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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클럽 - 그들은 늘 마지막에 온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검은 양복을 입은 키 큰 남자와 같은 색깔의 재킷을 걸친 여자. 남자는 30대 중반 정도이고 외국인으로 보일만큼 얼굴 윤곽이 뚜렷했다. 여자는 20대 후반정도로 보이며, 새카만 머리칼이 어깨까지 늘어졌고 위로 길게 짖어진 눈에 입술을 꼭 다물고 있다. 그들에 대한 저자가 묘사는 이정도 선이다.
짙은 회색 바탕 위로 검은 색의 길쭉한 남녀가 걸어가는 모습. 이 책 ‘탐정클럽’의 표지이다. 그들이 앞 서 묘사한 주인공이다. 5개의 별개 사건들을 추리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수준 높은 수사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 사건마다 설정된 트릭을 발견하는 묘미와 끝나지 않은 반전에 흥미를 더해가는 작품이다.
저자는 히가시노 게이고. 일본 추리소설에 조금의 관심만 있어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본 추리소설계의 대표작가이다. 그는 오사카 부립대학 전기공학과 출신으로 전자회사에 입사에 엔지니어 활동 경력을 가지고 있다. 1985년 ‘방과 후’라는 작품으로 에도가와 람포 상을 시작으로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나오키상을 수상한다. ‘백야행, 방황하는 칼날, 용의자 X의 헌신, 비밀’이라는 작품들은 자국과 한국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첫 장, 위장의 밤. 마사키 도지로 사장의 죽음을 본 첩과 사위와 비서가 그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시체를 빼돌리려 한다. 사장의 묘연한 행방을 수상히 여긴 사장의 딸이 탐정을 부른다. 두 번째 장, 고조가 목욕탕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살해 수단과 범인은 쉽게 드러나지만, 그 원인은 탐정의 수상망을 빌린다. 셋째 장, 엄마가 살해된 날, 미유키는 가족들의 모든 게 석연찮다. 경찰도 짐작할 수 없는 얽힌 부분까지도 탐정의 머리에서는 가능하다. 네 번째 장, 탐정 활용법은 그야말로 탐정이 철저하게 범죄에 이용당하는 이야기. 뒤늦게 알아차린 탐정은 씁쓸히 협상한다. 마지막 장, 장미와 나이프. 다이조의 둘째딸이 임신했다는 소식과 함께 탐정은 고용된다. 얼마 후, 둘째딸의 이복형제인 나오코가 둘째딸 방에서 살해당하고 무서운 반전의 실마리는 탐정의 입술에서 풀어진다.
이 다섯 사건은 모두 가족관계안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살인범죄를 그리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리고 마지막장을 뺀 4가지의 사건에는 ‘불륜’라는 소재가 아주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다. 모든 사건에 살해와 그 시체, 또 불륜이라는 소재가 반복이기 때문에 소재에 대한 다양성이 아쉬웠다.
기묘하게 숨어있는 트릭들과 몇단계 걸쳐서 풀어지는 반전의 사건 자체는 흥미로웠다. 그러나 저자에게서 나온 문체인지, 번역에서 나온 문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추리소설이라기엔 문체의 호흡이 지루하다. 추리소설만의 긴장감과 사건 특유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언어감각이 부족하게 느껴졌고, 문장 하나에 계속 붙여지는 말들의 연결이 아쉬웠다.
추리소설 특유의 인물 감정 묘사에서도 일반적 추리만화 보는 느낌 이상을 나타내지 못한 듯 보인다. 단편이기 때문에 작품에서 느껴지는 구도적인 아쉬움이나 개연적인 흐름의 전체적인 불리함을 감안을 생각하더라도, 저자의 명성에 비추어봤을 때 그닥 작품성 있는 추리소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탐정클럽’. 신변에 대해 무엇 하나 알려주지 않는 신비성의 전략을 띤 그들에게 독자로서 가져야 할 조금의 관심도 두지 못한 점은 참 유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