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 수업 - 성장과 도약을 선물하는 최고의 인생 교과서
도코 다케히사 지음, 박혜령 옮김 / 토네이도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김은정 작가의 ‘서른만 실종된 최순자’에서 29살인 주인공 순자는 변호사에게 목돈을 빌려주고는 불법적으로 호적의 나이를 12년이나 되돌려 서른 살이 실종된 인생을 꾸린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단순히 서른이라는 나이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서른을 생각하지 않고 있던 저자에게는 여자 나이 서른이라는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유도제가 되었다.

 

또 한 번 ‘서른’이라는 제목을 들고 있는 책을 보였다. ‘서른 살 수업’. 서른이란 나이에서 배워야 할 총체적 수업임을 자처하고 있는 듯한 표지 문구 ‘성장과 도약을 선물하는 최고의 인생 교과서’, ‘30대에  살아남는 아마추어는 없다!’는 모든 젊은이들이 기다려왔을 법한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다. 늙으나 젊으나 닥쳐오는 미래에 대한 위기감을 가지고 있는 시대고, 특히나 지금의 젊은이들은 서른이란 나이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 같은 것이 있지 않는가. 패기와 열정으로 뭉쳤다는 피 끓는 청춘일지라도, 개체로서 바라보는 세상은 빠르고 복잡하기만 하다.

 

책은 총 5가지 주제로 나뉘는데, 뭐 특별한 것이 없다는 게 단점이다. 나 자신을 알고, 꿈을 구체화하여 기록하고, 소통의 스킬을 높이고, 경제 관련 지식을 좀 쌓고, 긍정적 자기암시로 성공을 꿈꿔라. 이것이 저자의 핵심 내용이다. 저자는 유로화를 대표하는 30대 비즈니스 컨설턴트이자 자기계발 코칭 전문가라고 한다. 잘나가는 대기업 때려치우고도 1년 6개월 만에 억대 연봉으로 경제적 성공과 명예를 얻게 된 저자는 이 책의 자신의 경험을 많이 녹아내고 있다.

 

근데 뭐 솔직히 읽다보면 내용은 지금까지 다 다른 책에서 전문가들이 조언해 왔던 얘기 그 이상이 아니다. 저자가 감명 깊게 읽었던 자기 계발서 핵심내용을 종합적으로 추려놓은 듯한 인상을 풍긴다. 한마디로 새로운 발상을 가지고 책을 꾸려나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더 실망한 이유는 ‘서른 살’이라는 나이에 필요한 조언, 그러니까 서른 살 만이 이해하고, 서른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특화되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누구나 읽어도 되는 책이다.

 

왜 그렇게 느껴지는고 하니, 내용 자체가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이기 때문에 저자가 들려주는 교훈도 서른에게만 해당하는 사항이 아니라고 여겨지는 것이다. 나를 아는 과정은 10대부터 고민해야 할 사항인데 서른에 다다른 독자가 ‘나를 알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은 쉽사리 와 닿지 않는다. 성공에 대한 꿈을 적은 ‘드림 카드’ 작성 또한 서른만을 위한 준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해석하다보면 사실 이 책의 제목은 젊은이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홍보 전략적 표제려고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책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내용은 우수하다. 서른을 향해 가고 있는 젊은이에게 많은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도 확실하다. 그러나 ‘서른살’이란 단어와 그 옆에 쓰여진 문구들로 인한 기대감을 가지고 본 필자에게는 확실히 깊이 없는 책이 되었다. 속은 느낌에 찜찜한 기분으로 읽어나가게 된달까. 그저 괜찮은 조언들로 자기계발을 유도하고자 하는 나이대 상관없는 도서라고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보들의 결탁 - 퓰리처상 수상작
존 케네디 툴 지음, 김선형 옮김 / 도마뱀출판사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관계를 형성해가는 과정에서 대화를 나눌 때, 흔히들 ‘어떤’이라는 관형사를 통한 접근을 시도하는 것에 익숙하다. 이를테면 ‘어떤 음악을 좋아하세요?’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세요?’ ‘어떤 사람을 좋아하세요?’라고 물으면서 그 나름의 공통분모를 찾는 것이다. 필자에게는 가장 난감한 류의 질문인데, 특히 ‘어떤 책을 가장 좋아하냐’고 물을 때 뭐라고 대답하기가 참 그랬었다. 뭐 얼마나 읽어봤다고 어떤 책을 논하겠나. 그런데 오늘 읽은 이 책이 그에 대한 대답으로 참 오래 쓰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 존 케네디 툴. 1937년 미국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났다. 튤레인대학을 우등으로 졸업하고, 컬럼비아 대학에서 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박사 과정을 밟던 중 미 육군에 징집되어 복무하게 되면서 <바보들의 결탁>를 쓰기 시작했다. 제대 후 뉴올리언스로 귀향해 원고를 완성시켰으나, 이를 받아본 유명 출판사 사이먼 앤 슈스터는 출간을 거절한다. 이어지는 원고의 수정과 출판사들의 퇴짜, 그리고 어머니와의 불화로 그는 점차 심한 우울증과 편집증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1969년 그는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의 사후 어머니가 원고를 들고 백방으로 나서 줄줄이 출간 거절을 당한 끝에 워커 퍼시라는 작가를 만나 저자 사후 11년만에 출간된다.

