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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우물에서의 은어낚시 - 1990년대 한국단편소설선
이남호 엮음 / 작가정신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요즘도 과자 종합 세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 어릴때만 해도 생일이나 어린이 날 혹은 명절에 받던 오리온 종합과자 선물 세트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각 종류의 비스켓, 쿠키, 카라멜, 초콜렛, 껌이 들은 그 상자를 얻는 때는 세계를 다 얻은 듯 그런 기분이었다. 그리고 방 구석에 숨겨두고 혼자서 아껴아껴 먹었다.
왜 신성한 소설 앞에서 과자타라여며 종합과자 선물 셋트를 말하냐고?
왜긴...오정희라는 양갱부터 구효서라는 카라멜을 지나 공지영이라는 비스켓을 씹고 성석제라는 스넥을 부스러기까지 털어 넣고 윤대녕, 신경이라는 쿠키를 담백하게 먹고 은희경, 전경린초콜렛을 핥아먹고 마지막으로 이만교라는 껌으로 입가심 할 수 있는 완벽한 종합선물 셋트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이 소설집이 그랬다. 90년대를 한꺼번에 훅 훑어 담은 책.
어느 작품하나 떨어지는 것 없이 그 작가의 최고 결정의 작품을 담았다. 그리고 90년대라는 시대에서 결코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는 작가들을 다루고 있다. 한국 소설에 관심이 있는 독자건 아니건 한번쯤은 이름 들어봤던 작가의 발견에 흥미를 붙잡고 읽을 수 있다. 한국 소설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던 분들 그래서 한번쯤 이 작품들을 읽어 본 분들에게는 정리의 의미로 다시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 역시 그 작가의 그 작품이 어디 있는지 도통 찾을 수 없을 때 이책을 집어든다. 70년대 80년대를 정리한 무수한 책들 속에서 90년대를 정리하고 회고한 이 책의 의미는 크다고 생각한다. 물론 제본한것 같은 느낌의 편집이나 표지가 조금 섭섭한 인상을 주고 있기는 하지만
'톡톡'이라는 독특한 사탕이 있었다.
소금 알갱이처럼 굵은 가루 사탕을 입에 넣으면 팝콘 튀기는 듯이 입안에서 톡톡 튀어 올라 '톡톡'이란 이름이 붙었던 그 사탕. 기억하는 분, 있을라나 모르겠지만. 종합과자 셋트가 서서히 사라질 무렵 그 사탕이 나왔는지 내 기억 속에 과자 상자에는 '톡톡'이 없었다. 종합과자 선물 셋트에는 오정희의 옛우물 부터 윤성희의 '계단"까지 뿐인 것이다. 사탕 '톡톡'같은 2000년대의 작가 박민규, 정이현 그리고 등등의 작가들은 이제 어느 상자에 담아야 할까? 요즘 아이들은 무얼 먹는지, 무슨 선물을 받았을 때 세상을 다 얻은 듯한 기분을 느끼는지 갑자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