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김정은
이영종 지음 / 늘품(늘품플러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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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미 공화당이 버락 오바마가 이끄는 민주당을 누르며 72만의 압승이라는 쾌거를 올렸다. 공화당의 승리는 한미FTA의 비준처리에 청신호로 해석할 수 있으며 이는 국내 기업의 대미진출여건이 전반전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낳게 한다. 그렇다면 북미관계는 어떨까? 공화당은 전체적으로 대북강경론이 우세하며, 이들 중에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법안을 매년 발의하고 있는 의원도 포함되어 있다. 때문에 공화당의 승리는 북한의 선군정치나 선군외교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과연 지금의 북한에게 공화당의 승리가 상당한 걸림돌이 될 수 있을까. 북한은 자국 내에서도 정치적 걸림돌이 존재하고 있고, 후계 구도에 박차를 기하기 위해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 내밀성을 밀도 있게 그리고 있는 책이 있다. 이름 하야 ‘후계자 김정은.’ 21세기형 봉건 왕조식 3대 세습 권력 구조에 대한 내막을 서슴없이 내보이고 있는 이 책은 표지부터 북한 3대 부자의 얼굴을 박아놓고 있는데, 공통점이라면 독재자들은 턱을 두개씩 보유하고 있었다.

 

저자는 중앙일보 북한 담당기자로 20년 가까이 북한·통일 뉴스를 취재·보도 하고 있다.  그는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미국 우드로윌슨 국제센터 초빙연구원을 거쳐 정치부문 차장으로 재직 중이다.

 

두께에 비해서 제법 값이 비싼 이 책은 전면이 컬러로 프린트 되어 있고, 사진 자료가 풍부하다. 책은 평양 로열패밀리 가계도로부터 시작한다. 독재자의 여자관계와 자식들의 관계가 정리되어 있고, 그 중엔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몇몇의 이름도 기재되어 있다. 주목할 만 한 점은 김일성의 혈통, 김평일과 그 자녀의 얼굴이 실려 있다는 점.

 

책의 포커스는 표제 그대로 ‘김정은’에게 맞춰져 있다. 총 9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1. 베일에 싸인 김정은을 추적하는 과정, 2. 김정일의 여인들 3. 김정일의 쇠약과 후계 진행 4. 김정은의 후계 등극 5. 형제의 권력다툼 6. 후계자 띄우기 7. 김정일의 중국방문 8. 급속한 후계 진행 9. 후계자의 과제 등으로 이어진다.

 

기자가 직접 목격한 사실이 아닌 여러 가지 기사와 관련기관의 발표 등을 종합해서 엮은 책이기 때문에 큰 흐름에서의 대부분의 내용은 언론을 통해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에 기반을 둔다. 우리가 드문드문 들어 알고 있는 내용들을 흐름에 맞추어 정리했기 때문에, 책을 읽어나가면서 북한 정권과 권력중심부에 대한 맥을 짚어나갈 수 있다. 다만, 기자생활을 20년 넘게 해온 그의 저작 문체는 전체적으로 기사문집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기존에 만연해 있는 수많은 정보들을 큰 축으로 해서 저자는 세밀한 사항들을 밀도 있게 풀어 놓는다. 특히 눈길이 가는 부분은 북한 로열패밀리들 중 그동안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인물에 대한 자세함이다.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와 그의 남편 장성택의 부부관계, 김정남의 모 성혜림의 비극적 인생사, 현 김정일의 옆에서 레이디퍼스트 역할을 하는 김옥의 과거, 앞서 언급한 김평일과 그의 자녀 등의 이야기들은 책의 흥미를 더한다.

 

여러 가지 비화도 서슴치 않고 포함시킨 흥미로운 진행이 돋보이지만, 후계 과정에서 드러나는 북한 주민들 혹은 서민계층의 반발에 대한 자세한 사태에 대한 언급, 현 정권이 풀어나가야 할 해결과제 중 정치적면들 외에 사회적·경제적·국제적인 면 등에 대한 언급이 없고, 북한 정권에 대한 다각도의 분석이 없는 점에 아쉬움이 남는다.

 

저자는 기사를 쓰듯, 사실만을 다룬 무표정의 글과 앵커의 클로징멘트 같은 객관적·일반적 생각들을 나열하며 글을 마친다. ‘것이다’가 난무한 기사들과 ‘그랬다’로 끝나는 사실에 기반한 보도성이 짙은 저작에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CEO들의 필독서’라는 홍보문구는 ‘저자의 집필목적과 그 방향성’에 대한 감각이 어디 있는지를 혼란케 한다.

