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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마인드
리처드 왓슨 지음, 이진원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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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에서 받은 가장 감명 깊은 문구다. 

   
  일 하지 마라!  
   

 

평생 듣고 싶은, 그러나 평생 들을 일 없는 말.  하지만 이런 허무한 감상은 계속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일 하지 말라는 건 두 배 세 배로 일하기 위한 잠시 동안의 충전을 의미할 뿐이니까. 

 

미래학자, 스크린세대를 말하다.
이 책은 디지털과 SNS, 모바일로 그 특징이 축약되는 세대의 특징과 현상에 주목하면서 문제점은 무엇이고, 대책은 무엇인지, (자신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양상은 어떠할지에 대해 넖고 얕게 훓어본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디지털 문화의 영향은 두뇌활동의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깊고 진지하고 시간이 걸리는 사고 방식은 외면받고 사람들이 단순하고 가볍고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데에만 집중하게 된다고 말한다.  소위 멀티태스킹을 한다는 것인데, 이 멀티태스킹이라는게 일부 단순한 일 외에는 진짜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답을 구하기 어려운 방식이라는 점도 지적한다. (음악을 들으며 전화하면서 운전을 하는 경우가 멀티태스킹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런 회의들은 정말로 많은 생각들을 양산했지만 대부분 매우 피상적인 것들에 불과했다. 영양가 있는 생각을 하려면 동료나 친구와 함께 점심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가는 것이 더 낫다.  p.163

빠르고 효율중심으로 일하다보면 제대로된 답을 구하기 힘들며, 천천히 생각하고 종종 직관에 좀 더 의존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본문에서도 잠깐 언급되는데 니콜라스 카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피력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책이다. 


책의 미래
그러한 이야기 중에 전자책에 대한 언급도 나오는데,  독자들에게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종이책으로 독서할 것을 권하고 있으며 또한  (최소한)회사의 중요문서는 미래에도 종이로 보관될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전자적인 정보는 깊은 감상을 방해하고 주의력를 약화시키기도 한다고...    

이 점은 나도 깊이 동의한다. 우리가 뭔가 암기할때 손으로 쓰고 밑줄쳐가며 하는 것도 아마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싶고. 우리는 오로지 시각과 두뇌할동만으로 이해하고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몸의 모든 감각으로 하는 것일 터, 종이책은 어쨌거나 끝까지 그 중요성을 잃지 않을듯하다. 

 

일 하지 마라
포스트잇, 해리포터이야기, 핵연쇄반응이론 등등, 그냥 다른 일을 하다가 떠오른 생각들이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낸 사례들이 등장한다. 한 번에 여러가지를 붙잡고(멀티태스킹), 잠도 줄여가면서 일에만 파고든다고 문제가 풀리거나 창의적인 발상이 나오는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기시감을 불러일으키는듯한 내용이다.  하지만 중간중간에 일목요연하게 권고사항과 미래예측을 정리한 내용은 한번 쯤 읽어볼만하다.

그 중에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사항은 '슬로씽킹'운동이 일어날것이라는 예측이다.  슬로푸드는 들어봤지만 슬로씽킹은 처음이다. 천천히 생각하자는 것.  야근과 과로에 지친 직장인이나 학생들에게 참으로 솔깃한 이야기리라.  그러나 현실은 이 짧은 글을 쓰는 동안 휴대전화와 말걸기로 십수번의 중단후 재개를 겪을만큼 녹녹치 않다. 잠은 하루 평균 5시간밖에 못자면서도 말이다.(그래서 그런지 품질이 영... 아니올씨다다.)