 

처음에 이 책의 첫 장을 열 때, 저자의 스토리에 한참을 멎었다. 그리고 서문을 읽으면서 더 크게 마음이 멎었다. 작가의 삶 그 자체의 전달만으로 독자는 상당한 비극적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듯. 끝내 견뎌내지 못한 삶과 길이 남겨져야 했을 재능이 너무 아깝게 느껴져서 소설 초반을 무거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곧 그가 펼쳐내는 이야기에 온 정신이 꽂혀버리게 되었다.

 

주인공은 이그네이셔스 라일리. 거대한 뚱보 지식인이다. 그의 복잡미묘불가침적특이성격을 한정된 단어로 표현할 길은 없어 보인다. 이전에 본 적 없는 캐릭터, 앞으로도 보기 힘들 캐릭터이다. 그러나 독자에게는 한없이 매력적이며 충분히 이해 받을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필자가 그의 신념과 거기서 비롯된 언행들을 – 정신 나간 소행마저 -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이유는 인물의 선이 뚜렷하고 실제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지금 시대에서는 어찌 보면 하나의 개성으로 치부될 결함적 속성이 보다 짜릿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한다.

 

주인공에게 벌어지는 모든 사건은 주인공의 성정 혹은 머나 민코프 – 펜팔로 주인공을 한없이 자극해대는 무늬만 여자친구 - 에 대한 주인공의 애증서린 광끼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겠다. 아주 특이한 점은 저자는 모든 등장인물에 대하여 애정을 듬뿍 담아주고 있다. 그러니까 곧 여기에 나오는 돈 없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희화적으로 설정되어 있고, 돈 있는 인물들은 냉소적 시선을 노골적으로 대비시키고 있다. 존스 – 고용인 - 는 계속적으로 웃음을 유발하지만, 레이나 리 – 고용주 - 는 우스갯소리를 하더라도 웃기지 않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내용은 방대하고 어느 사건 하나 먹물이 낭비되지 않았다. 12장에 가면서 잠시 생각 없는 코믹영상물 한편 틀어놓은 듯한 전개에 실망하려고 할 때쯤 다시 독자를 설레게 하는 특유의 문구와 장치들로 끝까지 제대로 된 소설 한편 만나게 해준다. 그래서 처음과 마찬가지로 작가의 다음 작품을 만날 수 없음에 안타까움만 생산될 뿐이다.

 

저자가 너무 위대하다. 또한 그만큼이나 뛰어난 번역가를 만난 듯 하다. 이런 작품을 한국어로 이만큼이나 표현해 내다니, 실로 대단하다고 본다. 얼마나 공들여 번역했는지가 읽다가 계속 눈에 밟힌다. 읽는 내내 작가와 번역자가 동시에 보이는 작품, 아주 드문 경험이다.

 

작품을 통해 많이 배웠다. 특히나 미국 당시 상황, 풍도, 배경적 지식 등등. 주인공이 워낙 지식적으로 능변에 주변 인물 모두가 걸걸한 달변이어서 즐겁고도 유익한 작품이었다. 구절구절마다 다 머리에 기록하고 싶은 이런 작품 안에서 몇 마디 인상적이라고 추려내는 일 따위가 부질없는 일이리라. 행복하면서도 뜨거운 독서였다. 앞으로 이보다 더 신선한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 - 개정판
셔윈 B. 뉴랜드 지음, 명희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전쟁 영화와 공포 영화. 두 장르는 모두 죽음에 대한 공포를 안고 있고, 모든 배역이 보다 쉽고 가볍게 죽어버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나 필자는 두 영화 모두 죽음에 대한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공포 스릴러 영화는 죽음이라는 극단의 소재를 보다 자극적으로 개조하여 ‘관객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새로운 시도’라는 명목을 내걸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죽음이라는 것이 생각의 틀 속에 있는 것조차도 꺼리는 다수와 늘 죽음을 생각하고 있는 소수. 그러나 누가 먼저 맞이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이 공간에서 죽음에 대한 지각을 갖게 해주는 책 한권을 만났다.

