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사람을 규정하는 변수는 셀수 없이 많아서 특정한 하나의 사실이나 사건을 가지고 '저 사람은 이렇다'라고 규정하는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뭐, 이런 사실은 아이들도 알법한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특히 정치권에서는) 상대방을 누르기 위해 자주 저런 불가능한 짓을 시도하곤 한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직업 정치인이 아닌 보통 사람들도 비슷한 태도를 취하는 경우는  종종 있는 일이다. 다만 정치인에 비해 빈도가 낮고 뚜렷한 목적의식이 없다는 것이 다를 뿐.
 


나는 2002년 대선때 노무현 대통령에게 한 표를 던진 사람이지만  위와 마찬가지로 소위 '노빠'라는 용어로만 규정될 수는 없는 사람이다. 지지하는 사람은 달랐어도 아마 대부분의 국민이 비슷한 경우일 것이다.  제도와 역사는 사진처럼 정지된 것이 아니라 강물처럼 흘러가는 것이고  목표가 같아도 현실을 이해하는 관점이나 방법론이 다르고 나아가 그러한 인식과 관점마저도 유동적인 것이라서 누구를 지지하던간에 두 사람 이상이 모이면 갑론을박하는게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여기까지는 지금 쓰는 글의 서두부분인데... 서두를 길게 깔면서 일종의 방어막을 친 이유는 누군가를 까기 위해서다. 김수행, 그리고 지승호.

주 초에 '김수행, 자본론으로 한국경제를 말하다'를 읽었다. 평소 지승호의 인터뷰집을 재미있게 보았던터이고 근래 부쩍 '자본론'에 관심이 갔었던 터라서 많은 기대를 하고 손에 들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많이 실망을 하고 말았다.

일단 형식적인 면에서 인터뷰어의 주장과 (유도)질문이 너무 많았다. 김교수는 "그렇죠" 라고 대답만 하거나 질문자의 견해에 보충설명을 다는 정도만하는 내용이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한다. 책 제목을 볼때나 인터뷰집이라는 점을 생각하고 본다면 이런 내용은 좀 당황스러운 시츄에이션.(그렇지만 굳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내용만 볼때, 누구의 입을 빌리든 필요한 말만 했다면 책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지는 못하긴 할것이다.)

둘째는 참여정부에대한 일방적인 비난이다.  FTA추진, 아파트분양원가미공개, 해외파병이나 한나라당과의 연정제안 등 좌파적인 관점에서 도저히 받아들일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으니 마르크스주의자가 한 소리 안할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두사람의 대화를 계속 보자하니 탁상공론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참기 어려웠다. 5천만의 대표이자 갈등 조정자로써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에는 괴리가 있을수도 있다는 점은 전혀 인정하지 않는듯 했다. (같은 논리라면 이명박은 행정수도폐기와 한반도대운하를 흔들림 없이 추진했어야 옳다. 굳이 정운찬 총리가 물러나거나 4대강살리기라는 사기를 칠 필요도 없고) 

일단 대통령은 반대세력을 포함해 국민 전체를 아울러야 하기에 특정 목표를 추진하면서도 어느 정도 타협을 병행하면서 최대한 원하는 결과를 꾀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경직된 자세로 너무 앞서나가면 아니시작한만도 못한 결과를 낳기 때문에 후보때 외치던 주장을 그대로 실행할수 없다는 것쯤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국민보다 반발짝만 앞서가라고 했다지? 그리고 공약이행면에서 2MB는 후보때의 공약을 타협없이 너무 잘 지켜서 문제고.)   당시 국회에서 대통령의 의중을 공감하는 세력의 왜소함과 일방적인 여론을 생각해 볼때 책상머리에 앉아 한 사람의 무능탓만 하는건 보기 흉하고 책임전가처럼 보인다. (차라리 조중동을 까라)

