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토닉 러브 - 지혜의 사랑과 교육의 토톨러지
조무남 지음 / 럭스미디어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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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설이나 독자의 감정에 호소하고 있는 책은 주로 집에서 편하게 읽는 편이고, 정보나 전문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책은 밖에서 이동하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읽는다. 안에서는 할 일이 많아서 자칫하면 덮어버리기 쉽기 때문일 것이고,  밖에서는 시간을 아끼려고 괜한 집중력을 발휘하는 습관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당연히 밖으로 들고 나갔지만 당당히 꺼내보기에는 조금의 망설임이 있었다. 




표제.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플라토닉 러브’란 말의 의미는 책에서 말하고 있는, 소크라테스가 지향했던 그 ‘지혜의 사랑’ 이란 뜻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에로스와 정반대의 의미로서 육체적 사랑을 거부하는 남녀의 순결한 정신적 교감으로서의 사랑, 손 한번 잡지 않고도  무탈하게 지속할 수 있는 애정관계를 일컬을 때 우리는 ‘플라토닉 러브’ 라는 말을 쓴다. 즉, 요즘 세대에서는 정신적으로 혹은 성적으로 일반인의 범주에 들지 않는 사람들이나 입에 올릴 법한 단어 정도라고나 할까. 지극히 문란한 시대를 목도하고 있는 젊은 여성으로서 , 남들 앞에서 수녀지망생이라도 되는 양 플라토닉 러브를 들고 있기에 나는 조금 겸연쩍었다. 용어의 본질적인 의미를 퇴색시키는 이 독의 무지야말로 부끄러이 여겨야 함에도 말이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있다. 1장은 소크라테스의 학설적인 소개, 소크라테스의 무대인 아고라와 그 주변 지형에 대해 잘 알 수 있다. 2장은 소크라테스의 주요 논쟁의 주제들과 그의 사상적 견해들을 알 수 있고, 아름다움의 고차원적 의미에 대하여 다각도로 들여다보게 된다. 3장은 소크라테스의 제자들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소크라테스의 제자라고 하면 으레 플라톤만을 떠올리기 쉬운데, 이 장에서는 알키비아데스와 크리티아스라는 그의 실패작들에 대한 내용으로 독자의 흥미를 사로잡는다. 마지막 장에서는 처음 저자가 물었던 그 본질적인 집필목적에 대한 마무리를 저자 나름의 철학적 사유들로 정리하고 있다. 




저자의 생각이 글 속에 아주 자연스럽고도 농도 짙게 들어가 있어서 지식전달과 함께 철학적인 생각의 갈피를 잡을 수 있어 좋았다. 여러 지식적인 면에서 많은 도움을 건네는 ‘사색의 방’이라는 섹션이 있는데, 전문적 용어 설명과 그 배경까지 자세한 내용이 기록되어있다. 특히 고대 그리스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내용, 그리스 신화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여러 차례 자세히 설명되어있어 내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군데군데 삽입되어있는 삽화나 사진자료 등도 역사 교과서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자세한 설명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저자가 얼마나 공 들여 만든 저서인지를 계속적으로 깨닫게 된다고나 할까. 




소크라테스에 대한 아주 세세한 내용까지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책이다. 특히나 그의 인격적인 덕이 어떠했는가와 교육이라는 부분에서의 그의 행적을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철학적 전문지식을 아주 쉽게 잘 전달해주면서도, 독자의 숙제로서 남겨둔 여러 가지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물음들을 연결해 나가기에는 결코 녹록치 않은 내용들이었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소크라테스라는 인류의 가장 큰 선생을 만나 반가웠고, 저자가 들려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에 몰입하여 고대 그리스라는 세상에서 같이 호흡하며 사유할 시간을 가지게 된 것 같아 좋은 시간이었다. 지혜의 사랑, 그 귀중한 가치를 추구하며 독자 또한 진정한 아름다움을 내 것으로 담아야겠다는 마음 하나 두드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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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학 - 우리는 왜 쇼핑하는가
마틴 린드스트롬 지음, 이상근.장석훈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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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자들이 스트레스를 푸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단연 쇼핑이다. 필요했던 물건을 손 안에 넣는 기쁨도 아니요, 구매자로서의 대우가 주는 착각의 자긍심도 아니다. ‘지름신이 강림했다’고 하는 그 순간이 주는,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고 그저 저 물건을 내 것으로 만드는 자유이다. 그런 쇼핑에 ‘학문’이 붙는다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까. 쇼핑의 실용적 기능? 마케팅? 소비심리? 




