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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중국 가난한 중국인 - 중국인의 삶은 왜 여전히 고달픈가
랑셴핑 지음, 이지은 옮김 / 미래의창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중국이 돈은 많으나, 세계경제대국 2위의 반열에 올랐으나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후진국스럽다. 중국이 지금처럼 해서 더 부강한 국가가 되더라도 그 나라를 존경하거나 제2의 중국을 꿈꾸는 나라가 생기진 않을 것이다. 너무도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문제 하나하나를 집어내며 여전히 가난과 저급한 체제에 허덕이는 많은 중국인들을 대변해 줄 책이 나온 듯 싶었다. 착각이었지만 제목은 그런 대로 흥미로웠다.
저자는 랑셴핑. 1956년 타이완 출생.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에서 금융학 박사를 취득, 뉴욕대학교 부교수를 거쳐 시카고대학교에서 교수 역임. 2006년 중국 <신화통신> 선정 ‘중국 10대 화제인물’ <월스트리트 와이어>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중국 10대 경제학자’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현재 홍콩 중운대학교 석좌교수이자, TV프로그램 진행 및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중국경제의 구세주는 누구인가><누가 중국경제를 음해하는가><한계를 초월한 금융전쟁> 등이 있다.
프로필만 보면 이런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사며, 각성제의 역할을 할 것도 같다. 그러나 내용은 읽을 만한 게 못되었다. 첫 장부터 중국민들의 삶이 어떤지를 푸념하고 있는데, 철저하게 중국인의 입장으로서의 푸념거리이기 때문에 객관성을 읽고 있다. 그는 중국이 이만큼 성장한 원동력을 무엇으로 보고 있는지가 의문이 들 정도로 미국과 유럽을 비판하고 그들의 공로 또한 상당히 폄하하고 있다. 문체는 또 왜 이리 유치한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통해 원자재와 가격 결정권을 장악한 후 중국에서 상품을 제조함으로써 중국의 환경을 파괴하고 자원을 낭비할 수 뿐만 아니라 노동력까지 착취한 것은 아닐까? (…) 중국이 개혁에 박차를 가할수록, 세계를 향해 활짝 문을 열수록, 중국이 열심히 물건을 만들어낼수록, 미국과 유럽이 잘 살게 되는 것은 아닐까? (p. 33)
가히 세계적인 경제학자의 언급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수준의 발언이다. 전체적으로 책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일찍이 알았더라면 끝까지 읽지는 않았을 것이다.
뭐, 인프라 건설에 투입될 자금을 서민에게 주어서 그들을 부유하게 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한다거나 (p. 43) 미국사회에는 모든 구성원이 각자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공정한 기회를 제공받기 때문에 물질만능주의 현상이 그리 심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인과관계의 성립은 둘째 치고라도 전제조차도 명확하지 않다. 저자는 이 문제를 처음 언급할 때 ‘짝짓기 프로그램’이나 ‘가수 선발 오디션’같은 TV프로그램이 유행하는 것을 두고 젊은이들의 신분상승의 욕구를 반영하는 세태를 꼬집고 있다. 그러나 그런 프로그램은 미국이 먼저 시작했고, 동류의 프로그램이 중국에서만 유행하는 것도 아니다. 저자의 과한 엄살이 와 닿지 않는다.
젊은이에게 공편한 ‘신분상승의 기회’를 제공해야지만 배금주의에 갇혀있는 중국의 제모습을 찾아 성숙할 수 있을 거라 (p. 101) 말하는 저자는 아직도 ‘신분제’의 체제에 살고 있는가. 중국은 지금의 세계의 공장이라 일컬어진다. 모든 2차 산업의 주요생산처가 되고 있는 그곳은 값싼 노동력과 부지 같은 ‘싼 맛’이 이루어 낸 결과이다. 그래서 그들은 뭐가 되었나. 경제대국이 되었다. 저자는 애플을 욕한다. 애플의 경영방침이 중국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당연하다. 누가 하청업체를 돕기 위해 일하나. 그런 정도의 어려움은 감수해야 세계적인 기업의 하청이라도 얻는 세상 아닌가. 세상에 애플의 비밀보장을 요구하는 시스템도 중국에게 불리하다며 불평하는 뭐 이런 학자가 다 있나 싶다. 그러려면 차라리 그런 세계적인 기업하나 제대로 세우지 못한 중국 기업인들을 탓해라.
뭘 제대로 알고나 있나 하는 생각. 특히 노조에 대한 언급(p. 157)에서는 여실히 드러난다. 그리고 책은 대체적으로 이런 식이다. 더 언급할 가치도 없는, 지식도 아니고 코미디도 아닌 쓰레기에 불과한 책이다. 이런 책을 한국에서 번역했다는 자체가 어이가 없다. 무엇을 읽으라는 말인가. 중국경제학자의 시덥 잖은 푸념 나부랭이? 정말 들고 있다는 자체가 불쾌한 종이덩어리였다고 밖에는.
중국에 관한 그 어떤 책도 꺼려지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