 

현 북한 내 후계 구도의 진행 과정, 그 자체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는 책이다. 무언가를 목적하거나 염두에 두고 읽기보다는, 순수한 호기심을 가지고 북한체제의 권력 흐름을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이에게 어울리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계기로 북한 내 정권의 동향에 관한 뉴스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며, 그 맥락을 잘 이해할 수 있게 있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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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으로 일하고 크게 성공하는 법 황금책방 성공 시리즈 1
리앙즈 지음, 이지연 옮김 / 황금책방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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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급속도로 변화하며 경제적인 발전으로 부흥의 시기를 맛보는 나라는 단연 중국이다. 버블시장의 한계를 안고 있지만 제일의 경제대국마저 위협할만한 기세로 성장하는 중국은 인구만큼이나 인재도 풍부하다. 중국인들은 최근 몇 년 동안 하루아침에 부와 성공을 거머쥐는 벼락부자가 많이 등장했고, 부동산투기나 성장산업에 뛰어들어 거부가 되고자 하는 중국 청년들도 늘어나고 있다. 자연히 중국은 지금 ‘성공’의 시대에 고조된 분위기다.  중국에서 온 이 책은 중국의 이러한 시류를 반영하는 듯 보인다.

 

저자는 리앙즈. 그는 수백 개 기업에 컨설팅을 했으며, 다수 유명 기업의 컨설팅 고문을 맡고 있는 저명한 컨설턴트이다. 베이징 동성동력기업매니지먼트컨설팅 주식회사의 창립자이며, 홍콩 동성국제기업매니지먼트 컨설팅 주식회사 이사를 맡고 있고, 마케팅, 매니지먼트, 조직관리 방면에 있어 독창적 이론을 수립하여 현장에 적용하는 방법을 강의하고 있다.

 

이 책은 성공하는 법에 대한 여러 가지 조언들을 다루고 있다. 크게 5장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성공하는 사람들의 문제 해결 방식, 문제 해결을 위한 자세, 문제 해결 방법, 실패에 대한 조언, 탁월한 성과를 위한 방법 등을 제시하고 있다. 각 주제나 포함된 소주제들의 제목은 아주 익숙하다. 거의 모든 내용이 자기계발 서적이나 일반 CEO 추천서적에서 어김없이 등장해서 식상하기 쉬운 텍스트들이다. 

 

이 책의 가치는 ‘예화’로써 드러난다. 저자의 주장에 뒷받침되어야 할 근거는 교훈이나 깨달음이 참신한 예화가 제공하는데, 주제별로 5개 안팎의 많은 예화들이 주제와 연관되어 있어 메시지를 전하는 데 아주 효과적이다. 또한 각 주제별로 중간 부분에는 ‘중요포인트’로 정리되어 있어 내용을 간결하게 함축시켜 놓았고, 마지막 부분에는 ‘체크 포인트’라는 별도의 섹션이 첨부되어 있어 독자 스스로 내용을 적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저자는 ‘성공’에만 포커스를 두어 성공 이면의 다른 점, 성공과 함께 인격체로서 수반해야 할 점들은 염두에 두지 않은 듯 보인다.

 

결과란 무엇인가? 결과는 행동의 구체화이며, 목표의 실현이고, 임무의 달성으로 승리의 쟁취와 성공의 획득을 의미한다. 결과가 없는 행동은 가치가 없다. (p.212)

 

행동은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따라서 승리를 쟁취하는 것만이 행동의 결과이자 최고의 준칙이다. (p.213)

 

당신이 과정에서 아무리 두각을 나타냈어도 만약 사람들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면, 그 모든 것은 헛수고일 뿐이다. 경쟁의 세계는 이렇게 잔혹하고 냉정하며 당신이 일찍이 아무리 심혈을 기울이고 노력을 했어도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 사장은 당신에게 주는 월급은 금전적인 낭비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p.214)

 

물론, 저자는 현실감각과 생존경쟁의 치열함을 아주 잘 알고 있기에 성공이란 목표에 있어 결코 감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저자의 견해는 극단적이고, 이기적이며 배타적인 마인드가 저변에 깔려있음을 보이고 있고, 이는 선진화 된 문명에서 성공을 추구하는 자세로서 부합하지 않는다고 필자는 생각하고 있다.