이 책은 쇼핑학이라고 해서 단순히 쇼핑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나 쇼핑의 시대별변천사를 나열하며 쇼핑의 바람직한 미래에 대해서 논하고 있지는 않다. 표제는 내용에 비해서는 광범위하고 다소 과대포장, 즉 마케팅의 일환으로 쓰였다는 생각이다. 




이 책은 저자가 실행한 규모가 큰 어느 실험에 대한 논문과도 같이 보인다. 저자는 기업이 실행하고 있는 여러 가지 마케팅들이 소비자들에게 여과없이 잘 전달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3년 동안 2000명이 넘는 인원의 뇌를 최신 장비를 이용해서 검사했다. 이 실험을 통하여 저자는 기존의 상식을 뛰어 넘는 결과들과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마케팅 광고 전략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저자는 마틴 린스트롬. 현재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마케팅 전문가이다. 그의 저서 ‘브랜드 센스’는 월스트리트 저널로부터 지금까지 발견된 최우수 마케팅 서적 열 권 중 하나라는 찬사를 받았다. 전 세계적으로 100만 명이 넘는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저자는 굴지의 글로벌 기업의 고위 경영진들에게 조언하면서 매년 300일을 길 위에서 보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저자의 책에서는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에 대해 조언했던 저자 스스로의 여러 경험들과 축적된 지식을 여러 번 접하게 된다.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있다. 추천사로 시작해서 머리말, 본문, 맺음말, 부록, 참고문헌, 주석,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까지 구성되어있는 것이 인상 깊다. 머리말에서의 도입은 독자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으나 제 1장이 집중도를 잃게 한다. 내용이 단락별로 계속 변하고 있는데, 아직 책에 대한 분명한 파악이나 저자의 의도를 읽어내기도 전에 저자의 경험담과 저자가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이 뒤죽박죽 섞여있어서 대체로 산만했다. 특별히 ‘뉴로마케팅’이라는 새로운 용어와 그 내용을 설명해주는 부분이기에 더 아쉬웠다. 




대체로 흥미로운 실험과 그 결과들이었다. 로고나 자극적 문구들이 효과가 반사되어 나타난다는 점과 감각적인 마케팅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저자의 실험은 직접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의 뇌를 검사하여 더 신뢰할만한 바탕이 된 것 같다. 또한 지금의 실험이 인간의 뇌를 분석하는 초기의 단계라고 하니 앞으로는 기업들이 더 많은 검증자료를 가지고 소비자를 공략할 것이라는 예상을 해본다. 그러한 점에서 이 책은 기업의 전략적 마케팅의 주요 목표물이 되지 않고 똑똑하게 쇼핑하는 소비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지식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좋았다. 무분별한 광고들에 대해서 좀 냉정한 시선을 가져야 할 때. 저자의 서적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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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늦지 않았다 - 삶을 변화시키는 작은 실천 171가지
패트릭 린지 지음, 고은경 옮김 / 참나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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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를 잡으려면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고, 준비 된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야 하는 까닭은 그 기회란 놈이 전 인생에서 몇 번 주어지지 않으며, 버스 지나가듯이 놓치기 쉽기 때문이다. 기회의 때를 놓치게 되는 그 상실감은 실패자로서 느끼는 감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달리기를 해도 천분의 일초를 다퉈야 하고, 휴대폰 하나를 골라도 click 직후의 인식 속도에 가장 민감한 그야말로 타이밍의 시대, 저자의 목소리에 마음이 울렸다.

 

누런 색, 옛날 방바닥 장판 색깔이 생각나게 하는 표지엔 파랑새 세 마리가 날아가고 있다. 가볍고, 자유롭게. 속지는 오래 된 서적 느낌이 나게 하려는 것인지 가장자리 부근에 갈색 빛이 돌게 했다. 그러나 재질은 아주 부드럽고 매끈한 것이 자꾸만 만지게 된다. 디자인부터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는지가 고스란히 보이는 책이다.

 

저자는 패트릭 린지. 호주의 저명한 넌픽션 작가이다. 25년간 저널리스트와 방송 진행자로 활동하다 2001년 전업작가가 되었다. 2차 대전 당시 호주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코코다 전투에 관한 넌픽션 ‘코코다 정신’의 저자로 널리 알려졌고 이후 많은 사람들에게 심리적 조언과 영감을 준 ‘지금도 늦지 않았다’ 시리즈 3권을 포함, 12권의 베스트셀러를 저술했다.