 

저자는 셔윈 B. 눌랜드. 부리부리한 눈매에 오뚝한 코, 굳게 다문 입술에서 풍기는 그의 인상은 냉철하고도 분석적인 학자의 면과 인간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어우러진 그의 성정을 보여주는 듯하다. 예일 대학 의과대 교수로 현재 진료 일선에서 물러나 의료윤리학과 의학사를 강의하고 있다. 또한 <코네티컷 메디신> 의 편집장이자 Journal of the History of Medicine and Allied Sciences의 사장으로 <닥터스 : 의학의 일대기 > 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특히 그의 또 다른 책 The Origins of Anestbesia는 의학계에 명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책은 죽음에 관련된 12가지의 주제로 분류되어있다. 1장에서 2장은 심장질환에 대해, 3장과 4장에는 노령과 그 죽음에 대해, 5장은 알츠하이머에 대해, 6장과 7장은 사고사, 자살, 안락사에 대해, 8장과 9장은 에이즈에 대해, 10장과 11장은 암에 대해, 12장은 저자가 가지고 있는 죽음에 대한 사고(思考)를 펼친다.

 

첫 장은 의대 3학년생인 저자가 처음으로 매스를 집었던 심장마비 환자에 대한 경험으로 시작되고 있다. 심장의 구조로부터 시작하는 여러 가지 심장 질환 관련 지식을 말하고 심장질환으로 죽음에 이르기까지 일어나는 생체 과정을 설명한다.

 

완전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심장만이 멈춰지는 것은 아니다. 죽음이란 영환이 빠져나갈 때처럼 ‘일순간’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다. (…) 심장의 침묵 뒤에도 완전한 죽음을 향해 진행되는 소리 없는 과정들이 있다. <78쪽>

 

미보건위생국과 세계보건기구(THE WORLD HEALTH ORGANIZATION)는 모든 사람이 늙었다는 이유로 죽을 수는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세계 어느 곳을 막론하고, 어떤 사람이 ‘노령’므로 죽었다는 것은 합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의 할머니의 노화과정과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서술하고, 죽음은 노령을 가장 큰 원인으로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리고 과학적 논리를 가지는 발언으로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17, 18세기의 초기 실험주의론자들의 이론은 자연법에 따라 지구 환경과 생태계가 보존된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자연법에 따르면, 인간은 제아무리 수를 써도 자연의 평형 혹은 질서를 깨뜨릴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식물이나 동물 할 것 없이 모든 생물이 소생하기 위해서는 죽음이 선행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연속회로 상에서 보면, 사실 ‘질병’이라든지 ‘질환’이라는 개념은 존립할 수가 없다. <101~102쪽>

 

필과 재닛 부부의 사례를를 통해 저자는 알츠하이머가 얼마나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고 그 가족을 고통스럽게 하는 무서운 질병인지를 소개하고 치매 관한 연구과정을 순차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캐티라는 어린 여자아이의 참혹한 살인사건의 현장에서 출혈에 의한 사망 과정을 그리고 있고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사람이 겪을 수 있는 독특한 평화로움과 침착함을 말하기도 한다.

 

가장 주목했던 부분은 에이즈로 인한 죽음이었다. 저자는 이 질병을 ‘이 빌어먹을 놈의 병’이라고까지 소개하며, 이 문제에 관한 한 하나님은 전혀 관계하고자 하지 않으신다고 표현한다.

 

인류 역사상 에이즈만큼 파괴적인 질병은 없었다. ‘파괴적’이라는 단어 정도로는 적절히 묘사할 수 없을 만큼 에이즈는 소름끼치는 전염병이다. 동서고금의 의각 역사상 이처럼 신체의 면역 기능을 잔인하게 말살시켜나가는 세균은 일찍이 없었다. 벌떼처럼 쉴 새 없이 몰려드는 수많은 종류의 침입자들로 인해, 면역 조직은 방어 태세 한 번 제대로 취해보지 못한 채 죽어버리고 만다. <256쪽>

 