 

성과주의가 만연한 시대이기에 시대에 발맞춘답시고 성과주의식으로 회사원을 평가하는 사장은 오히려 생존경쟁에서는 뒤처지는 인물이다. 실리콘 밸리의 구조를 예로 들자면, 의도하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모험이나 도전을 시도하다 실패해서 파산이나 부도위기에 몰린 기업에게는 계속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실패를 거울삼아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실패는 실패일 뿐’이라고 단정 짓는다. 제 2의 도약을 인정하지 않고, 단번에 성과를 올려 성공하라는 식인데, 이는 세상 그 어떤 성공도 실패 앞에 서있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과연 실패에 대한 장려가 없는 기업, 실패에 대한 책임만 묻고 기회를 재부여 하지 않는 기업이나 조직이 건강한 것이며, 그 구조가 타당한 것인가. 또한 실패에 대한 막연한 거부반응을 심어놓게 된다면, 1차적인 성공 그 후의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겠는가? 저자는 재고해야 할 것이다.

 

저자는 동물들의 잔혹한 생존 경쟁을 예로 들며, 성공을 이에 비유한다.

 

따라서 ‘단지 노고와 고생만 있고 공로가 없다면 헛수고일 뿐이다.’ 성공하지 못하고 승리하지 못하면, 당신은 단지 에너지를 소모했을 뿐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성공했을 때만이 당신은 비로소 영웅이 된다. (p.233)

 

직장은 마치 전쟁터와도 같다 (…) 결국에는 경쟁에서 적을 쓰러뜨리고, 최대의 그리고 최후의 승리를 거두어야만 당신의 회사는 영웅이 되고 당신 또한 영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p.234)

 

우리가 사는 사회는 생존 경쟁의 싸움이 치열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저자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성공하는 법을 말하는 책을 집필하는 중이다. 가장 효율적인 성공은 ‘상생의 구조’가 아니겠는가. 길게 내다보았을 땐, 전쟁터에서 적장을 쓰러뜨리는 구조에서 나만 살아남는 것을 추구하기 보다는 윈윈 게임을 지향하는 것이 더 생산적인 방법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주장은 전체적으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서 좋은 조언들을 제공하고 있고, 적절한 예화로써 책의 재미까지 살리고 있다. 직업의 분야를 막론하고 읽어야 할 내용들도 여럿 포함되어 있다. 저자가 말하는 방법론적인 이야기와 실패의 순간에 가져야 할 마음자세 등은 이 시대의 젊은이로서 받아들여야 할 충고들로 가득하다.

 

허나, 저자의 결론이나 일부 주장은 걸러야 할 필터기가 필요하다.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나 ‘이것이 현실’이라는 명분아래 개혁의 필요성을 느끼는 주장들이 섞여있기 때문이다. 시대가 급변할수록 사고의 발전도 요구되는 것 같다. 성공을 추구하되 성공만을 추구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되기에, 좋은 것만을 축출하여 얻을 줄 아는 지혜로운 자들이 읽어야 할 듯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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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 - 행복한 삶을 위한 인문학
김종엽 지음 / 가즈토이(God'sToy)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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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장의 변화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고 나날이 변화하는 추세이다. 젊은 세대인 필자 역시 개인의 목적을 상실한 채 그저 시류에 편승하기 위해 정신없이 휩쓸리다가 잠깐 고개를 드니, 물먹은 자아가 터질 듯이 뻐끔거린다. 쾌속의 시대를 명분삼아 그 속에 가만히 숨어있자니, 문득 존재로서의 정신이 희미해짐을 느끼며 무엇인지 모를 안타까움이 앞선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저자 또한 비슷한 위기감을 느꼈을까. 서론에서 밝히는 집필 목적은 이러하다. 

 

이 책은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정신의 힘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 이 책은 ‘자기 정체성을 위한 철학의 변명’이 될 것이다. (p.23~24)

 

저자는 성균관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도독하여 Ruhr Universitaet Bochum에서 사회학, 신학, 역사학, 철학을 공부하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 메마른 ‘삶의 한가운데’를 반성하고 돌아보는 것이 오늘날 철학의 과제임을 주장하며,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철학적 전통이 깊은 독일에서 오랜 시간 다방면에 걸쳐 공부하여서 그런지 그의 저서에는 학문적 기반이 아주 탄탄하다.

