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
류명찬 글, 임인스 원작 / 보리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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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메시지를 던지고 싶어 했다. 제목도 표지도 범상치 않게 해놓고 어떤 말을 하고 싶었을까. '걸레라고 불리는 것의 이면을 들여다본다면, 진짜 걸레는 그들을 욕하고 손가락질하고 아무렇지 않게 조롱하는 우리들이 아니겠냐'고 저자는 말한다. 생각의 오류를 범하지 말라고 말이다. 그럼 옳고 그름의 잣대는 무엇인가. 그것부터 설정해야 했다.
 
저자는 임만섭. 2005년 유머사이트 웃긴대학에서 아마추어 유머 작가로 활동. 첫 장편 만화인 걸레를 완결했고, 네이버 웹툰에 싸우자 위신아로 정식 프로작가로 데뷔했다고 한다. 2010년에 먼저 싸우자 귀신아 시리즈 3권을 출간했다. 미술을 전공했지, 글을 전공하지는 않았다. 웹에서 연재한 원작은 만화였는데, 이 책은 텍스트로 출간되었다. 그러니 독자를 잡으려면 필력이 있어야 했다.
 
책은 8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구성이 아주 간단하다. 여고생 이수정. 그를 성폭행한 무리는 김요한의 패거리. 이수정을 좋아하는 신천명. 학교이사장의 아들 김요한이 이수정을 상습 성폭행했고, 보다못한 신천명은 이 일을 막기 위해 우발적으로 옥상에서 투신한다. 10년을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다가 기적적으로 깨어난 그. 이수정은 몸파는 걸레가 되었고, 김요한은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다.
 
그래서 복수를 꿈꾸는데, 당시 김요한의 무리였던 김하융이 죄책감에 신천명을 돕는다. 사건은 이게 끝. 그리고 최무직 형사가 집요하게 10년전 사건을 캐고 다닌다. 결말은 뭣도 아니게 끝난다. 김수정 자살, 김요한 총살.
 
솔직히 작품이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구성, 전개, 필력이다. 심리묘사도 너무 직접적이어서 딱 인터넷소설 수준이다. 한정된 소재를 늘려서 풀어내느라 있는 대로 다 적어내고, 그래서 지루하다. 소설로서는 하등의 가치가 없다
 
이 책의 걸레는 원치 않는 성폭행을 당했고, 그 일이 사진으로 유포되었고, 가족한테 버림받았다. 불쌍한 여인이고, 그래서 망가진 심신으로 몸 파는 곳에 들어갔고 그렇게 살다 죽었다. 불쌍하다. 중요한 건, 그런 여인들의 삶을 속속들이 알아보면 불쌍하지 않은 여인이 없다. 다들 불행한 가정이나 환경에서 닳고 닳은 여자들이다. 원치 않는 하루하루를 연명할 뿐인 인생이  비단 몸파는 여자의 인생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래서 우리가 그녀들을 동정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거다. 세상에는 그보다 더 험한 일을 겪고도 삶의 지조를 지키며 사는 인생도 허다하다. 요즘은 등록금 벌려고 몸 팔고, 명품 사려고 몸 팔고, 쉽게 살려고 몸 파는 젊은 인생도 많다. 불행이든 요행이든 몸 대서 돈 받는 일을 하는 여성들을 옹호해야 할까. 오히려 불행을 겪어도 자기를 지키려고 몸부림치는 이들을 격려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저자는 묻는다.
 