일 좀 그만 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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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혁명]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경제학 혁명 - 신화의 경제학에서 인간의 경제학으로
데이비드 오렐 지음, 김원기 옮김, 우석훈 해제 / 행성B(행성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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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저자가 쓴 책이든 번역서든 간에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확실히 기존 경제학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책들이 적지않게 쏟아져 나왔다.  비록 현실 경제와 법제도는 그닥 변한것 같지 않지만 일련의 책들이 말하는 바를 믿자면, 결국 세계는 변화를 거부하기 힘들것으로 보인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경제가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고 본다. 이것은 개인 투자자들이 합리적으로 결정을 내린다는 생각에 기초한다.    경제학자들은 쇼핑몰에 가본 지가 아주 오래된 모양이다. 

저자의 독설이 군데군데 명쾌하게 드러는 부분이 있는데,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듯한 쾌감을 느낀다.  아래의 글은 재인용이긴 하지만 역시 비슷한 쾌감을 주는 한 마디가 아닐수 없다. 

유한한 세계에서 기하급수적인 무한 성장이 계속될 거라고 믿는 사람은 미친놈이거나 경제학자다.  - 케네스 보울링    p.263. 

 

내가 CNBC방송국(에 출연하는 금융분석가들)의 조언을 충실히 따랐다면 지금 저는 100만 달러를 가지고 있을 겁니다. 물론 시작은 1억 달러로 했겠지만요.  - 존 스튜어트   p.336

 

위 인용된 문장들을 보면 알겠지만  저자의 기존 경제학(자)에 대한 불신은 상당하고 또 타당하기도 하다.  왜냐? 그들은 항상 틀려왔으니까.  경제학 원론에 나오는 수요공급곡선이 그대로 현실에 적용되는 사례는 사실상 없으니까. 


물리나 수학법칙의 경우에는 원론이 현실에 그대로 한치의 오차 없이 적용되지만 경제학의 경우엔 고려할 변수가 너무 많아서 이론 그대로 현실에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과학입네하며 각종 수식을 들이밀고는 '시장이 옳다'는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경제 문제에 대처해왔기에 경제위기가 발생했음을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신고전주의 이데올로기가 그토록 견고하고 널리 퍼져있다면, 은행은 왜 경제가 호황일 때는 지유시장과 작은 정부가 좋다고 외치면서, 위기가 닥치면 납세자에 의해서 구제받는 최초의 회사가 되는 것일까? 적자생존의 법칙에 따라 파산하도록 놔두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것이 그들이 신봉하는 원칙에 충실한 것 아닐까?     결국 이 모든 것들이 헛소리라는 것이다.  p.321 

기존 경제학은 한 마디로 '헛소리'라는 과감한 선언! 

유쾌하고 통쾌하다. 그리고 우리는 왜 이런 뻔한 사실과 반증사례를 가지고도 한마디 저항도 못하고 시장의 노예처럼 살아왔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저자는 단순히 기존 경제학의 무능함만을 지적하지 않는다.  지구상에 사는 사람 모두가 미국인 수준의 경제생활을 누릴려면 지구가 여러개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지속가능하지 않는 성장에 대한 경각심을 고조시킨다. 이미 여러가지로 경고등이 들어왔음에도 잘못된 경제관하에서 사람들이 폰지(나중에 들어온 투자자의 돈으로 먼저 들어온 투자자에게 수익으로 가장하여 지급하는 사기수법)사기의 참여자처럼 마지막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는 지적은 나조차 뜨끔하게 만들기도 한다.  한 움큼의 정의가 사라져도 돈을 더 벌 수 있다면, 좀 더 싸게 살수 있다면 좋다고 달려들던 모습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사실 지금은 <경제학의 배신>, <모든 것의 가격> 등 이 책과 비슷한 주장을 하는 목소리가 많아져서 이 책이 주는 신선한 맛은 덜하고 따라서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색다름은 없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낯선 사람에게라면 지금 언급한 두 책보다는 좀 더 명쾌하게 다가갈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혁명이란 단어에 겁먹을 것 없다. 종말을 향해가는 세계에선  죽기아니면 혁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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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연, 왕의 공부
김태완 지음 / 역사비평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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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선 책의 만듦새가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깔끔한 표지와 휴대가 불편하지 않는 판형(그렇다고 편하다고 하기엔..), 적당히 채워진 글밥과 구석구석 조화롭게 배치된 자료사진과 정보들.  일단 이렇게 손에 착 감기는 책이 들어오면 내용과 상관없이 열독률이 올라간다.  물론 역사 이야기니 주제도 나에겐 딱.


