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
천운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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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운영이란 젊은 작가를 신뢰하는 나의 이 굳건한 믿음. 문예지에 실린 그녀의 글을 볼 때마다 다시 세수를 하고 볼 만큼 조금은 스스로 정갈한 몸짓으로 보려는 나의 절대적인 신뢰성. 그러나 그녀의 두번째 창작집 <명랑>을 통해 나의 그런 그녀에 대한 믿음이 조금은 흔들렸고 변심한 애인을 바라보는 것처럼 마음이 뒤틀렸다. 1탄보다 좋은 2탄이 없다고는 하지만.

여성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읽을 때 마다 여성성을 느끼기 보다는 강렬한 남성성을 느껴지게 하는 힘이 작가 천운영의 힘인 것 같다. 첫번째 소설집 <바늘>을 통해 소설쓰기의 치열함이 무엇인지 보여줬다면 이번 창작집 <명랑>에서는 소설쓰기의 유연함을 보여준것 같다. 물론 지난번 소설집처럼 강렬한 그녀만의 색이 담겨진 작품도 있다. 표제작이기도 한 <명랑>이나 <아버지의 엉덩이>가 그러했다. 그러나 그 밖의 소설들에서는 예전 천운영만의 강렬함이 많이 유연해진 듯 보여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었다.

작가는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 하나의 틀에 자신을 고정시키거나 하나의 스타일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 주며 독자를 긴장시키고 기대감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 천운영이란 작가가 지금 그런 지점에 와 있고 그렇게 자신 스스로가 시도 한 이번 작품 <명랑>. 1탄보다 좋은 2탄은 없다는 제목으로 이번 소설 집에 대한 실망감과 아쉬움을 보이면서도 앞으로 그녀의 소설에 기대감을 가지고 지켜보며 박수를 힘껏 쳐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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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그러진 근대 - 100년 전 영국이 평가한 한국과 일본의 근대성
박지향 지음 / 푸른역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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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근대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일본과 서구를 통과하지 않으면 안된다' 는 전제하에 책은 이야기 되어지고 있다. 일본과 서구라는 볼록렌즈와 오목렌즈를 통해 구부러지는 빛으로 우리의 근대는 이야기되어져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근대는 우리민족의 고유성이나 우리 민족의 우수성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다. 일본을, 서구를 제외 시켜 놓고, 타자로 대상해 놓고 우리의 근대는 이야기 되어 질 수 없다. 우리의 근대는 일본과, 서구의 흐름 속에서 우리 식으로 받여들여져 생성되었지 우리의 독자성이나 우수성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우리의 근대성의 원천을 살펴보는 동시에 일본의 근대와 서양의 근대를 바라보는 시각, 그들의 편협한 입장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다. 서양인이 바라보는 일본과 조선의 시각은 오리엔탈리즘 적이면서도 서양식의 색깔이 가미된 오리엔탈리즘일 수 밖에 없다. 일본 역시 서구를 표본 삼아 근대를 이루려 했지만 그것은 일본식의 근대성 이루기가 아닌 서양 따라잡기의 근대 만들기로 그치고 있다는 점을 책은 지적하고 있다. 이분법적 사고로 길들여진 습관을 극복하고 서양이 자기와 타자를 바라보고 이론화한 방식에 우리는 이제 의문을 제기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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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의 정원사
김현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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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읽고 가장먼저 영화 <동사서독>에서 언급했던 술, '취생몽사'가 떠올랐다.


언젠가 나는 황약사에게 이 술을 얻었으면 하고 바랬었다.무엇을 그리도 잊고 싶은 것이 많았는지.
영화 속, 장국영은 취생몽사를 마셨지만 술은 기억을 잊어주는 역활을 하기 보다는 기억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 그를 더 괴롭게 만들었다.


기억이란 장치는 그런 것이다. 잊으려 할 수록 더 집착하게 되어 결코 잊을 수 없는 것이다.술로도, 독한 마음으로 쉽게 제 자리를 내어주고 사라지지 않는다. 사라졌다고 믿어도 어느 순간 되돌아 보면 그 자리에 상처 아문 자리 하나쯤은 남겨두는 법이다. 기억이 있기에 남은 생을 살아내는 것이라고 언젠가 할머니께서 말씀 하셨다. 다 잊기만 한다면 무슨 재미이겠냐고... 추억하는 게 있어야 할 나이가 되어가고 있다.그러나 요즘도 가끔씩 취생몽사를 찾아 꿈 결에 황약사를 찾는 나를 볼때마다 이런 내가 낯설기도 하지만 이런 내가 안쓰럽기도 하다.