 

171개의 주제를 가지고 저자는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독자들을 독려하고 있다. 쭉 읽어 나가다보면 저자의 접근이 아주 작은 것, 사소한 일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세월과 상식을 무색케 하는 용기와 행복을 맛 볼 수 있다. 저자의 조언의 방식은 아주 세련되어있다. 인생의 참 된 깊이가 묻어나오는 글이기에, 많은 말로써의 설명이나 논리적인 어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조언임에도 오히려 그 분위기에 힘을 갖는다.

 

영어 본문이 함께 실려져 있어 좋았다. 저자의 본문을 직접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했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명확한 메시지를 구분할 수 있었다. 모든 주제 밑에는 명사들의 명언이나 격언들이 적혀 있는데 그 나름의 좋은 조언이 되었고, 깊게 생각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인생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희망과 용기를 샘솟게 하면서도 앞으로 어떤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삶을 더 풍요롭게 영위해 나가면 좋을지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이었다. 오래 살진 않았지만 후회하지 않는 인생이 되기 위해 시야를 더 넓히고, 조금 더 속력을 낮추어서 여유를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 놓인 글자 수는 마음을 가볍게 해주고 있으나, 독자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서는 결코 가벼울 수없는 내용인 듯싶다. 내일을 바라보기에 조금 지쳐있는 영혼에게 큰 자산을 안겨주는 책이라고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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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코칭 - 취업 준비는 인생 설계부터
김재원 지음 / 거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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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 지난 1999년 IMF 한파 이후로 지겹도록 들어오는 단어 중 하나이다. 지금은 경제 대통령을 만나 명목경제성장률도 높아졌고, 실제 체감경기도 좋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은 대기업들이 신규채용인원을 확대하고 그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점이다. 그러나 단기간의 몇몇 상황을 토대로, 세계 금융시장이 휘청거리는 이때에 진행되고 있는 거대한 취업난이 해소되어가는 과정에 있다고는 볼 수는 없다. 또한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몇 명을 채용하느냐가 아닌 한명을 뽑아도 내가 주인공이 될 준비가 되어있느냐의 싸움일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이 책은 독자들을 취업의 경쟁시장 안에서 철저히 준비시켜줄 수 있다. 저자는 머리글에서 취업 준비는 인생의 목표를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단순히 취업 준비생들에게 실질적인 요령과 스킬 등의 전수만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저자가 실제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지도하고 가르치고 있기 때문일까. 현재 취업준비생들의 부족한 점과 불안요소, 갖춰야 할 핵심요소 등을 아주 잘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김재원. 연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윌리엄스 칼리지를 거쳐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양대학교 경상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20년 이상 재직하고 있으며, ‘일과 직업의 세계’와 ‘디지털 시대의 취업과 경력개발’을 강의하고 있다. 한국노동교육학회장을 역임, 한국경제교육 학회장과 전경련을 비롯한 경제와 노동계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과 직업의 세계’로 전경련 우수 도서상을 수상했다.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있다. 저자는 무엇보다 독자들에게 현실의 눈을 뜨게 한다. 한 가지 시선에 국한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독자 스스로가 판단할 수 있게 하되, 긍정적인 메시지로 끝내려고 노력하고, 특별히 소주제 안에서도 독자가 더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발전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끔 유도하고 있다. 또 장기적인 시선으로서 미리 준비하면 좋은 것들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 또한 실질적인 준비 방법에 있어서도 알아두면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고, 그 내용 또한 실천적 동기를 부여함에 있어 큰 설득력을 지닌다.

 

부제의 문구들이 모두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제목 선정부터 한 가지 내용도 놓칠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다. 단락별로 밑 부분에 핵심내용이 정리되어 있고, 마지막 장에는 다시한번 간결하게 요약되어 있어 하나의 주제 안에서 저자의 메시지를 보다 명확하게 연결할 수 있었다. 특히 책 전반에 걸쳐 저자는 광범위한 자료들을 수집하여 내용과 함께 직접 보여주고 있다. 여러 가지 예시나 제시된 사례들을 읽어보면서 직접 저자의 직강을 듣는 듯한 느낌도 받았고, 실질적으로 서류 작성이나 주의할 점 등에 대해 맥을 잡을 수 있었다.

 

책을 보면서 감정적으로는 조금 삭막한 느낌이 있었다. 피가 끓는 젊은이로서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이 되기 위해, 그 부류에서 박탈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살기 위해 준비할 것도 많고, 통제 할 것도 많으며, 생각해야 할 점들도 적지 않다. 사회생활 첫 단계부터 이렇게 빡빡해서야 원-. 하는 생각이 스친다.