한 남자를 사귀면서 그와 자는 건 사랑이고, 사귀지 않고 이 남자 저 남자와 자는 건 더럽다고 말하는 게 맞는 논리일까? 사랑이 존재하지 않으면 더럽고 사랑이 존재하면 더럽지 않다는 기준은 누가 만든 걸까. (p. 192)
 
나는 말한다

한 남자를 사귀던 두 남자를 사귀던, 거기에 사랑이 있건 없건 그건 개개인의 문제다. 성폭행을 당한 여성을 두고 어떤 미친 사회가 걸레라고 삿대질하나. 사회적으로 조롱받는, 그리고 이 소설에서 다룬 걸레는 몸을 파는 것을 직업으로 삼은 여자이다. 어쩌면 이도 저도 안 되는 인생이 몸이라도 파는 구걸일 수 있다. 성을 매매하고 돈을 받는 것이 정당한 노동일까. 사회가 끌어안아야 할 도덕적 의무가 없는 이유는 그들 스스로 도덕을 버렸고, 더 이상 사회에 어떤 기대나 바람도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기에 건드리면 막 나간다. 5월에 있은 성매매여성 백화점 집단 나체시위처럼 말이다.
 
분명 인권이 있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가진 사회일원이라 하겠다. 사회 어떤 이도 그들을 걸레라고 비난할 권한은 없다. 그러나 그들은 미화하거나 동정할 가치도 없다. 불행한 인생을 핑계로 하여 사회 암적 요소를 자처한 그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던지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교육 안에서도 마땅히 행해질 것이며, 곧 성매매라는 것이 떳떳한 신분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 아닌 건 아닌 것이다. 어줍지 않은 소설 한 권으로 독자에게 시답지 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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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이 글을 읽을 때쯤이면, 난 죽고 없을 거야 탐 청소년 문학 2
줄리 앤 피터스 지음, 고수미 옮김 / 탐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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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패트릭 로스퍼스의 <바람의 이름> 1권에서 남자주인공 크보스는 시커먼 대형거미의 모습을 한 악마를 죽이기 위해 길을 떠나며 제자 배스트에게 쪽지를 남긴다. 그 쪽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네가 이 편지를 읽었을 때쯤 난 죽어있을 거다”(p. 75) 물론 크보스는 부상을 입고 살아 돌아와서 배스트에게 핀잔을 듣는다. 이 문구가 제목인 이 책 주인공은 살 수 있었을까. 읽기도 전에 표제부터 충격이 오는 책이다.
 
저자는 줄리 앤 피터스. 1952년에 태어나 미국 덴버의 변두리에서 자랐다. 초등학교 교사였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이후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청소년을 위한 글쓰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스스로 커밍아웃한 레즈비언이라고 밝히며 청소년의 성적 지향에 대한 고민과 갈등을 다룬 소설을 주로 쓴다. 전미 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른 <루나>라는 작품이 있다.
 
여주인공은 대일린 라이스. 이미 몇 번의 자살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부모의 자살방지 구속아래에서도 더 완벽한 자살방법에 몰두하는 중학생소녀다. 인터넷도 감시의 대상이지만, 모든 접속정보가 차단 되는 자살사이트에 들어가고, 그 아이의 자살 그 최후의 날은 23일 뒤로 정해진다.
 
전학을 많이 했고, 학교에서는 이미 왕따를 많이 거쳤다. 많이 나가는 몸무게 때문에 아이들의 놀이감이 되어 상처를 받았고, 친구를 원하는 마음을 포기한지는 이미 오래다. 또래 남학생들에게 남자화장실에서 성폭행을 당한 기억도, 감금을 당했던 기억도 누구한테 털어 놔 보지 못했다. 부모는 그 아이의 말을 들어준 적 없다. 사랑한다는 명목 하에 자기 방식대로만 키웠고, 많이 바빴다.
 
여러 번의 자살시도는 부모와의 더 큰 벽을 만들었고, 아이는 마음을 얼려버려서 더 무감각해지려고만 한다. 학교가 끝나면 부모의 차를 기다리는 벤치가 있다. 어느 날부터 남자애가 매일 그곳에 와 귀찮게 군다. 호지킨 림프종이 재발되었지만, 삶에 대한 간절함을 가진 밝고 긍정적인 산타나라는 남자아이. 그 아이와 연결되면서, 또 자신의 일을 자살사이트에 모두 털어놓음으로써 대일린의 마음온도에는 변화가 찾아온다.
 