에이즈에 걸린 인간이 얼마나 처절한 투병생활을 하다 죽음을 맞게 되는지는 이스마엘이라는 남자의 죽음을 사례로 소개하고 있다. 에이즈에 관한 연구실적도 소개하고 있고, 감염통로도 자세히 말해 준다.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동성애자나 양성애자, 그리고 주사기를 이용해 마약을 투약하는 상습중독자들의 감염빈도가 높았지만 현재는 모자감염을 통한 신생아들도 늘고 있고, 이성환자와의 성접촉으로 흑인이나 히스패닉계 여성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동성연애법이 추진되라고 했었고, 마약중독자들이 늘고 있는 우리나라가 에이즈에 관한 인식률이 더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암에 대해 의학적인 면에서 아주 자세히 설명함으로써 여러 가지 암에 대한 진행 과정에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저자의 형제 ‘하비’의 위암 발병으로 인한 치료과정과 환자가족으로서의 저자의 욕심으로 형 인생의 마지막 시간들을 얼마나 더 고통스럽게 했는지를 회상하며 독자에게 ‘헛된 희망’의 대가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저자는 죽음이 주어지는 자연의 섭리가 우리에게 주어진 매시간 시간을 더욱 귀중하게 여기고, 생명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 준다고 말한다. 주어진 시간 속에서 우리가 창조한 존엄성은 죽음의 필요성을 받아들임으로써 더욱 큰 이타주의의 존엄성을 이루게 한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덧붙여 필자가 느끼는 점은 죽음의 순간까지도 가치 있는 인생으로서의 마지막 장식을 위해서는, 살아가는 삶을 건강하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죽음 자체를 미화하여 두려움을 버리라는 말보다 지금 살아가는 삶에서 정신과 육체를 소중히 함으로써 죽음만을 남기고는 병실에서 후회하는 인생을 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아주 유익한 책이었다. 단순히 죽음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죽음에 순간에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지 등 삶과 죽음의 총체적인 지혜를 배웠다.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기피함을 떨치고 주어진 시간을 더 의미 있고 소중하게 보내어 인생의 가치를 이루어나가는 삶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 귀한 독서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즐겨찾기 지식in - 상식과 지식의 라이브러리
김현승 엮음 / 휘닉스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책은 읽는 방식과 기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한 권 골라서 다 읽을 때까지 집중적으로 그 책만 읽는 사람도 있고, 여러 권을 손대 놓고 그 날 기분에 따라 장소나 시간에 따라 번갈아 가면서 읽는 사람도 있다. 장수를 정해놓고 규칙적으로 읽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책 한 권에 사로 잡혀 몇 년 간 다른 책은 손도 못 대는 사람도 더러 있다. 이 책은 본인의 독서 패턴에 영향을 주지 않고 읽을 수 있는, 무게감 있는 활자의 향연에 뇌세포가 둔해지기 시작할 때쯤 머리를 식히기 위해 읽으면 좋은 산뜻한 지식서이다.

 

저자는 김현승. 조선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KAIST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하였다. 광주MBC 퇴직 후 중국으로 건너가 협서중의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하였다. 귀국하여 사단법인 한국평생기구에서 연수부장과 한국청소년진흥원이사에 거쳐 한국청소년신문 기회실장 및 총괄본부장을 역임하고 여러 대학에 출강하기도 했다. 현재는 사사편찬연구소의 대표로 있다. <독서와 논술> <교양의 즐거움> <세상을 보는 지혜> <유쾌한 상식> <지식의 박물관> 등 여러 권의 인문서적 및 고전을 통한 자기계발서 등을 기획하고 집필도 하였다.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있다. 필자가 보기에 이 책은 콘텐츠를 먼저 잡고 나서 공통성이 있는 것끼리 묶였기 때문에 각 장 안에서 30여개의 주제들 간 연계성은 없다. 이것이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원동력 중에 하나이다. 목록만 보고 흥미로운 주제만 골라 읽어도 되고, 앞 내용 몰라도 마지막 장 읽는데 전혀 지장이 없으므로 하루에 한두 장 씩만 골라 읽어도 전혀 부담 없는 독서가 된다.

 

저자는 특히 생물에 대한 지식을 많이 다루고 있다. ‘사람도 모르는 물고기의 고통’, ‘굴이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고?’, ‘금눈돔이나 게는 왜 빨간 걸까?’ 같은 주제는 전문적이고도 흥미로운 주제인데, 1장만해도 10개의 생물체 관련 지식이 있고, 2장은 무려 20개의 생물 주제가 다뤄지고 있다. 저자가 과학을 전공한 이가 아닌데도 이렇게 생명체나 우주에 관련된 소스가 많이 제공된다는 점에서 도전을 받는다.