'왕의 공부'라니 호기심도 생기지만 자연스레 '나는 왕이다'라는 기분으로 책을 읽게 된다. 무소불위의 권력자같은 왕의 기분으로 말이다. 군사부일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극상의 위치에 있는 왕의 교육은 어떤 분위기였을지 자못 궁금해하며...


그러나 왕의 실상은 엘리트 관료들에 의해 궁궐에 유배되어 훈육되어지는 존재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도 그럴것이,  아무리 옛날이라지만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음은 노비들도 아는 사실, 왕가의 혈통이라고 해도 결국 특별날것 없는 인간인데, 대대로 지배자의 위치에 있으려면 주변의 노력(견제?)이 필수불가결한 것임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라온 명석한 신하들이 먼저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다보면  조선 건국조차도 실상은 정도전이 이성계를 간판으로 내세워서 이뤄낸 일처럼 소개되는 대목도 있었던 것 같다.(벌써 어렴풋해지는 기억...)  그림자 권력이라고나 할까?


경연에 나오는 신하들의 이야기는 부탁같기도 하고 읊조림같기도 하고, 말그대로 교육같기도 하고 때론 명령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책에는 꼭 '학습'분위기의 이야기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은퇴하려는 신하와 그것을 만류하는 임금. 다시 그것을 정중히 거절하는 신하와 최대한 조건을 걸고서야 놓아주는 임금의 대화. 그 둘 사이의 대화는 비즈니스계의 긴장감 팽팽한 협상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노학자의 고집과 임금의 끈질김이 엿보이는데, 이런 모습들을 보니 조선시대의 정치는 상명하복관계였다기보다는 서로 의지하고 공생하는 관계였던 것 같다.


어쨌거나,  경연의 자리에서 오가는 이야기는 상당부분 도덕에 대한 이야기다. 요순같은 성군이 되어야 한다는 그런 유의 이야기 말이다.  물론 신하를 쓸때에도 그러한 유교적 가치에 어울리는 사람을 써야 하고.  능력만 있으면 도덕성 같은건 개나 줘버리는 지금의 어느 정치집단과 비교가 된다.  그나마 그 '능력'이라는게 사기치는 능력이라 더더욱 현재가 개탄스럽고.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신하를 잘못 쓴데 대한 책임을 왕에게도 묻듯이, 부패한 정치인이 활개치는 것은 나라의 주인이라는 '국민'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하긴, 국민이 선거로 뽑은 정치인을 누가 뽑았냐고 서로 질타해봐야 누워서 침뱉기 아닌가. 


그럼, 그런 국민은 조선의 왕처럼 공부하고 있을까?  어떤 정치가 필요한지, 어떤 세상을 추구해야 하는지 교육받고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아 보인다.  왕은 어려서부터(세자시절) 기본 소양을 교육 받았지만 지금의 왕(어린이)들은 왕대접을 받기는 하나 왕노릇하는 법은 배우지 못한다.  성인들도 마찬가지. 그러니  사람이 떠내려가도 물이 인정사정없이 낮은 곳으로 흐르듯,  돈만 된다면 사람들은 그리로 쏠린다. 그러면서 서로가 서로를 괴롭히는 지옥을 만들어 간다. 그러는 사이 간신배같은 무리들이 끌리고 쏠리고 들끓는다.