황시운의 소설 <컴백홈>에서도 느꼈지만, 숫기 없고 뚱뚱한 아이가 현대학교생활에서 겪어야 하는 비운은 국경을 막론하고 너무나 잔혹하다. 그리고 부모의 무지가 발현될수록 아이는 더 황폐해 진다. 작은 가슴의 소녀가 얼마나 큰 상처를 안았는지, 굳어가는 그 아이의 마음이 만든 방어막이 자칫 자폐로 나아가는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너무나 고통스러웠지만, 기분이 나아지려고 그 고통을 조금씩 먹어 버렸다. 그런 다음 그 고통이 나를 먹어 버렸다. 내가 왜 모욕적인 말들을 못 잊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 나는 나에게 쏟아졌던 모든 상처의 산물이다. (p. 43)
 
그 밝고 긍정적인 산타나는 대일린이 죽으려고 표백제와 암모니아를 들이켰다는 말을 듣고는 이렇게 말했다. “나한테 물어봤다면 페인트 희석제를 마시라고 말했을 거야. 아님 석유나. 석유 제품은 신체를 심하게 파괴시키거든.”(p. 281) 자살이란 것에 매료되어있던 소녀는 그 말에 펑펑 울어버린다. 가끔 어른들은 이런 말을 한다. “울면 됐다. 울면 안심해도 된다.”



소녀는 정말 안심할 수 있는 상태로 돌아온다. 소녀는 자기보다 더 힘들고 아픈 것을 품고도 살고자 하는 소년에게서 위로를 받는다. 사람들은 다 그렇다. 위로가 필요하다. 자신을 알아주고 품어줄 수 있는 누구. 그것이 부모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시사 하는 바가 큰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부모는 무진장 노력한다. 정신과 의사에게 정기적인 검진을 받게 하고, 같이 있으려고 하고, 좋은 말도 한다. 아이는 그것을 진심으로 전달받지 못한다.
 
부모가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어 무기력해지는 동안, 텅 빈 영역을 친구가 메웠다. 중요하다. 살아가면서 좋은 친구를 얻는 것은. 소년은 그 소녀와 친구가 되기 위해 필요이상으로 노력했다. 그만큼 소년도 외로웠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지금의 나를 직시하게 하는 부분이다. 내 우정도 다 이러하기 때문이다. 단호한 자살을 막아낸 것이 우정이라는 점에서 지금 내가 가진 우정 또한 다시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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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사랑한 베르사유 - 역사의 숨결, 예술이 스민 베르사유 문화 산책
강문정 지음 / 샘터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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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세대에게 베르사유에 대한 이미지를 묻는다면, 장미가 만발한 화려한 성이라는 대답이 많이 나올 것이다. ‘바람 한 점 없어도 아름다운 꽃, 가시 돋쳐 피어나도 아름다운 꽃을 받쳐주는 배경으로나 기억되는 베르사유 성. 그래서 표제가 지칭하는 가 장미로 태어났다는 오스칼을 말하는 걸까라고 웃음 짓고 싶은, 엉뚱한 발상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베르사유에 담긴 역사와 문화를 만나고자 하는 진중한 자세에 어울리지 않는 생각이었다.
 
저자는 서울에서 태어나 프랑스 문학을 공부하고 파리 제7대학을 거쳐 소르본 누벨 제3대학에서 라신을 전공했다. 2002년 동서문학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고 첫 시집으로 <양철가슴>를 출간했다. 현재 파리에서 지내며 활발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베르사유성의 역사를 다루기 위해 먼저 프랑스왕조의 흐름을 압축적으로 나열한다. 성의 탄생은 루이13세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기 위한 휴식처로 베르사유 숲에 작은 성을 지은 것으로 시작된다. 그야말로 작은 성이었기에 그리 소중히 돌보지 않다가 왕권강화의 목적을 위해 베르사유 숲을 이용한다.
 
