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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너에게
필립 체스터필드 지음, 서영조 옮김 / 책만드는집 / 2011년 2월
평점 :
사람을 만나가면서 또 알아가면서 안타까운 점은 그만 만나고 싶어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좋은 사람도 많고, 훌륭한 사람도 많지만 만남을 지속하고 싶은 사람은 정말 드물다. 나 역시 누구에게든 계속적으로 호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닌 듯하다. 아직은 비린내가 심해서 물정모르고 까불 수밖에 없는 처지랄까. 그래서 이 책은 내게 보물 같았다. 이보다 더 심각하게 나 자신을 생각해 본 책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였으니까.
저자는 필립 체스터필드. 18세기 영국의 정치가이자 문필가로 알려진 그는 케임브리지대학을 중퇴한 뒤 유럽 일대를 여행하며 견문을 넓혔다. 특히 당시 문화적으로 가장 발달해 있던 파리에 머물며 프랑스의 예법과 문화, 교양 등을 익혔다. 저서로 네덜란드 대사로서 헤이그에 머물 때 태어난 아들에게 보낸 편지 글을 모은 <아들아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아라>가 있다.
목차는 총 27가지로 되어있다. ‘겸손, 허영심, 거짓말, 시기, 예의범절, 선량한 성품, 품위, 남을 기분 좋게 하는 기술, 청결, 옷차림, 말씨, 게으름, 관찰력, 방심, 우정, 지식, 교제 집단, 쾌락, 위엄, 학업, 시간, 검약, 사소하지만 중요한 습관들, 대화, 현학적인 태도, 몇 가지 주의점, 고대로부터의 조언’이 그것인데 모든 제목에 다 호기심이 인다. ‘저자가 이 대목에서는 어떤 것들을 충고할까’그 다음 챕터로 빨리 넘어가고 싶은 마음에 중간에 덮을 수가 없었다.
내용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오히려 많은 주제들 속에서도 몇 가지로 추려지는 강조점이 반복되고 있으며, 각 주제의 연결성 또한 훌륭하다. 그 내용을 간추려보면 첫째, 남을 대할 때는 상대를 가리지 않고 편안하고 공손한 태도를 가질 것. 둘째, 말씨나 품행에 있어 부드럽고 유연함을 지닐 것. 셋째, 훌륭하고 현명한 사람들, 되도록 상위계층과 어울리고 그들에게서 유익한 점들을 흡수하라. 넷째,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 마음 스스로 읽어내는 훈련을 하라. 다섯째, 친구는 되도록 많이 만들되 적은 두지 말라. 대충 이 정도로 요약된다.
한마디로 저자는 젊은이들에게 ‘교양 있게 사는 법’를 가르치고 있다. 시대에 맞는가를 논하기 전에 지금의 젊은이들은 정말 교양이란 단어와는 맞지 않기 때문에 정말 이런 ‘젠틀맨’이 있다면 오히려 그 희소성과 가치가 빛날 수 있는 인물이란 생각이 든다. 참고로 저자는 독자를 ‘남성’으로 한정하여 글을 쓰고 있다. 시대적으로 여자가 그의 글을 읽기는 쉽지 않았나 보다. 그러나 여성이 읽어도 도움 되는 내용이 실로 엄청나다.
문체를 비롯하여 이 책은 고전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그리고 젊은이들의 약점들을 정확하게 꼬집고 그 부분에 있어서 어떤 노력들을 기울여야 하는지, 왜 그런 노력을 지금부터 해야 하는지 차근차근히 설명해 준다. 그리고 진정한 독자라면 그의 말에 온전히 설득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두고두고 봐야 할 인생의 교과서 같은 책이다. 시대에 맞지 않는 몸가짐을 요구하는 부분도 있고, 이렇게까지 ‘남의 눈’을 신경 쓰며 사는 게 더 가식적이며 스트레스만 쌓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세상에 대해 뭣도 모르면서 알량한 치기 하나로 뛰어드는 나 같은 철부지가 있다면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좋은 책이었다. 좋은 인생을 사는 길은 먼저 좋은 인격과 품위를 갖출 일인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