리게 되었다.
저자는 츠츠미 미카. 그녀는 뉴욕시립대학 대학원에서 국제관계론학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유엔 여성개발기금,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NY자국원을 거쳐, 미국 노무라 증권에서 근무하던 중 9.11사태를 겪고 나서 저널리스트가 되었다. 앞서 말한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는 일본에서 30만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제 56회 ‘일본 에세이스트 클럽상’, ‘신서대상 2009 대상’을 수상하며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그리고 지금 이 책, ‘르포 빈곤 대국 아메리카Ⅱ’ 역시 언론과 독자들의 큰 주목을 일으키고 있다.
제 1장에서는 빚 지옥이 되어버린 공교육의 실태를 꼬집는다. 일단, 미국의 사립대학들 수업료의 평균은 약 4천만원을 웃돈다. 미 동부의 아이비리그나 아이비플러스라 불리는 대학들은 연평균 8400만원 이상이 든다. 그러니 자연히 중산층을 포함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자금대출을 이용하게 되는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샐리 메이’의 대출횡포가 극악무도한 지경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나라의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문제에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가. 샐리 메이와 손을 잡고 마련한 기금으로 일하고 있는 의회 당국의 입장 말이다.
2장은 사회보장의 붕괴로 신음하는 고령자들과 젊은이들의 입장에 대해 말한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미국, 그 호시절 GM에서는 퇴직자에게도 평생 의료보험을 제공했고, 매달 월급에 상응할 수준의 기업연금을 제공했다. 호시절의 종료, 퇴직자를 지극히 모시던 GM은 끝내 파산했고, 다른 기업들은 서둘러 연금시스템을 재조정하기에 이른다. GM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미국 내 고령층은 다시 소일거리라도 없어서 못하는 실정이 되었고, 젊은이들은 세대간의 불평등을 강요받는 시스템의 모든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희생자이기를 거부한다. 마지막 문단은 묻는다. 정부는 진지하게 국가의 장래를 생각해 방향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가.
3장은 의료개혁, 실로 장고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부분이다. 현 의료실태의 심각한 상황을 고발하며, 제약업계와 보험업계의 행태를 알 수 있다. 오바마 정권이 선거 때 앞세운 ‘오바마케어’의 핵심내용은 ‘전 국민 의료보험’이었으나, 당선 후 정부는 슬그머니 다른 대안을 내세운다. 미디어는 제 구실을 하지 않고, 상원의원들은 국민의 뜻을 외면한다. 이것이 미국내 제약업계와 보험업계의 힘이며, 협상 - 뒷돈대기 능력이다. 무보험자가 국민의 절반을 훨씬 넘어 의료취약계층의 실태는 후진국과 같고, 의료계 종사자들은 1차 진료 담당의가 턱없이 부족한 의료시스템의 문제 심각성을 알린다. 의료 활동가 데이비드 워너는 말한다.
‘생명을 구한다는 행위보다 더욱 깊은 곳에 있는 생명 자체에 대한 경건한 마음, 지금 미국이라는 나라에게 필요한 것은 사실 더욱 깊은 부분에서의 개혁이 아닐까.’(p.171)
그리고 마지막장, ‘교도소라는 이름의 거대한 노동시장’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열악한 교도소 내의 모습’ 사진은 미국이라는 두 글자를 의심케 하는 쓰레기더미와 악취가 풍겨올 듯한 상황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빚, 미국은 어딜 가나 빚 지옥인 것일까. 카드 사회인 미국에서는 빚 때문에 전과자가 되는 국민의 수가 매년 증가한다. 덩달아 지역 내 교도소 건설을 불경기에 아랑곳없이 확산되는 실정이다. 교도소 안에서는 모든 게 철저하게 유료화되어있는 삶이다. 소송비용과 법정수수료, 죄수기금 적립금으로 교도소생활이 시작된다. 방세 의료비는 기본이고, 화장실에 갈 때는 치약이나 휴지조차도 돈을 내는데, 교도소 내 비품은 시장가격의 1.5배 이상이다. 죄수들의 임금은 제3세계 노동력보다 훨씬 싸고, 언어전달력 좋고, 의료보험이나 각종 연금비용부담이 없기 때문에, 기업은 이런 이점을 놓칠 리 없다. 전화교환원에 죄수들을 고용하는 시장은 70억 달러의 규모에 달한다. 치안유지라는 명목으로 길거리에 노숙자 비슷한 사람들도 다 경찰에 붙들리고, 교도소 사업은 민영화되어 성황중이다. 언론과 사회저변에서 시행하는 공포조장이 이런 교도소 사업에 불을 붙이고 있다.
미국인들은 근 2년 동안의 오바마 정치행보에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 여전히 만연한 문제들에 어느 것 하나 손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정권은 국민들의 지지로 이루어졌지만, 지지의 바탕인 ‘개혁과 변화의 바람’은 아직이다. 이제는 선거 때의 그 화려한 언변 마케팅에 속아 넘어가 줄 국민은 없는 듯 보인다. 또한 위에 언급된 문제들은 상당히 시급한 수준의 사안이라고 보아진다. 오바마, 이제는 제대로 움직여야 한다.
이 책은 현 미국정책 중 시급한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책으로서 미국이라는 선진국의 뒷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독자에게 정확한 시야를 제공한다. 미국의 현실은 초라하고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선진국’이란 말이 부끄럽지는 않을까. 미국 내 자본주의의 폐단을 안고 정치를 해야하는 오바마, 돈 맛에 길들여진 정치 - 코포라티즘에 빠진 정부가 과연 국가적 사명을 잘 수행해낼 수 있을까? 그가 갈 길은 멀고 험난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게 다들 조기유학이다, 배움의 길이다 해서 떠나는 제 1의 나라 미국, 그러나 결코 이민가고 싶지 않은 나라로 전락해버린 현 상황에 개탄해마지 않는다. 어쩌다 저지경이 되었는지. 책은 내용은 흥미롭고, 어렵지 않지만 수준 높게 풀어나가고 있다. 지금의 미국을, 오바마를 깊이있게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