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제발 헤어질래?
고예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이 가장 앞에 내걸고 있는 문구 “오! 하나님, 제게 소원이 있다면 언니와 헤어져 사는 것입니다.”를 보는 순간 너무 필자 마음속 이야기와 일치하는 바람에 시선을 빼앗겼다. 자매지간으로 살아오는 내내 이런 마음 한번 안 들었다면 그게 더 이상할 터. 궁금했다. 얼마나 공감 가는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을지 말이다.

 

저자는 고예나. 1984년 출생.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2008년 장편소설 ‘마이 짝퉁 라이프’로 제 32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따뜻한 개인주의를 지향하면서도 자고로 인생은 재밌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작가는 글재주가 아닌 말재주가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책은 총 11장으로 구성되어있다. 각 장마다 주요 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을 필두로 언니 권지연과 동생 권혜미의 입장에서 다뤄지고 있다. 언니는 등단한 신예 작가로 아버지의 총애를 한 몸에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동생은 잘난 외모에 자부심을 가지고 공대를 누비는 허영기 가득한 여대생이다.

 

미국에서 여섯 달 어학연수를 갔다가 돌아오자마자 동생은 등단하여 부산에서 올라온 언니와 함께 자취를 시작하게 된다. 매사에 규칙을 정하기 좋아하는 언니는 동생과 사사건건 부친다. 그런 부딪침에는 동생이 기분파고 계획성 없고 잔소리는 싫어하면서 제할 일은 못하고 있고 거기에 말도 없이 언니의 옷과 가방을 함부로 들고 나가기 때문이다.

 

서로 성향이 판이하게 다르고 배려심도 없어서 계속적으로 부딪치기만 하는 관계가 지겨운 그녀들. 엄마는 그저 언니와 동생을 흉보고, 동생과는 언니를 흉보는 관계를 구축하여 나름 편애함이 없는 공정한 입장에 선다. 이와는 다르게 아버지는 그 어렵다는 등단에 성공한 언니에게만 관심을 둔다.

 

자매의 갈등이 깊어질 대로 깊어져서는 각자 방 얻어서 따로 살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도 언니의 배려 없는 선수 치기로 보증금의 반 이상을 자기 원룸 얻는 일에 사용한다. 그리고 따로 살기 시작하면서 자매는 차차 핏줄의 땅김을 느끼고, 슬슬 정 붙여간다는 이야기.

 

구성이 흥미로운 구도로 흘러가지도 않고,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 스토리이긴 하나 소설로서의 가치는 의문이다. 이런 유의 소설은 무엇보다도 재미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자매 이외의 등장인물들의 비중이 유연하지도 못하고, 애매한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 권지연의 친구들로 구성된 3명의 인물은 이미지만 부각시킨 채 제 역할을 다 하지도 못하고 사라진 느낌이다. 권혜미의 남자친구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기대를 가지고 보기에 작가는 아직 글쓰기 초년생이라는 느낌을 받지 아니할 수 없다. 자매라는 관계의 실제 관계적 양상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아주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자매라는 관계의 끝을 본 사람이라면 이 책은 재미있게 읽기에는 조금 싱거울 수도 있다. 뭔가 ‘자매라는 관계를 설명하는 일 자체가 굉장히 무모한 작업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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