저자는 베르사유 성을 사랑한 가 루이 14세라고 말한다. 사실 베르사유 성은 프랑스의 성이라기보다 태양왕의 성이라고 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릴 정도로, 루이 14세는 베르사유를 사랑했다. 루이 14세 또한 자신의 아버지인 루이 13세를 기억하는 차원에서 베르사유에 대한 인식을 달리했다. 루이 14세는 베르사유를 탈바꿈시키는데 열정적이었고 이후에 이곳에서 궁중향연을 많이 가졌으며 신분상 이례적으로 공연에 참여하기도 했다. 왕에 대한 경외심과 그에 따른 궁중예절이 철저하게 지켜져야 하는 엄숙한 공간으로서 실로 그 위엄이 대단했다.
 
루이 15세는 여색에 취해 일평생을 보냈다. 그래서 하찮은 여인들을 궁에 들여 복잡하게 놀아났고, 난잡하고 더러운 생활을 위해 베르사유의 그늘을 벗어나기 일쑤였다. 그 때문에 왕비와 그 자녀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는 베르사유 성을 좋아하지 않았고, 베르사유 성이 가진 모든 권위는 한순간에 추락했다. 루이 14세의 후광을 입고 오직 쾌락만을 좇으며 문란하게 산 그의 왕정은 곧 그 아들뿐만 아니라 프랑스왕조의 명예를 더럽히는 치욕의 씨앗을 안긴다.
 
저자는 루이 16세의 시대를 3부에 걸쳐서 소개하고 있다. 그만큼 베르사유 성의 종말을 깊이 있게 다룸으로써 독자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선입견을 완전히 들어내고 있다. 루이 16세는 전대와 같이 문란하지 않았고, ()적문제로 인해 부부관계가 소홀했고, 예술이나 여색과 같은 선왕들의 행색을 좇지 않고, 공구로 가구나 만들고 독서에 심취했던 왕. 그는 왕가의 목숨이 위협받는 시민폭동의 상황에서도 심각한 우유부단함을 고수하며 왕으로서의 자질부족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왕비는 세자비 때부터 7년간 밤마다 궁을 떠나 천민들과 도박을 일삼으며 나다니고 옷과 장신구 등의 사치로 물정모르고 국고를 탕진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놀아났는지 이미 귀족들과 시민들 사이에서는 늘 가십의 대상이 되어있었다. 백성들의 삶을 돌보지 않고 호화스러운 삶을 누린 대가가 너무 처참했고, 둘 내외는 모두 단두대에서 처형을 당하게 된다. 그리고 찬란했던 베르사유 성의 역사도 그와 함께 잠긴다. 현재는 베르사유 박물관으로서 매년 700만 이상의 관광객을 맞이하는 명소로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가장 화려하고 말 많았던 왕들의 시대를 만났다. 보다 쉽고 재미있게 풀어준 덕에 별 어려움 없이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저자는 역사적 상황을 설명하면서, 인물에게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대화체를 쓰고, 실질적인 감정을 디테일하게 적고 있다. 하지만 역사적 고증이 안 되어있는 지극히 사사로운 감정까지 저자가 쉽게 다뤄버리는 것 같아서 불편한 감이 없지 않았다.
 
특히 기존 관념에 반하는 사실을 진실이라고 역설할 때에는 명확한 증거제시가 일반적인데, 저자는 그런 점에서 마지막장에 나열된 참고문헌들 이외에는 정확한 각주가 첨부된 설명이 없다는 점에서 조금 의외였다. 많은 역사를 다루고 그것에 대한 반증을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말이다. 선악을 뚜렷하게 구분하면서 왕실에 대한 관용적 입장이 두드러진다. 여러모로 저자가 쓴 역사라는 면이 좀 진하게 배어져 나온다.
 