 

그러나 취업 때문에 고민하고, 혼자 씨름하는 지금의 많은 청년들에겐 아주 소중한 서적이 될 것이라 자부한다. 취업이란 두 글자에 포커스가 맞춰져있기 때문에 취업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에 모든 필력을 쏟았다. 시대적인 점을 고려할 때, 지금의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필수교과서로서 자리매김할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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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잃은 날부터
최인석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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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잃은 날부터. 제목만으로 책을 짐작해보았더니 너무 뻔한 스토리들이 머릿속을 부유했다. 연인과 헤어지고 난 날부터 폐인이 되었다던가하는 절망적 분위기의 흐릿한 정서 혹은 자유를 만끽하면서도 공허함만 쌓여가는 연애후반전 이야기 정도. 항상 책 한권을 끝내면서 느끼는 것은 드라마를 쓰는 작가는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추어야 하지만, 책을 쓰는 작가는 결코 독자의 수준에 머물러서는 성공할 수 없구나 하는 점.

 

표지는 흰 바탕에 보랏빛이 가미되어있다. 뭐, 디자인에 큰 공을 들인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글로써만 승부한다는 것일까. ‘잃은’ 이라는 단어는 흡사 물에 적신 종이에 잉크가 번진 것처럼 진보라색으로 강조가 되어있다. 세상의 썩을 논리에, 편하게 가지려는 욕망에, 그런 유혹과 열등감에 갇혀 파괴되어가고 있는 그녀, 그러나 알면서도 놓아버릴 수 없는 순수한 그의 사랑. 그것을 그려가고 있는 작품이다. 그래도 아직 저자가 의도가 담긴 제목의 뚜렷한 의미는 읽어낼 수 없다.

 

저자는 최인석. 표지에 사진이 작게 실려 있다. 그의 인상은 마치 동네에서 바둑깨나 두는 아저씨를 보는 것 같다. 아, 실례인가. 1979년 희곡 ‘내가 잃어버린 당나귀’가 계간 ‘연극평론’에 게재되면서 등단. 1980년 희곡 ‘벽과 창’으로 한국문학사 신인상 수상. 이후 희곡 ‘그 찬란하던 여름을 위하여’로 대한민국문학상과 영희연극상 등을 수상. 1987년 ‘소설문학’장편소설 공모에 ‘구경꾼’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소설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대산문학상, 박영준문학상등을 수상하면서 지금까지 꾸준히 소설을 펴내고 있다.

 

희곡으로 문단활동을 시작하셔서 그런지 구성이 드라마틱하다. 영화 한편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장면 전환이나 구성, 전개, 호흡, 흐름 등. 저자의 문학적 연출력이 아주 뛰어나다. 다른 소설보다는 속도가 차별화되는 듯하다. 마치 감독이 ‘컷’하고 지나가듯이. 문체가 워낙 리얼하고, 분위기에 비해 무겁지 않고 산뜻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준성과 서진의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몰입될 수 있지만, 저자는 그저 사랑놀음을 써놓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준성의 시나리오나 서진의 가족사, 명선아파트 골조건물 이야기 등이 적절히 배합되어 저자의 메시지를 심화시키는 장치로서의 역할을 한다.

 

서진. 아주 개념 없는 철부지. 인생 막장인 구제불능. 내 쪽에선 그렇게 읽혀지며, 준성의 사랑이 아깝고, 미련하고, 부질없다고 생각했다. 뻔뻔하기 그지없는 오서진이도 싫고, 그걸 다 받아 줘가면서도 ‘난 네가 무슨 짓을 해도 사랑해’라며 교도소에 영화나 상영하는 준성의 그 얼빠진 사랑도 마음에 안 들었다. 왜? 저런 계집에게 어울리지 않는 남자이며, 현실에선 잘 볼 수 없는 캐릭터이기에 맘이 상해버린 탓이리라.

 

재밌었다. 기대 이상으로 재밌었다. 저자가 얼마나 사전조사를 철저히 했는지, 저자의 직업과 그 활동내역에서 충분히 드러난다고 본다. 강동구가 배경이 되니 그것도 아주 친근감 있고 반가웠다. 읽으면서 쭉 들었던 생각은, 저자의 다른 소설들도 꼭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이었다. 사람으로서, 세상 편에서 한참 놀아나야하는 젊은 인생으로서, 인생에 대한 삶의 가치에 대한 많은 질문들을 던져주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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