특히 2MB가 대통령이 된 후 절실히 느끼는 격세지감을 놓고 보면 '참여정부가 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기억이 나는 정책이 하나도 없다', '친서민이라더니 부자들만 퍼주었다', '한나라당과 동일하다'는 식의 몰아붙이기는 책의 출간시점을 고려해봐도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노대통령 재임 당시의 쟁점들에 대한 노대통령 본인의 생각은 퇴임과 서거 이후 발간된 책들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나도 책들을 읽은 이후에나 (공감까지는 아니더라도)이해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물론 이 책은 2008년에 이뤄진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내용이기에 지금보다 정보가 부족하긴 했으나 그때문에 오히려 '탁상공론'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는 인터뷰가 아니었나 싶다. (내 상상이지만 우리나라가 민주당이 집권당, 진보신당이 제1야당인 나라였다해도 노무현은 야당 후보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마르크스가 생각했던 '새로운 세상', 김수행 교수와 내가 생각하는 새로운 세상은 어느날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것은 아닐게다. 나는 분명히 새로운 세상을 추진하는 과정에 무지개빛 좌파신자유주의(?)자 대통령들이 수없이 다리 역할을 해야 그런 세상이 올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국민의 색깔도 함께 변한다는 가정하에 그렇다는 말이다. 당장 노회찬이나 심상정(혹은 진중권까지?)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 책의 관점으로는 별로 칭찬받을 대통령은 될수 없을 것이다. 다리 없이 강 건너편에 도착할 수는 없으므로.)

세번째는 김수행 교수의 이중적인 자세다. 탁상공론임을 비판하면서도 언급했지만 참여정부는 뭘하기는 했는지 모르겠다, 기억나는 정책이 하나도 없다, 형편없다 라는 비난을 쏟아내던 김교수의 태도는 한나라당을 위해 일하는 김교수의 지인이 언급되면 달라졌다. 학계에서 선후배동료로 지내던 사람이 한나라당의 씽크탱크 역할을 하는 상황에 대해 인터뷰어가 질문하니 과거의 인연을 설명하면서, 요약하자면 "그 사람 똑똑한데 그렇게 되버렸네요"식으로 말하곤 땡쳐버린다. 어느정도 예상했던 반응이지만 앞서의 매몰찬 구정권 비난에 비춰보면 참 허탈하기 그지없는 약아빠진 답변이었다. '당신도 별 수 없군'이라는 생각이..

처음 만남에서의 각인효과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나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이전 정부에 우호적이다. 그러나 서두에서 언급한대로 나를 규정짓는 생각의 관점 또한 사안별로 시기별로 다르기 때문에 '우호적'이라는 것만으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된것은 아니다.  오히려 거꾸로 나의 성향과 생각이 이러해서 우호적이 되지 않았나 싶다.

암튼 감히 저자들을 깐다고는 했지만 그들의 저작들을 보면 존경하지 않을 수 없고, 특히 지승호의 인터뷰집은 항상 즐겁게 읽어왔던 터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것 같다.   그렇지만 어쨌든 이 책은 인터뷰어의 과도한 욕심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그리고 왜 똑똑한 학자들이 현실에 도움은 커녕 종종 걸림돌이 되고 마는지 그 일면을 이해하게 해주는 즐겁지 않은 깨달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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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행, 자본론으로 한국경제를 말하다
지승호 인터뷰어, 김수행 대담 / 시대의창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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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대답을 지배하는 인터뷰. 인터뷰이를 통해 인터뷰어가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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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겪은 경험담과의 유사함 때문에 만화를 갈무리해두었다. 반갑기도 하고 웃음도 나고... 

 나의 경험담은 이렇다. 

 

여자가 오해 했을때. 

남: 그건 오해야. 나는 그런 뜻으로 이야기 한게 아니라고! 

여: 그러게 말을 똑바로 했어야지! 왜 오해하게끔 말을 해서 문제를 만들어? 

남: 미안해.. 

 

남자가 오해 했을때 

여: 그건 오해야. 나는 그런 뜻으로 이야기 한게 아니라고! 

남: 그러게 말을 똑바로 했어야지! 왜 오해하게끔 말을 해서 문제를 만들어? 

여: 난 분명히 제대로 이야기 했!어! 왜 맘대로 오해해 놓고 큰소리야?

남: 미안해.. 

 

돌아서서는 항상 혼잣말로 그런다. 지는게 이기는 거다, 지는게 이기는 거다... 글쎄, 아무리 그래도 이기는건 아닌것 같은데 더 크게 깨져서 만신창이가 되는걸 방지하는 효과는 확실히 있는 것 같다.   나의 경험으로 일반화할수는 없는 거지만 굳이 동물에 비유하자면 여자는 고양이같고 남자는 개같다.(강아지는 아니고-.-)  각자 장단점이 있겠지만 확실히 자존심을 세우는데는 여자가 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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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십팔사략 세트 - 전10권
고우영 지음 / 애니북스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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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인 추천들과 중국역사와 인물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생전 처음으로 10권짜리 전집을 한꺼번에 구매하게 되었다. 물론 만화라서 다른 전집류에 비해 가격부담이 덜했다는 것도 한 이유. 