 

이 책은 철학적 개념놀이에 의해 유리된 삶의 한가운데로 되돌아가는 과정을 주된 축으로 삼고 있다. 저자는 일방통행식으로 글쓰기를 진행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삶의 한 가운데서 이해하고자 애쓰는, 글 속에서 자신의 삶을 읽고자 하는 독자의 노력을 요청하고 있다. (p. 15)

 

책은 8가지의 주제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진리와 자기 정체성, 안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 동일성, 자유, 사랑의 질서, 지혜, 죽음, 안락사와 그 철학적 성찰이 그것이다. 한 주제 안에서 5가지 이내의 소주제들로 나뉘어 쓰였는데, 주제 정의와 그에 연관되어 저자가 풀어갈 방향에 대해 설명, 여러 학설 또는 특정 철학자의 의론 게시, 저자의 강론 혹은 견해 등으로 전개된다.

 

저자가 독일에서 신학을 공부한 이력 덕분인지, 책에는 성경구절과 그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여러 군데 반영되어있다. 철학에 근거한 사유를 성경에 비유하여 풀이하거나 해석하여 마무리하는 구도가 참신하다. 저자는 많은 철학자들의 주장을 담고 있으나, 특별히 칸트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은 듯 보였다.

지혜 편에서 ‘중용적 삶이란?’에 대한 내용 중 중용의 삶에 대한 4가지 정의가 인상 깊었다.


‘1. 용기 있는 삶, 2. 자존심을 지키는 삶, 3. 무대가성의 호의를 베푸는 삶 4. 유감과 용서가 펼쳐지는 삶’이 그것인데, 이 부분은 그것을 풀어내는 지혜로운 해설에 마음이 움직이게 된다. 또한, ‘나가는 말’에서 저자가 말하는 행복에 대한 강의가 건강했고, 유익한 부분이었다.

 

‘성공과 행복은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정신의 능력으로부터 온다. 즉 성공과 행복이란 자신을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존재의 선물과도 같은 것이다.’ (p.234)

 

철학적 사유가 짙게 드러나고, 그에 대한 학문적 지식이 넓게 전개되어 있어, 편하게 읽으며 교양서적의 하나로써 들고 다닐 수 있는 가벼운 책은 아니다. 오히려 철학서다운 전문용어들이 많이 사용되어 있고, 독자와의 원활한 소통에 필요한 철학적 기본지식을 요구하는 듯 한 문장력은 그 접근성이 녹록치 않다.

 

허나, 주옥편을 읽는 듯 토시 하나 버릴 게 없는 명문의 서적이다. 탐독할 만한 가치가 있으며, 그렇게 여러 번 읽어나간다면 인문학적 지식 습득은 물론이거니와 삶과 죽음, 존재의 정체성과 사랑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깊이 있게 맛 볼 수 있으며, 인생관에 긍정적 변화를 유도할 의미 있는 책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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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부의 전쟁 in Asia
최윤식.배동철 지음 / 지식노마드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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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우리나라는 G20 정상회의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국가에선 을호 비상령이 선포되었고, 정부의 각 부처마다 의제에 관한 준비에 만전을 기하며 홍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세계 경제 문제를 다루는 최상위 포럼의 의장국이 되면서 우리나라도 경제 대국이라는 민족적 자부심과 긍지에 한껏 기백이 고취되어 오르는 바로 지금, 차가운 이성으로 우리 목전에 놓인 현실을 직시하고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하는 책이 등장했다.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의 공동소장의 저서. 배동철씨는 미국 University of Bridgeport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Clark University 경영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배재대 교수를 역임했다. 블랙다이아몬드클럽 대표이자 일본 미디어 유통 그룹 (주)CCC 최고위 전략기술 고문이며 국내외 경영 코칭 및 비즈니스 컨설팅을 하고 있다. 최윤식씨는 전문미래학자이자, 세계미래학회 정회원이다. 전경련 최고위과정 주임교수, 나사렛대,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학 초빙교수이다. 아시아와 한국을 대표하는 미래예측기법의 대가로서 인정받고 있고, Futures Solution Provider로 활동하고 있다.

 

그들이 야심차게 준비한 이 책은 10년 뒤에 일어날 아시아의 부의 전쟁에 대해 전문적인 분석력을 가지고 세밀하게 예측하고 있다. 목차는 크게 3파트로 나뉜다. 1장은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면에서의 현실을, 2장은 세계적인 측면에서의 환경위기, 타국의 경제상황, 미래신산업에 대한 국가 간 생존경쟁을, 3장은 대한민국의 미래 대응책을 말하고 있다.

