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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 - 행복한 삶을 위한 인문학
김종엽 지음 / 가즈토이(God'sToy)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세계 시장의 변화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고 나날이 변화하는 추세이다. 젊은 세대인 필자 역시 개인의 목적을 상실한 채 그저 시류에 편승하기 위해 정신없이 휩쓸리다가 잠깐 고개를 드니, 물먹은 자아가 터질 듯이 뻐끔거린다. 쾌속의 시대를 명분삼아 그 속에 가만히 숨어있자니, 문득 존재로서의 정신이 희미해짐을 느끼며 무엇인지 모를 안타까움이 앞선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저자 또한 비슷한 위기감을 느꼈을까. 서론에서 밝히는 집필 목적은 이러하다.
이 책은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정신의 힘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 이 책은 ‘자기 정체성을 위한 철학의 변명’이 될 것이다. (p.23~24)
저자는 성균관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도독하여 Ruhr Universitaet Bochum에서 사회학, 신학, 역사학, 철학을 공부하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 메마른 ‘삶의 한가운데’를 반성하고 돌아보는 것이 오늘날 철학의 과제임을 주장하며,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철학적 전통이 깊은 독일에서 오랜 시간 다방면에 걸쳐 공부하여서 그런지 그의 저서에는 학문적 기반이 아주 탄탄하다.
이 책은 철학적 개념놀이에 의해 유리된 삶의 한가운데로 되돌아가는 과정을 주된 축으로 삼고 있다. 저자는 일방통행식으로 글쓰기를 진행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삶의 한 가운데서 이해하고자 애쓰는, 글 속에서 자신의 삶을 읽고자 하는 독자의 노력을 요청하고 있다. (p. 15)
책은 8가지의 주제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진리와 자기 정체성, 안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 동일성, 자유, 사랑의 질서, 지혜, 죽음, 안락사와 그 철학적 성찰이 그것이다. 한 주제 안에서 5가지 이내의 소주제들로 나뉘어 쓰였는데, 주제 정의와 그에 연관되어 저자가 풀어갈 방향에 대해 설명, 여러 학설 또는 특정 철학자의 의론 게시, 저자의 강론 혹은 견해 등으로 전개된다.
저자가 독일에서 신학을 공부한 이력 덕분인지, 책에는 성경구절과 그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여러 군데 반영되어있다. 철학에 근거한 사유를 성경에 비유하여 풀이하거나 해석하여 마무리하는 구도가 참신하다. 저자는 많은 철학자들의 주장을 담고 있으나, 특별히 칸트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은 듯 보였다.
지혜 편에서 ‘중용적 삶이란?’에 대한 내용 중 중용의 삶에 대한 4가지 정의가 인상 깊었다.
‘1. 용기 있는 삶, 2. 자존심을 지키는 삶, 3. 무대가성의 호의를 베푸는 삶 4. 유감과 용서가 펼쳐지는 삶’이 그것인데, 이 부분은 그것을 풀어내는 지혜로운 해설에 마음이 움직이게 된다. 또한, ‘나가는 말’에서 저자가 말하는 행복에 대한 강의가 건강했고, 유익한 부분이었다.
‘성공과 행복은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정신의 능력으로부터 온다. 즉 성공과 행복이란 자신을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존재의 선물과도 같은 것이다.’ (p.234)
철학적 사유가 짙게 드러나고, 그에 대한 학문적 지식이 넓게 전개되어 있어, 편하게 읽으며 교양서적의 하나로써 들고 다닐 수 있는 가벼운 책은 아니다. 오히려 철학서다운 전문용어들이 많이 사용되어 있고, 독자와의 원활한 소통에 필요한 철학적 기본지식을 요구하는 듯 한 문장력은 그 접근성이 녹록치 않다.
허나, 주옥편을 읽는 듯 토시 하나 버릴 게 없는 명문의 서적이다. 탐독할 만한 가치가 있으며, 그렇게 여러 번 읽어나간다면 인문학적 지식 습득은 물론이거니와 삶과 죽음, 존재의 정체성과 사랑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깊이 있게 맛 볼 수 있으며, 인생관에 긍정적 변화를 유도할 의미 있는 책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