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 문학동네 시집 80
이병률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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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 신년에 한국일보에 실린 시를 통해 처음 이병률이란 시인을 알게 되었다. 그의 시 다섯편이 새해 첫날부터 큰 울림을 주었는지 몰라도 이병률이란 이름 석자는 잊어버리지 않았다. 그래서 문예지나 신간 서적에서 그의 이름을 찾으러 한참을 헤매였던 적도 있다. 간간히 지오라느 잡지에 실린 그의 글에 아쉽지만 안타깝게 만족하는 정도에서 그의 시집을 받아들었을떄의 기쁨이란.

시인은 경험하지 않은 것들을 쓰고 싶지 않은지 그의 시 속에는 그가 보고 그가 지나쳤고 그가 기억하는 것들이 고스란히 사진 한장한장처럼 사진첩에 정리되어있다.  중국 여행길에서 마주친 사람을, 늦은 밤에 마주친 한 사내, 병실의 한 여의사,오래된 사원, 그로공단의 외국인 노동자의 낙서 등 그 사진들이 고스란히 시로 그려졌다.  허기진 사람들과 그 풍경을 통해 헛배처럼 부푼 나의 감성에 진정한 허기를 알려주는 시들. 사는 일이 곤한 줄 모르고 살아가다 그의 시를 읽고 곤함 조차 망각한 채 환각의 상태처럼 그저 편안하게 살아가려는 보려는 나의 이기적 시심에 이병률 시인의 시들은 무게를 실어주었다. 

그냥 놓쳐버리고 지나친 것들이 참으로 많다. 그것들을 그대로 손에서 놓아버리고 여기까기 온 것이다. 그 놓친 것들이 상처가 되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앞으로도 살아가겠지. 그러나 가끔 시를 읽으며 시가 내 안으로 스며들 아주 잠깐, 아주 가끔 나는 놓친것들 혹은 놓아버린 것들이 남겨 놓은 내 상처 구멍을 보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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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모으는 사람 풀빛 그림 아이 27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모니카 페트 글,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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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읽은 동화에는 새로운 나라가 있었다. 이상한 나라에서 온 폴을 따라 다른 사차원의 세계로 들어간 듯했다. 책을 읽고 나의 생각은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 한참을 공중에 떠 있었다.  어린시절엔 뭐가 그리도 어른이 빨리 되고 싶어쓴지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는 한번도 동화책을 들여다 보지 않았고 정작 어른이 되어서는 하는 짓이 그러다보다 동화에는 눈 돌릴 틈이없고. 그러다 아주 우연히 집어든 생각을 모으는 사람. 교보문고 아동도서 코너에 몰려 앉아있는 아이들 사이에 쪼그려 앉아 한참을 읽었다. 그리고 혼자 감탄해 책을 꼭 품에 안고있었다. 남들이 그냥 흘러 버린 생각들을 모으는 아저씨 그리고 그 생각들을 가나다 순서데로 정리하는 아저씨. 모은 생각들에게 물을 주어 나무처럼 자라고 꽃도 피우게 하는 아저씨. 그런 아저씨가 저기 어디쯤에 서 있는 것 같았다.

어른이라는 이유로 더이상 네버랜드에 들어갈 수 없는 피터팬이란 걸 깨달은 이후로 덮어두었던 동화를 통해 나는 얼마나 많은 생각들을 가졌던가.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생각들이 머리 속에서 떠오른다. 어떤 생각들은 넘쳐 바닥에 떨어져 버리기도 하고 어떤 생각들은 찰랑이는 그 끝에 간신히 매달려 종일 괴롭히기도 한다. 많은 생각들을 기억하고 그리고 쉽게 버리는 나. 그 어느 하나 소중한 것임에도 일회용품 처럼 생각을 버린다. 그런 생각들을 모으는 아저씨에게는 분명 내 것이었지만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내 추억의 한부분이 큰 나무로 자라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큰 나무로 자라 어떤 생각들의 그늘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기억하기 그리고 생각하기. 항상 반복하면서도 너무 쉽게 잊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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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모퉁이의 중국식당
허수경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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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떠나 있다는 것. 익숙한 언어도 표정도 풍경도 모두 사라진 어느날 문득, 내가 길 모퉁이에 몸을 구기고 서 있을 것만 같은 느낌. 그리고 완전한 홀로, 혼자. 그 것이 주는 적막감과 고독 그리고 그것으로 인한 완전한 자유로움 사고의 일탈과 익숙한 것의 소중함 깨닫기.

허수경 시인의 이책은 이런것들을 모두 담고 있다. 메모 형식으로 그날그날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이야기 하듯 혼잣말로 풀어낸 그 메모를 보면서 시인이 걸었던 그 거리 그리고 그 거리에 쏟아낸 생각들을 조금 느껴본다. 책 부분부분 그리운 이들에게 보낸 편지 속에 카페 어느 테라스에서 펜을 들고 편지를 쓰고 있는 시인의 환영이 보인는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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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 Free - 자기를 찾아 떠나는 젊음의 세계방랑기
다카하시 아유무 글, 사진, 차수연 옮김 / 동아시아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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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번주 들어 팽이처럼 내 안에서 빙빙 돌기 시작한게 역마살이 맞는다보다. 그래 어쨰 한동안 움직이지 않는다 했지. 한동안 세계지도 보는 일이 뜸하다 했지. 한동안 여권을 뒤적거리는 일이 적다고 했지.