 

1장의 첫 문구는 이러하다. ‘놀라지 말라!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시작된 전 세계의 경제위기는 아직 전초전에 불과하다’(p.14) 홈쇼핑처럼 불안감 조장하는 마케팅 전략도 아닐진대, 책은 첫 장부터 독자를 위기의식으로 바짝 졸아버리게 만든다. 그만큼 이 독자는 현실에 무감각하며, 미디어에 종속된 근거 없는 낙관론적 시선으로 한국의 산업시장을 바라보았다는 것이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존 산업들이 후발주자인 중국이나 대만에게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고, 앞서나가는 미국이나 일본의 기술력이 우리나라를 압도하고 있는 넛크래커 현상에 맥을 못 추는 실정이다. 저출산, 고령화의 길을 걸으면서도 시스템 정체를 겪는 우리나라는 앞서 부동산 버블붕괴로 최악의 상황을 맞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그대로 전가될 수 있는 위기이다.

 

세계는 ‘물 전쟁’ 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물부족국가’가 된지 오래다. 물 부족을 겪고 있는 나라들은 강을 이용하기 위해 국가 간 전쟁도 마다않는 실정이 되었다. 신종플루 사태와 같은 바이러스의 진화도 무서운 속도로 인간을 습격하고 있다. 지구의 생태환경을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세계가 계속적으로 아시아를 주목하고 있고, 중국은 급속도로 성장하여 일본을 제치고 세계2위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 저자는 중국의 위험성을 아주 정밀하게 분석하고 있고, 그 위험도가 가히 가볍지 않다. 미국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기 때문에, 기축통화는커녕 시나리오에 따라 중국이 붕괴될 가능성도 열어둔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산업, 로봇산업, 신소재산업, 우주산업 등 미래신산업에 대응향방에 따라 세계시장의 판도는 달라질 것인데, 10년 안에 승부는 판가름이 날 것이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앞으로의 10년 동안 이 새로운 전쟁에 총력을 다 해야 할 것이다.

 

저자는 한반도 통일 시나리오에 대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제시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무래도 통일 비용이다. 통일이라는 큰 과제가 남아있는 현재의 대한민국, 그리고 앞으로의 부의 전쟁에서 생존정도가 아닌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하는 위기의 대한민국. 저자는 6가지의 미래해법을 제시한다. 금융능력향상, 불확실성 속에 숨은 기회 포착, 스토리를 활용한 산업 개발, 다문화 융합에 대한 긍정적 인식 산포, 미래형 인재 개발, 지혜로운 정부 시스템 조직. 등이다.

 

이 책은 세계의 여러 가지 면에서 미래에 대한 세밀한 분석과 예측을 기술하고 있기에, 독자의 시야가 넓어지게 한다. 저자가 가진 현실 인식과 위기의식이 객관적이고 타당한 예측에 의해 설명되어있어 충분히 설득당하고, 공감한다. 문장은 쉽고 간결하여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고, 전문적인 용어는 충분한 설명으로 배려해주고 있다.

 

미래예측의 대가가 쓴 저서답게 이 책은 현 상황에서 우리가 읽을 수 있는 미래예측 저서로서는 최심층부까지 펼쳐낸 책이라고 본다. 우리가 감각적으로 언뜻 예감하는 부분들에 관해서도 요소마다 자세하고 깊이 있게 다루며 예측답게 진행되고 있기에 신뢰성을 갖는다.

 

다만, 미래예측까지는 심도있고, 수긍할만한 분석이지만 마지막 장에서의 해법 제시는 구태의연하고 교과서적인 면이 있다. 다만, 스토리를 활용해서 산업을 장려하는 부분을 ‘충주’에 적용시키는 과정은 흥미로웠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어디서 많이 듣던 해법들로 마무리해 놓은 듯한 느낌이 있다. 그들은 미래를 예측하는 전문가이지 그 해법까지 제시할 전문가는 아님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었을까. 오히려 ‘부의 전쟁’의 가속화로 ‘인간의 영성 고갈에 대한 폐해’에 대한 예측을 더 심도있게 다루었다면 어땠을까.

