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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자 김정은
이영종 지음 / 늘품(늘품플러스) / 2010년 10월
평점 :
11월 2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미 공화당이 버락 오바마가 이끄는 민주당을 누르며 72만의 압승이라는 쾌거를 올렸다. 공화당의 승리는 한미FTA의 비준처리에 청신호로 해석할 수 있으며 이는 국내 기업의 대미진출여건이 전반전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낳게 한다. 그렇다면 북미관계는 어떨까? 공화당은 전체적으로 대북강경론이 우세하며, 이들 중에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법안을 매년 발의하고 있는 의원도 포함되어 있다. 때문에 공화당의 승리는 북한의 선군정치나 선군외교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과연 지금의 북한에게 공화당의 승리가 상당한 걸림돌이 될 수 있을까. 북한은 자국 내에서도 정치적 걸림돌이 존재하고 있고, 후계 구도에 박차를 기하기 위해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 내밀성을 밀도 있게 그리고 있는 책이 있다. 이름 하야 ‘후계자 김정은.’ 21세기형 봉건 왕조식 3대 세습 권력 구조에 대한 내막을 서슴없이 내보이고 있는 이 책은 표지부터 북한 3대 부자의 얼굴을 박아놓고 있는데, 공통점이라면 독재자들은 턱을 두개씩 보유하고 있었다.
저자는 중앙일보 북한 담당기자로 20년 가까이 북한·통일 뉴스를 취재·보도 하고 있다. 그는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미국 우드로윌슨 국제센터 초빙연구원을 거쳐 정치부문 차장으로 재직 중이다.
두께에 비해서 제법 값이 비싼 이 책은 전면이 컬러로 프린트 되어 있고, 사진 자료가 풍부하다. 책은 평양 로열패밀리 가계도로부터 시작한다. 독재자의 여자관계와 자식들의 관계가 정리되어 있고, 그 중엔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몇몇의 이름도 기재되어 있다. 주목할 만 한 점은 김일성의 혈통, 김평일과 그 자녀의 얼굴이 실려 있다는 점.
책의 포커스는 표제 그대로 ‘김정은’에게 맞춰져 있다. 총 9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1. 베일에 싸인 김정은을 추적하는 과정, 2. 김정일의 여인들 3. 김정일의 쇠약과 후계 진행 4. 김정은의 후계 등극 5. 형제의 권력다툼 6. 후계자 띄우기 7. 김정일의 중국방문 8. 급속한 후계 진행 9. 후계자의 과제 등으로 이어진다.
기자가 직접 목격한 사실이 아닌 여러 가지 기사와 관련기관의 발표 등을 종합해서 엮은 책이기 때문에 큰 흐름에서의 대부분의 내용은 언론을 통해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에 기반을 둔다. 우리가 드문드문 들어 알고 있는 내용들을 흐름에 맞추어 정리했기 때문에, 책을 읽어나가면서 북한 정권과 권력중심부에 대한 맥을 짚어나갈 수 있다. 다만, 기자생활을 20년 넘게 해온 그의 저작 문체는 전체적으로 기사문집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기존에 만연해 있는 수많은 정보들을 큰 축으로 해서 저자는 세밀한 사항들을 밀도 있게 풀어 놓는다. 특히 눈길이 가는 부분은 북한 로열패밀리들 중 그동안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인물에 대한 자세함이다.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와 그의 남편 장성택의 부부관계, 김정남의 모 성혜림의 비극적 인생사, 현 김정일의 옆에서 레이디퍼스트 역할을 하는 김옥의 과거, 앞서 언급한 김평일과 그의 자녀 등의 이야기들은 책의 흥미를 더한다.
여러 가지 비화도 서슴치 않고 포함시킨 흥미로운 진행이 돋보이지만, 후계 과정에서 드러나는 북한 주민들 혹은 서민계층의 반발에 대한 자세한 사태에 대한 언급, 현 정권이 풀어나가야 할 해결과제 중 정치적면들 외에 사회적·경제적·국제적인 면 등에 대한 언급이 없고, 북한 정권에 대한 다각도의 분석이 없는 점에 아쉬움이 남는다.
저자는 기사를 쓰듯, 사실만을 다룬 무표정의 글과 앵커의 클로징멘트 같은 객관적·일반적 생각들을 나열하며 글을 마친다. ‘것이다’가 난무한 기사들과 ‘그랬다’로 끝나는 사실에 기반한 보도성이 짙은 저작에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CEO들의 필독서’라는 홍보문구는 ‘저자의 집필목적과 그 방향성’에 대한 감각이 어디 있는지를 혼란케 한다.
현 북한 내 후계 구도의 진행 과정, 그 자체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는 책이다. 무언가를 목적하거나 염두에 두고 읽기보다는, 순수한 호기심을 가지고 북한체제의 권력 흐름을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이에게 어울리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계기로 북한 내 정권의 동향에 관한 뉴스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며, 그 맥락을 잘 이해할 수 있게 있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