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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아이
김민기 지음 / 은행나무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최근 몇 년 새 흉악범죄가 크게 증가했다. 특히 강호순이나 김길태, 유영철과 같은 인물들의 경악할만한 성폭력 연쇄살인범죄는 전 국민의 크나큰 분노를 샀고, 그들은 모두 법정최고형을 선고받았다. 언론을 통해 보도된 피해자 유가족들의 심경을 짐작해보면 너무나 참담하기 그지없다. 또한 그렇게 삶의 마지막을 보내야했던 피해자를 생각하면 아무런 관련이 없이 티비앞에 있는 한사람일지라도 가슴이 많이 아팠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유가족이 된 주인공의 입술을 빌려 말한다. ‘누구도 피해자의 아픔은 깊이 생각할 수 없다고, 생각을 한다 해도 그건 감상일 뿐’이라고 말이다.(p.145) 정말 크게 와 닿았다.
작가는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 편집자와 잡지사 기자 생활을 하다가 소설 창작을 시작해, 현재는 충북 청원에서 동료와 함께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저자는 시련과 좌절 속에서 키우는 사랑과 희망을 통해 감동을 주는 소설로 잘 알려져 있다. ‘가슴에 새긴 너’ , ‘눈물꽃’, ‘들꽃향기로 남은 너’등이 대중적 인기를 모으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널리 알려졌다. 그가 3년의 공백을 깨고 내민 소설 ‘눈물의 아이’는 단숨에 넘겨 읽는 듯한 감정의 흡입력이 엄청났다.
행복한 세 식구.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맘 좋은 아빠 선재, 딸에게 이것저것 가르치고픈 엄마 지현, 엄마에게 시달리면서 유독 아빠한테 맘을 여는 딸 예은. 어느날 예은이가 유괴되고, 14일 만에 산 깊숙한 폐가에서 살해되어 발견된다. 범인은 선재가 새 집을 지을 때 공사현장에서 일했던 인부 박태수.
교도소에서도 범인은 일말의 죄의식도 없이 선재를 농락하며, 형을 줄이기 위해 법정에선 아픈 딸마저 이용한다. 같은 식의 복수를 하기 위해 박태수의 딸을 찾아가고, 복수심이 절정에 오른 순간 같은 장소에 데려가지만 복수는 실패하고 오히려 마음의 평안을 되찾는다. 철천지원수의 딸의 소원인 아빠 박태수를 만나게 하기 위해 법정에서 호소하며, 생명연장의 인공심장수술의 일체비용을 지불한다.
그가 받은 상처와 모든 고통을 그저 ‘용서’라는 가벼운 단어로서 거론한다기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자책감을 버리고 자신을 더 사랑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감으로서 치유되는 과정을 그렸다. 그 안에서 ‘사랑’이라는 고결하고 숭고한 마음을 회복해나가는 결말을 취한다.
그 사랑의 매개체는 단연 박태수의 순수한 딸이다. 분노와 복수심으로 이를 갈며, 눈에 뵈는 게 없을 정도로 극한 고통 속에 시달리는 ‘아빠’ 선재를 변화시킨 이가 다름 아닌 원수의 핏줄이며, 고스란히 아버지의 복수를 되갚아 줄 운명이었던 하늘이다.
그러나 나는 하늘이의 존재나 하늘이의 순수성이 선재를 치유하게 된 동기의 전부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기에 사람을 잘 알아보는 그는 선재의 천성을 좋은 사람으로 보고 있고, 하늘이 역시 그 순수함으로 선재를 좋은 눈으로 보고 있다. 선재 안에 내재 된 선한 양심과 생명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존중감이 어쩌면 복수를 외면할 수 있는 절대적인 구실을 찾기 위해 고통스러워했을 것이고, 하늘이가 마땅히 그런 역할을 잘 해준 것이라 생각한다.
삶에 큰 고통이 있는 자들이 이 소설을 읽는다면, 그 고통이 소설에 고통에 녹여져 눈물번지며 읽게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주인공의 감정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된다. 읽는 내내 마음이 아프다. 표제가 독자를 만들어내는 것인가. 그야말로 ‘눈물의 아이’가 되어서 읽었다.
살해사건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거나 상응하는 큰 충격적 사건을 맞닥뜨려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을 유가족들을 생각해보게 되었고, 그들이 얼마나 많은 정신적인 도움이 필요할지 가늠해보았다. 사회가, 주변 모두가 그들을 좀 더 따뜻하게 품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아픔을 감상한다는 것이 죄스럽게 여겨질 정도로 소설은 현실적이었다. 그리고 조약돌 같은 내 아픔 하나를 잊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