긴 이야기의 시작인 1권에서는 우리가 아는 중국 이전의, 전설시대부터 시작한다. 천지와 해와 달이 생긴 이야기들. 이런 중국의 전설이야기를 보는 것은 이 책이 처음이라 흥미로웠다. 진짜 역사이야기는 2권부터라고 할수 있다. 2권에서는 춘추시대로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10권 남북송시대로 대장정의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800년정도의 원명청 시대가 빠진것은 아쉽다. 하지만  관계가 복잡해서 정리가 필요하거나 널리 알려진 고사나 인물들에 관련한 이야기는 대부분 그 이전시대의 것들이므로 충분히 재미있게 충실한 내용을 볼수 있다.

과거 역사가 그랬던 한계인지, 화백의 한계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여성이 악녀 아니면 거의 도구로써만 묘사되고 실제 비중에 비해 성적인 표현(그래봤자지만)이 과다한듯한 점이 눈에 띈다. 그러나 이 책의 다른 장점이 그것을 누르고 남음이 있다. 화백의 그림체처럼 이야기는 과감하게 생략할 것은 생략하고 줄거리가 잘 요약되어있어 전체적인 흐름을 쉽고 빠르게 파악하고 이어가기 쉽게 되어 있다.  

사실 십팔사략에 눈길이 가게 된것은 사마천의 '사기'를 읽고 나서다. '사기' 또한 간단치 않은 책이라서 각기 다른 관점으로 편집된 단행본 몇 권을 골라보았다. 그런데 '사기(열전)'의 내용이 너무 사건이나 인물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보니 전체 그림을 이해하는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고우영의 십팔사략이 그러한 욕구의 해결사 역할을 하게된 것이다.

읽다보면 인물들에 대한 묘사나 해석에서 다른 책들과 십팔사략의 관점이나 촛점이 조금씩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역사해석의 차이점들을 발견하고 비교하면서 읽어나가는 것도 한 재미이며, 이렇듯 인물이나 사건의 평가는 객관적일수 없기에 역사는 자신의 주관을 갖고 바라보아야 한다는 점을 체험하는 것도 의미가 있었다.

이 책은 짧고 굵게 중국사를 한 번 훑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맞춤도서가 될것이고 천천히 음미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약도같은 역할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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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친척이 모여 추석을 보내고난 후 긴 연휴를 이용하여 강원 북부에 있는 한 휴양림을 이용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쌀로 유명한 철원을 지나게 되어 자연스레 추수 직전의 논을 자주 보았지요. 누런 물결이 이는 농촌의 모습을 보면 언제나 그 논이 제것인양 기분이 좋아지곤 합니다.  하지만 이번엔 안타까운 모습도 보였습니다. 여기저기 격한 구호의 현수막이 걸려있었는데 그 중에 제 마음에 턱하니 와서 박히는 문구가 하나 있었습니다.

"쌀값이 농민값이다!" 

더 적나라하고 자극적인 내용의 현수막도 있었지만 이 문구가 모든걸 이야기해주고 있더군요. 자주 언론에 나와 알려졌다시피 쌀 소비량의 감소와 수확량의 증가로 인해 쌀값이 말이 아님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닐뿐더러 올해는 북한지원도 중단되어 농민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닌가 봅니다. 나름 쌀소비진작에 도움을 주겠다고 밥도 많이 먹고(-.-a 평소 식구들한테는 빵이나 케잌보다는 밥을 먹자고 말하곤 했지만 이런 건 농담이나 같은 짓이죠. 농민이 아닌경우 대부분 아이는 급식, 직장인은 식당, 주말엔 외식을 하는 생활 패턴이 주류가 된 이상 획기적인 해결책이 금방 나오기 힘들겁니다. 그렇다고 가뜩이나 낮은 식량자급률 더 낮아지라고 쌀농사를 줄이기도 어렵지요. 듣자하니 쌀농사가 토지보존에도 한 역할한다고도 하니 더 그렇구요. 

개인적으로야 고기보다는 푸성귀를 훨씬 좋아하는 성격이라 더이상 바꿀 부분은 없는듯하고, 남북통일이나 세계의 식량문제 나아가서는 한반도의 기후변화까지 고려한 정부차원의 장기적인 대응책이 꼭 필요할것 같습니다.  쌀값이 농민값이기도 하지만 농자(農子)는 천하지대본(天下地大本)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천하지대본을 무시하면 언젠가 그 댓가를 치를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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