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예찬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준미 옮김 / 하늘연못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프란츠 카프카의 책이었다. 내가 아는 어떤 이는 그의 책을 책장이 아닌 서랍에 고이 모셔 놓는다. 문학인들에게는 많이 회자되는 작가 그리고 작품이었지만 나에게는 그의 명성이 생소했고 찬사 받는 그만의 세계가 궁금했다. ‘여행자 예찬’처음 접하는 그의 산문집. 표지의 일러스트만으로도 신선한 느낌을 받으면서 시작했다.

 

프란츠 카프카. 1883년 7월 3일 체코 프라하에서 삼남으로 태어났다. 로이체 김나지움에서 스피노자와 다윈, 니체를 탐독했고 1901년 프라하대학에서 법학을 수학한다. 1906년 법학 박사 학위를 받고, <시골에서의 결혼준비>를 썼다. 3년 전에 이미 <어린이와 도시>를 썼지만 원고를 분실했다고 한다. 이후 여러 편을 썼지만 1915년 <화부>로 폰타네상을 수상한다. 1924년 4월부터 빈 근처 키를링 요양원에서 요양했고, 7월 3일 이곳에서 생을 마쳤다고 한다.

 

총 8개의 구획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제목으로 미루어 봤을 때 중심소재의 연결성을 그 기점으로 한 듯 보인다. 첫 장에는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데 저자의 상상력은 기발하다 못해 기괴하기까지 하다. 배경은 아주 사실적이지만 등장인물은 굉장히 비현실적이면서도 그 심리묘사는 또한 인간적이다.

 

일반인의 메마른 감성에서 바라보자면 먼저는 혹평이 주를 이룰 수 있다고 본다. 어떤 작품은 초등학생이나 끼적거렸을 법한 문체와 전개이기 때문이다. 또한 작품들이 전체적으로 무지 산만하다.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전에 한숨이 나오게 한다. ‘이런 작품들에서 저자와 소통하려면 대체 얼마나 순수한 영혼이어야 한단 말인가!’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면서 저자가 가진 눈을 공유할 수 있다. 저자가 세상을 보는 관점도 보이지만 무엇보다 저자가 얼마나 세심한 관찰력을 지녔고, 작은 것에서도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는지가 느껴진다. 특히 [유대인 교회당의 동물]편에서 보여주는 배경과 주인공에 관한 묘사들은 문학적이면서도 분화된 관찰력을 엿볼 수 있다. 가령, 이런 표현들에서도 말이다.

 

털의 진짜 빛깔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고, 어쩌면 눈에 보이는 색깔은 단지 먼지와 털 속에 엉켜 버린 모르타르로 인한 것일 뿐이며, 그 색깔은 오히려 교회당 내부의 회벽 색과도 비슷한데 그 동물의 색깔이 아주 조금 더 밝을 뿐이라고. 겁약함을 제외하면 그 동물은 아주 조용하게 별다른 움직임 없이 사는 존재이다. (p. 37)

 

이 책은 엄청난 이야기 거리가 숨 쉴 틈 없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은 흐름을 띤다. 작가에게서 발견하는 것은 창조적 발상의 연속성이다. 오롯한 작가만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있기에 작품들마다 이해할 수 없는 미묘한 여운이 남는다. ‘애초에 그의 경지를 이해해 보겠다는 어리석은 마음을 버린다면 더 즐거운 책읽기가 되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렇기에 계속적으로 그의 작품을 한 편 두 편 읽다보면 그땐 이 책이 좀 더 친숙하고 유머러스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한다. 아직 내게는 너무도 고급스러운 문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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