 


텅빈 경복궁의 전각들을 빼꼼 들여다 볼때마다 뭔가 쓸쓸함 이랄까 허전함같은게 느껴졌었다. 주인 잃은 집이란 생각에 그저 '기와는 돌이요, 기둥은 나무요, 저 사람은 관광객이니라' 하는 느낌정도 밖에는... 
다행히 이 책으로 인해 그러한 이미지에 약간이나마 생기를 불어 넣을수 있었다는게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앞으로 궁을 돌아다니면 저 건물들 안에서 이뤄지던 대화와 토론들이 들릴것 같다. 500년을 이어온 저력이 말이다. 바램이 하나 있다면 저 뒤 멀리 보이는 푸른기와집에도 들렸으면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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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1. 구글 이후의 세계 

 검색시장의 거인으로 갑자기 등장해서 우리를 놀래킨 이후로 구글은 엄청난 발전을 거듭해 왔다. 이젠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을 지배할것 같은 태세다.  이렇게 이야기를 꺼냈다고 이 책이 구글에 대한 책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냥 인터넷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이야기하는 책이 곧 구글이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은 현실에 대한 넋두리랄까....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IT기술은 엄청나게 우리의 생활을 변화시켰고 지금도 정신없이 변화/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시대에 표류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의 두뇌를 말랑말랑하게 유지시킬 필요가 있다.  예측의 적중률은 문제가 아니다.  이 책을 통해서 신선한 충격과 자극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혹시 아는가?  여기서 받은 작은 영감으로 누군가 미래의 구글과 애플을 만들게 될지.

 

 

2. 퓨처 마인드 

이번 달은 우연히 '미래' 이야기를 중복해서 고르게 됐다. 저자가  앨빈 토플러, 다니엘 핑크와 함께 3대 미래학자로 꼽힌다니 허명이 아니라면 이 책이 아니어도 '리처드 왓슨'이라는 이름이 곧 익숙해질 것 같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란 책에서도 지적하지만, 기술발달로 인해 사람들의 생각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물같은 연결망과 정보의 홍수 때문에 생각하고 판단할 일은 더 많아졌는데도 말이다.  그러다보니 생각과 글과 대화가 짧아진다. 이건 확실히 문제다.   이 책이 정확히 이 문제를 건드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생각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니만큼 어느정도 혜안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3.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미래
 

김광수경제연구소는 사실, 선대인 부소장때문에 덕을 많이 보지 않았나 싶다. 선대인 부소장이 트위터를 활용해 알려주는 경제 분석들은 부실한 뉴스 홍수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상황을 바로보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부소장이 그정도인데 소장은 더 말할 필요 있을까? ㅎㅎ 

암튼, 이젠 누구도 쉽게 부인 못 할만큼 부동산 시장은 전환점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소유여부를 떠나서 누구나 비 피할 집 하나쯤은 반드시 필요한 만큼 부동산 이야기는 중요하다. 이정도면 더 이상 이 책의 주제가 중요하다는 말은 필요없을듯.  과연 대기업이나 건설회사, 정부와 이해관계가 없는 경제연구소의 솔직한 미래 이야기는 어떤 내용일지 무척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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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트]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퀀트 - 세계 금융시장을 장악한 수학천재들 이야기
스캇 패터슨 지음, 구본혁 옮김 / 다산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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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경제위기는 순전히 금융시스템때문이었고 그 핵심에는 실체를 파악하기 불가능할 정도록 복잡해진 금융상품들이 있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얼마나 부실한지, 그 규모는 어느정도이며 어디까지 연관이 있는지 파악이 안되니 결국 전대미문의 사건이 터지고 만 것이다. 

이 책 덕에 처음 알았는데, 바로 그런 복잡한 금융상품들을 고안해 내고 운영했던 주체들을 '퀀트'라고 하는 모양이다.  전자적으로 이뤄지는 빠른 거래때문에 아마 양자(quantum)의 앞 글자를 따서 부르는듯. 