연꽃이 흐드러지게 핀 물 속을 걸어가는 정원사를 만나는 과정이나 기억을 잊게해 주는 연꽃향이 진한 소설이었다. 그럼에도 진부한 인물들관의 연결과 의도적으로 드러나는 인물들의 이름이 실망스러운 소설이었다. 한편의 수묵화를 보는 듯 하면서도 줄 곧 작가가 뿌려 놓은 안개에 눈을 수십번 비비고 보아야 할 정도로 지치게 만드는 소설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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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 2005-03-23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중에 한번 읽어보고싶네요^^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 문학동네 시집 80
이병률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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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 신년에 한국일보에 실린 시를 통해 처음 이병률이란 시인을 알게 되었다. 그의 시 다섯편이 새해 첫날부터 큰 울림을 주었는지 몰라도 이병률이란 이름 석자는 잊어버리지 않았다. 그래서 문예지나 신간 서적에서 그의 이름을 찾으러 한참을 헤매였던 적도 있다. 간간히 지오라느 잡지에 실린 그의 글에 아쉽지만 안타깝게 만족하는 정도에서 그의 시집을 받아들었을떄의 기쁨이란.

시인은 경험하지 않은 것들을 쓰고 싶지 않은지 그의 시 속에는 그가 보고 그가 지나쳤고 그가 기억하는 것들이 고스란히 사진 한장한장처럼 사진첩에 정리되어있다.  중국 여행길에서 마주친 사람을, 늦은 밤에 마주친 한 사내, 병실의 한 여의사,오래된 사원, 그로공단의 외국인 노동자의 낙서 등 그 사진들이 고스란히 시로 그려졌다.  허기진 사람들과 그 풍경을 통해 헛배처럼 부푼 나의 감성에 진정한 허기를 알려주는 시들. 사는 일이 곤한 줄 모르고 살아가다 그의 시를 읽고 곤함 조차 망각한 채 환각의 상태처럼 그저 편안하게 살아가려는 보려는 나의 이기적 시심에 이병률 시인의 시들은 무게를 실어주었다. 

그냥 놓쳐버리고 지나친 것들이 참으로 많다. 그것들을 그대로 손에서 놓아버리고 여기까기 온 것이다. 그 놓친 것들이 상처가 되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앞으로도 살아가겠지. 그러나 가끔 시를 읽으며 시가 내 안으로 스며들 아주 잠깐, 아주 가끔 나는 놓친것들 혹은 놓아버린 것들이 남겨 놓은 내 상처 구멍을 보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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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모으는 사람 풀빛 그림 아이 27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모니카 페트 글,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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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읽은 동화에는 새로운 나라가 있었다. 이상한 나라에서 온 폴을 따라 다른 사차원의 세계로 들어간 듯했다. 책을 읽고 나의 생각은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 한참을 공중에 떠 있었다.  어린시절엔 뭐가 그리도 어른이 빨리 되고 싶어쓴지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는 한번도 동화책을 들여다 보지 않았고 정작 어른이 되어서는 하는 짓이 그러다보다 동화에는 눈 돌릴 틈이없고. 그러다 아주 우연히 집어든 생각을 모으는 사람. 교보문고 아동도서 코너에 몰려 앉아있는 아이들 사이에 쪼그려 앉아 한참을 읽었다. 그리고 혼자 감탄해 책을 꼭 품에 안고있었다. 남들이 그냥 흘러 버린 생각들을 모으는 아저씨 그리고 그 생각들을 가나다 순서데로 정리하는 아저씨. 모은 생각들에게 물을 주어 나무처럼 자라고 꽃도 피우게 하는 아저씨. 그런 아저씨가 저기 어디쯤에 서 있는 것 같았다.

어른이라는 이유로 더이상 네버랜드에 들어갈 수 없는 피터팬이란 걸 깨달은 이후로 덮어두었던 동화를 통해 나는 얼마나 많은 생각들을 가졌던가.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생각들이 머리 속에서 떠오른다. 어떤 생각들은 넘쳐 바닥에 떨어져 버리기도 하고 어떤 생각들은 찰랑이는 그 끝에 간신히 매달려 종일 괴롭히기도 한다. 많은 생각들을 기억하고 그리고 쉽게 버리는 나. 그 어느 하나 소중한 것임에도 일회용품 처럼 생각을 버린다. 그런 생각들을 모으는 아저씨에게는 분명 내 것이었지만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내 추억의 한부분이 큰 나무로 자라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큰 나무로 자라 어떤 생각들의 그늘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기억하기 그리고 생각하기. 항상 반복하면서도 너무 쉽게 잊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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