 

아주 훌륭하고 좋은 책 한권을 읽게 되어 저자를 향한 마음이 감개무량하다. 항상 앞을 내다보고 미래를 예측하며 일을 추진하는 통찰력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는데, 이 책은 통찰의 방법, 미래 예측의 기본 원리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미래 예측 분야에 대한 관심도 생기게 되었다. 2010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2020년도 성큼성큼 다가올 것이다. 연말이 가기 전에 사람들에게 꼭 한번 권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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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아이
김민기 지음 / 은행나무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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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새 흉악범죄가 크게 증가했다. 특히 강호순이나 김길태, 유영철과 같은 인물들의 경악할만한 성폭력 연쇄살인범죄는 전 국민의 크나큰 분노를 샀고, 그들은 모두 법정최고형을 선고받았다. 언론을 통해 보도된 피해자 유가족들의 심경을 짐작해보면 너무나 참담하기 그지없다. 또한 그렇게 삶의 마지막을 보내야했던 피해자를 생각하면 아무런 관련이 없이 티비앞에 있는 한사람일지라도 가슴이 많이 아팠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유가족이 된 주인공의 입술을 빌려 말한다. ‘누구도 피해자의 아픔은 깊이 생각할 수 없다고, 생각을 한다 해도 그건 감상일 뿐’이라고 말이다.(p.145) 정말 크게 와 닿았다.

 

작가는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 편집자와 잡지사 기자 생활을 하다가 소설 창작을 시작해, 현재는 충북 청원에서 동료와 함께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저자는 시련과 좌절 속에서 키우는 사랑과 희망을 통해 감동을 주는 소설로 잘 알려져 있다. ‘가슴에 새긴 너’ , ‘눈물꽃’, ‘들꽃향기로 남은 너’등이 대중적 인기를 모으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널리 알려졌다. 그가 3년의 공백을 깨고 내민 소설 ‘눈물의 아이’는 단숨에 넘겨 읽는 듯한 감정의 흡입력이 엄청났다.

 

행복한 세 식구.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맘 좋은 아빠 선재, 딸에게 이것저것 가르치고픈 엄마 지현, 엄마에게 시달리면서 유독 아빠한테 맘을 여는 딸 예은. 어느날 예은이가 유괴되고, 14일 만에 산 깊숙한 폐가에서 살해되어 발견된다. 범인은 선재가 새 집을 지을 때 공사현장에서 일했던 인부 박태수.

 

교도소에서도 범인은 일말의 죄의식도 없이 선재를 농락하며, 형을 줄이기 위해 법정에선 아픈 딸마저 이용한다. 같은 식의 복수를 하기 위해 박태수의 딸을 찾아가고, 복수심이 절정에 오른 순간 같은 장소에 데려가지만 복수는 실패하고 오히려 마음의 평안을 되찾는다. 철천지원수의 딸의 소원인 아빠 박태수를 만나게 하기 위해 법정에서 호소하며, 생명연장의 인공심장수술의 일체비용을 지불한다.

 

그가 받은 상처와 모든 고통을 그저 ‘용서’라는 가벼운 단어로서 거론한다기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자책감을 버리고 자신을 더 사랑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감으로서 치유되는 과정을 그렸다. 그 안에서 ‘사랑’이라는 고결하고 숭고한 마음을 회복해나가는 결말을 취한다.

 

그 사랑의 매개체는 단연 박태수의 순수한 딸이다. 분노와 복수심으로 이를 갈며, 눈에 뵈는 게 없을 정도로 극한 고통 속에 시달리는 ‘아빠’ 선재를 변화시킨 이가 다름 아닌 원수의 핏줄이며, 고스란히 아버지의 복수를 되갚아 줄 운명이었던 하늘이다.

 

그러나 나는 하늘이의 존재나 하늘이의 순수성이 선재를 치유하게 된 동기의 전부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기에 사람을 잘 알아보는 그는 선재의 천성을 좋은 사람으로 보고 있고, 하늘이 역시 그 순수함으로 선재를 좋은 눈으로 보고 있다. 선재 안에 내재 된 선한 양심과 생명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존중감이 어쩌면 복수를 외면할 수 있는 절대적인 구실을 찾기 위해 고통스러워했을 것이고, 하늘이가 마땅히 그런 역할을 잘 해준 것이라 생각한다.

 

삶에 큰 고통이 있는 자들이 이 소설을 읽는다면, 그 고통이 소설에 고통에 녹여져 눈물번지며 읽게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주인공의 감정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된다. 읽는 내내 마음이 아프다. 표제가 독자를 만들어내는 것인가. 그야말로 ‘눈물의 아이’가 되어서 읽었다.

 

살해사건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거나 상응하는 큰 충격적 사건을 맞닥뜨려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을 유가족들을 생각해보게 되었고, 그들이 얼마나 많은 정신적인 도움이 필요할지 가늠해보았다. 사회가, 주변 모두가 그들을 좀 더 따뜻하게 품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아픔을 감상한다는 것이 죄스럽게 여겨질 정도로 소설은 현실적이었다. 그리고 조약돌 같은 내 아픔 하나를 잊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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