 

이 책의 구성은 독특하다.  논픽션이라고 하는데 전반적인 구조는 그렇지만 읽어보면 팩션이 아닐까싶은 생각도 든다. 실존 인물과 회사, 사건들이 등장하지만 수십년에 걸쳐 개인적인 대화나 심리상태 등까지 전지적 관점으로 묘사하고 있으니 말이다.   실존인물을 다루다 보니 아는 이름도 나온다.  '블랙 스완'의 탈레브가 그이다.  탈레브의 역할은 퀀트들과는 정반대였으니 그닥 비중있게 나오지는 않지만 블랙스완의 반대쪽 시선으로 탈레브를 보는 것도 재밌는 경험이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책을 읽으면서 하품이 자주 났다. 사건,사고의 치밀한 분석도 아닌것이, 그렇다고 완전한 소설로써의 기능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십 여 명의 인물들을 번갈아가며 오락가락 등장하고 있어서 당췌 몰입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여러 명의 일기장을 뒤죽박죽 섞어 놓은듯한 느낌이라고 하면 설명이 될지 모르겠다. 같은 반에 있으니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건은 서로 교차되나 서로의 이야기가 어떤 연결성도 없고 명확한 기승전결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편집 또는 번역상의 오류도 자주 눈에 띄어서 (경영경제서적은 이런 책이 유난히 많은 것 같다.) 전반적으로 정성을 들인 책은 아닌듯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LTCM은 복잡한 헤징전략과 파생상품이라는 엄청난 크기의 모구(毛球), 가능한 한 최대한의 금액까지 차입을 허용해 주는 VAR와 같은 위험관리수단들에 의존했다. ...(중략)  면도날처럼 얇은 쿠션만 있는 LTCM의 자산들은 희박한 공기 속으로 모두 증발해 버렸다.  p.168 

모구? 첨 듣는 말이어서 사전을 찾아본다. '털망울'의 옛말이라 하고 영어로는 둥글게 부푼 모양을 나타낼때도 사용하는 모양이다.  자동번역기로 돌린듯한 번역 같다. '면도날처럼 얇은'이란 표현도 의미는 통하나 어색하다.

일부 부채담보부증권들은 다른 부채담보부증권들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 마치 프랑켄슈타인과도 같이 변형된 존재인(부채담보부증권 squared;... 생략... - 옮김 이)가 되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부채담보부증권들의 부채담보부증권들의 부채담보부증권 즉 도 생겨났다 p. 306 

괄호내용을 빼면 '변형된 존재인가 되었다'가 된다. 마지막 부분 '부채담보부증권 즉 도' 도 그렇고 꼼꼼하지 않는 교정이 많다.  쉼표 쓸 자리에 마침표가 있질 않나  명사와 접속사를 붙여쓰기를 하지 않나.... 

506 페이지부터 주석이 정리되어 있는데  문체가 제각각이다 어떤 장에 대한 주석은 '~~이었음.  ~~했음.' 이렇게 정리되어 있고 어떤 장은 '~~이었다.  ~~했다.'라고 되어 있다. 두 사람이 말하는 듯한 느낌인데 중요한 것은 아닐수 있지만 이 책을 대강 만들었다는 확신은 가질 수 있게 한다.



편집이나 번역을 떠나서 내용상 뉴요커 말고, 특히 한국 사람 중에 이 책 읽을 필요가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나 싶다. 혹 직업상 알고 있으면 좋을 사람도 있겠지만 보통 그 정도 되는 사람이라면 아예 이 책을 번역할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니 원서로 보면 그만일 터, 실제 이 책을 원하는 독자층은 매우 좁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유일하게 이 책에서 재미있었던 부분을 옮겨본다.
당사자에겐 심각했겠지만.. 

"거래를 하라는 신호가 나올 때마다, 그저 Y만 눌러주게"
하지만 그는 동시에 엔터키도 눌러야 된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그 결과, 한 건의 거래도 체결되지 않았다.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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