책은 세계 각국을 여행하면서 적은 기록들과 저자가 찍은 사진으로 구성되어있다. 그의 기록이라는 것은 여행 가이드가 섞어 약간의 입담 수준의 그렇고 그런 여행기가 아니다. 그의 기록들은 항상 자신에게로 향해있는 촉수처럼 감각적이고 섬세하고 예민하고 풍부하다. 이런 나의 간드러지고 과장된 표현은 아마도 그의 짧은 기록의 몇 페이지에서 감동을 받았음이 틀림없다. 샌드위치 속의 베이컨과 치즈 같은 그의 사진들 역시 그의 여행기를 풍부하게 해 주는 그 무언가가 되고 있다. 뭐, 사진이 흑백이라 좀 아쉬운 점이 있지만 칼라로 올릴 경우 책값 역시 큰 폭으로 오르기에 이정도로 만족하고.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책의 제목이 그냥 여타의 여행기와 엇비슷한 느낌이기에 소홀한 느낌도 지울수가 없다.

저자는 여행을 하면서 보고, 느끼고, 체험했던 것을 자신 안에서 자신의 언어로 잘 우려내고 있다. 그동안 내가 거첬던 몇권의 여행기 중, 기억에 남아 한동안 나를 어지럽게 할 사진과 그의 언어의 기록.  아침 일찍 도서관에가자마자 빌려본 이 책 한권에 역마살에 불이 확 지펴졌다. 내일 당장이라도 적금 탈탈털어 떠나야 할 것 같다.  여권의 유효기간이 얼마나 남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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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우물에서의 은어낚시 - 1990년대 한국단편소설선
이남호 엮음 / 작가정신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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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과자 종합 세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 어릴때만 해도 생일이나 어린이 날 혹은 명절에 받던 오리온 종합과자 선물 세트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각  종류의 비스켓, 쿠키, 카라멜, 초콜렛, 껌이 들은 그 상자를 얻는 때는 세계를 다 얻은 듯 그런 기분이었다. 그리고 방 구석에 숨겨두고 혼자서 아껴아껴 먹었다.

 

왜 신성한 소설 앞에서 과자타라여며 종합과자 선물 셋트를 말하냐고?

왜긴...오정희라는 양갱부터 구효서라는 카라멜을 지나 공지영이라는 비스켓을 씹고 성석제라는 스넥을 부스러기까지 털어 넣고 윤대녕, 신경이라는 쿠키를 담백하게 먹고 은희경, 전경린초콜렛을 핥아먹고 마지막으로 이만교라는 껌으로 입가심 할 수 있는 완벽한 종합선물 셋트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이 소설집이 그랬다. 90년대를 한꺼번에 훅 훑어 담은 책.

어느 작품하나 떨어지는 것 없이 그 작가의 최고 결정의 작품을 담았다. 그리고 90년대라는 시대에서 결코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는 작가들을 다루고 있다.  한국 소설에 관심이 있는 독자건 아니건 한번쯤은 이름 들어봤던 작가의 발견에 흥미를 붙잡고 읽을 수 있다. 한국 소설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던 분들 그래서 한번쯤 이 작품들을 읽어 본 분들에게는 정리의 의미로 다시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 역시 그 작가의 그 작품이 어디 있는지 도통 찾을 수 없을 때 이책을  집어든다. 70년대 80년대를 정리한 무수한 책들 속에서 90년대를 정리하고 회고한 이 책의 의미는 크다고 생각한다. 물론 제본한것 같은 느낌의 편집이나 표지가 조금 섭섭한 인상을 주고 있기는 하지만

 

'톡톡'이라는 독특한 사탕이 있었다.

소금 알갱이처럼 굵은 가루 사탕을 입에 넣으면 팝콘 튀기는 듯이 입안에서 톡톡 튀어 올라  '톡톡'이란 이름이 붙었던 그 사탕. 기억하는 분, 있을라나 모르겠지만. 종합과자 셋트가 서서히 사라질 무렵 그 사탕이 나왔는지 내 기억 속에 과자 상자에는 '톡톡'이 없었다.  종합과자 선물 셋트에는 오정희의 옛우물 부터 윤성희의 '계단"까지 뿐인 것이다.  사탕 '톡톡'같은 2000년대의 작가 박민규, 정이현 그리고 등등의 작가들은 이제 어느 상자에 담아야 할까? 요즘 아이들은 무얼 먹는지, 무슨 선물을 받았을 때 세상을 다 얻은 듯한 기분을 느끼는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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