 

이 책의 표제가 말해주듯 전개 형태는 ‘지식in’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포털사이트 지식인에서는 게재하는 질문의 내용이 구체화되어있고, 답변 또한 철저하게 질문에 기인하여 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책도 질문의 범위가 한정적으로 설정되어 있고 그것에 대한 지식만을 전달해주는 한계성을 드러내고 있다. 전문 서적이라기보다는 지식 한 자락을 보태주는 것에 목적을 둔 책이므로 주제를 나타내는 질문과 그에 대한 내용은 한 페이지를 넘기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2장은 자신만만하게 입담 키우는 방, 3장은 썰렁한 분위기를 화끈하게 달궈주는 방, 4장은 대화의 중심이 될 수 있는 화제만발 방, 7장은 듣고 나면 위풍당당한 만물박사 방. 각 장의 가지는 제목들이다. 제목으로 보면 이 지식은 남들 앞에 써먹고 당당해지고, 분위기를 띄우는데 사용하라고 알려주는 얄팍한 지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단한 지식도 아닌 것 몇 가지 안다고 사람 앞에서 떠들어대는 일은 상대에게 그닥 호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진정한 인간관계에 있어서 지식적인 대화는 소모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필자에게, 저자가 달아놓은 제목들은 읽고자 하는 의미를 퇴색시키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좋은 지식들을 재밌게 전하고 있는 책이다. 한 장 한 장 흥미로움을 가지고 읽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동안 몰랐거나 관심이 없었던 꽤 많은 지식들을 책 한권으로 얻어낼 수 있는 값진 책이다. 덮는 순간 더 똑똑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에 흐뭇해지기도 할 것이라 생각한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충만한 똘똘한 아이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제발 헤어질래?
고예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이 가장 앞에 내걸고 있는 문구 “오! 하나님, 제게 소원이 있다면 언니와 헤어져 사는 것입니다.”를 보는 순간 너무 필자 마음속 이야기와 일치하는 바람에 시선을 빼앗겼다. 자매지간으로 살아오는 내내 이런 마음 한번 안 들었다면 그게 더 이상할 터. 궁금했다. 얼마나 공감 가는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을지 말이다.

 

저자는 고예나. 1984년 출생.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2008년 장편소설 ‘마이 짝퉁 라이프’로 제 32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따뜻한 개인주의를 지향하면서도 자고로 인생은 재밌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작가는 글재주가 아닌 말재주가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책은 총 11장으로 구성되어있다. 각 장마다 주요 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을 필두로 언니 권지연과 동생 권혜미의 입장에서 다뤄지고 있다. 언니는 등단한 신예 작가로 아버지의 총애를 한 몸에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동생은 잘난 외모에 자부심을 가지고 공대를 누비는 허영기 가득한 여대생이다.

 

미국에서 여섯 달 어학연수를 갔다가 돌아오자마자 동생은 등단하여 부산에서 올라온 언니와 함께 자취를 시작하게 된다. 매사에 규칙을 정하기 좋아하는 언니는 동생과 사사건건 부친다. 그런 부딪침에는 동생이 기분파고 계획성 없고 잔소리는 싫어하면서 제할 일은 못하고 있고 거기에 말도 없이 언니의 옷과 가방을 함부로 들고 나가기 때문이다.

 

서로 성향이 판이하게 다르고 배려심도 없어서 계속적으로 부딪치기만 하는 관계가 지겨운 그녀들. 엄마는 그저 언니와 동생을 흉보고, 동생과는 언니를 흉보는 관계를 구축하여 나름 편애함이 없는 공정한 입장에 선다. 이와는 다르게 아버지는 그 어렵다는 등단에 성공한 언니에게만 관심을 둔다.

 

자매의 갈등이 깊어질 대로 깊어져서는 각자 방 얻어서 따로 살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도 언니의 배려 없는 선수 치기로 보증금의 반 이상을 자기 원룸 얻는 일에 사용한다. 그리고 따로 살기 시작하면서 자매는 차차 핏줄의 땅김을 느끼고, 슬슬 정 붙여간다는 이야기.

 

구성이 흥미로운 구도로 흘러가지도 않고,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 스토리이긴 하나 소설로서의 가치는 의문이다. 이런 유의 소설은 무엇보다도 재미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자매 이외의 등장인물들의 비중이 유연하지도 못하고, 애매한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 권지연의 친구들로 구성된 3명의 인물은 이미지만 부각시킨 채 제 역할을 다 하지도 못하고 사라진 느낌이다. 권혜미의 남자친구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기대를 가지고 보기에 작가는 아직 글쓰기 초년생이라는 느낌을 받지 아니할 수 없다. 자매라는 관계의 실제 관계적 양상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아주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자매라는 관계의 끝을 본 사람이라면 이 책은 재미있게 읽기에는 조금 싱거울 수도 있다. 뭔가 ‘자매라는 관계를 설명하는 일 자체가 굉장히 무모한 작업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