가지고 있을 때 지킬 줄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사람이 여유 있을 때 긴장하는 게 참 힘든 것이다. 몇 만의 시민들이 루이 16세에게 빵을 달라고 베르사유로 몰려올 때, 여왕은 책상에서 턱을 괴고 있다가 소식을 들었고, 왕은 사냥을 가 있었다. 몇 시간 후에 절대군주의 체제 아래서 편안하게 먹고 자는 그들에게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들이 전개된다. 그러면 역사를 구경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이때 이랬어야 했다고, 그때라도 어떻게 했다면 그렇게는 안됐을 거라고부질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것이 그들의 -그 시절 왕과 왕비가 겪었어야 할- 운명이었다고 말하는 저자. 역사는 다 그렇게 실어가는 운명들의 집합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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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 - 빌려주는 사업의 시대가 온다
리사 갠스키 지음, 윤영삼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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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에서 방영하는 <로맨스가 필요해>라는 월화드라마는 결혼식 당일 변심한 신랑이 드레스입고 기다리는 신부에게 불참통보를 한다. 신부는 사람을 빌려주는서비스업체에 전화해서 일일 신랑을 구한다. 체면을 위한 위장결혼에도 잠깐 빌릴 사람이 필요한 시대라는 것. 요즘의 젊은이들은 그렇다. 혼자 사는 집에 이것저것 쟁여놓기도 힘들고, 쉽게 질려서 몇 번 쓰고 버리는 타입들은 그 돈만 새는 악순환에 치를 떨면서도 어쩌지 못한다.
 
메시는 그런 젊은 층을 제대로 공략할 수 있는 사업이다. 메시는 그물코라는 의미를 가진다. 이 책에서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시 돌려받거나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돈을 버는 사업 모델을 뜻한다. 중요한 것은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스마트폰이 이 사업에 기반시스템이 되어, 관련 산업간 정보를 공유하고, 고객들의 편의를 쉽게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사업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책은 9장으로 나뉘어있다. 메시라는 사업의 특징과 사회적 가치를 소개하고, 사업방법과 철학과 종류 등을 실제 사례들을 엮어서 전한다. ‘메시라는 구조와 그 긍정적 측면을 잘 설명하고 있는 탄탄한 책이다. 메시는 보편적 필요성을 띤 상품이나 서비스를 스마트폰이라는 개인적 요구와 결합시켜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다.
 
저자는 메시 사업이 가진 시대의 당위성을 피력하고 있다. 지금의 경제위기가 현존하는 거대브랜드에 대한 대중적 불신을 초래했고, 그에 소비자는 지금 새로운 브랜드와 상품을 맞이할 심리적 준비가 되었다는 것. 경제위기로 소유 중심의 삶보다는 지속가능한 삶, 기후변화로 친환경적인 삶을 추구하는 심리가 발동하고 있다는 것. ‘정보 네트워크가 발달하면서 브랜드보다는 입소문이 중요한 상권이 크게 성장했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메시는 상품이 영구적이어야 하고 '정보전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저자는 철저하게 고객중심의 서비스를 추구할 것과 디테일한 기업헌신으로 신뢰를 쌓는 자세한 방법을 조언한다. '공유'라는 특징은 나쁜 소비자에게 늘 시달릴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상품에 대한 책임감을 돈으로 이미 지불했다는 인식하에 본전 이상을 상품의 훼손에서 거두려고 하는 악의 같은 것 말이다. 기업은 가격이나 고객등급 같은 서비스로 이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조언한다.
 
역공급망을 구축하라는 조언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역공급망은 공급망의 끝 지점에 있는 최종사용자들에게서 다 쓴 제품을 재활용하기 위해 수거하여 다시 공급자에게로 물건을 돌려보내는 통로이다. 역공급망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제품 제조 시 독성물질을 사용하면 안 된다. 오늘날 고객들은 친환경적 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이런 건강한 산업이 지속가능성이 높다.
 
메시에 대한 개요와 발전가능성과 그 방향, 성장요건 등이 잘 정리된 책이다. 저자의 이력으로 봤을 때는 기대보다 꽤 좋은 책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요즘 우리나라도 메시의 방식을 적극 활용한 많은 사업들이 출현하고 있고, 호황을 맞고 있다. 사업을 생각하는 젊은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메시가 아니더라도 사업가로서 시대적으로 생각해 봐야 할 조언들이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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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본성
제프리 잉햄 지음, 홍기빈 옮김 / 삼천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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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사회. 그야말로 식상함으로 떡 해먹을만한 구절이다. 자본주의가 출현한 이후, 돈은 개인의 삶이나 가족보다 소중해졌고, 사람 목숨은 차치하고라도 국가의 흥망조차 돈으로 결정되는 지극히 당연스러운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 사전은 배금주의와 물질(황금)만능주의를 다 같은 개념으로 사용하며, 물질이든 금이든 결국은 ‘돈’이라는 관념을 내포하고 있다. 물질이 돈일까? 돈이 물건일 수 있을까? 이런 차원의 생각을 정립하고 있는 책이 바로 ‘돈의 본성’이다.

저자는 제프리 잉햄. 케임브리지대학 사회학과 교수. 레스티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회학과 정치경제학을 아우르는 분석을 통해 자본주의와 노동, 화폐문제를 연구해 왔다고 한다. 화폐는 자칫 경제학자들의 소임으로 치부되기 쉬운데, 우리는 실상 경제과에서 보다 역사과에서 화폐의 역사와 그 흐름을 더 자세히 배운 기억이 있다. 그런 점에서 사회학을 연구한 그의 이력이 본 주제에 더 광범위한 시각을 제공하리라 기대했다.

책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어있다. 개념과 이론 파트와 역사와 분석 파트. 책은 전체적으로 그 주제에 맞는 여러 학술, 유명 학자들의 논쟁, 공리, 공준과 이론들의 요점을 정리하는 것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때문에 각주와 주석 사용이 빈번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에 모순을 지적하고, 한계와 드러나는 문제점 등을 열거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더 확고히 하는 방식을 주도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저자는 화폐가 상품의 교환 비율을 상징한다는 ‘중립적 베일’이라는 화폐개념을 설파한다. 일반 독자들이 표제를 통해서 기대할만한 내용은 4장-화폐 이론의 기본 요소-에 압축적으로 들어있다. 그러나 이 장이 저자가 궁극적으로 하려고 하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이 장은 2부로 들어가기 전 단계인 워밍업의 수준으로 쓰여 있다. 1장에서 3장까지는 화폐의 성격을 각 이론에 맞추어 재조명한다. 이 부분에서 20세기의 이론과 학설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고 흥미로운 대조들을 이룬다.

5장은 화폐탄생의 기원인 고대사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6장과 7장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화폐가 갖는 위치와 성격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화폐의 다양한 성격과 그에 따른 여러 가지 기능 중 ‘신용’이라는 부분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갖는가에 새삼 놀라움이 있었다. 나라마다 무수한 통화가 남발하던 불안정한 유통구조의 상황에서 출현한 신용화폐는 오래가지 못했다. 그러나 현대와 같이 제도적 틀이 잘 정비된 시대에서 신용화폐가 갖는 사회적 기여도와 그 역할은 탁월하다.

돈의 본성이라는 표제를 취지로는 다각도로 분석된 내용들을 접할 수 있었기에 훌륭한 책이라고 하고 싶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저자가 주장을 펼치는 방식이 조금 애매하고, 다른 이의 연구와 학설을 갖다 붙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자신의 언어에서는 일반적 사실 거론을 주로 하고, 타에 대한 비판은 신랄하게 지적한다는 점이 거슬렸다.

서평은 그 책이 가진 성향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그렇게 봤을 때 내 서평은 전혀 그 책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일반 독자의 접근이 어려울 정도로 너무 전문적이고 원론적이기에 비전공자로서 어쩔 수 없는 위압감이 있다. 그냥 편하게 읽을 수 없고, 정독을 위해서는 형광펜이라도 들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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