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전 쯤 출근길에 경험한 이야기다. 대로에서 왠 여자가 승용차 하나를 붙잡고 실랑이 하는듯 했다. 그러더니 이내 차는 저 멀리 내빼고 차를 좇던 여자만 길 중간에 쓰러져 버렸다. 사람이 많았으면 누가 조치 하겠거니 생각하며 그냥 갈수도 있었을텐데 워낙 일찍인 시간이라 거리엔 나 밖에 없는 상황.
가까이 가보니 피도 흘리고 있고, 밤새 뭔 일이 있었는지 제정신이 아닌듯 했다. 그때 생전 처음이자 (지금까지는)마지막으로 119라는 곳에 전화를 했다. 여자 뒤쪽으로 가서 차들이 비껴 갈수 있게 수신호를 하면서 전화로는 상황과 위치를 설명했다. 한 10여 분 못되어 응급차가 도착을 했다.
그들은 능숙하게 그녀를 차에 태우고는 떠나기 전에 나에게 이름과 연락처를 물어봤다. 119 신고를 했으니 내 전화번호가 남았을텐데 왜 물어보는 걸까 좀 찜찜했지만 거리낄게 없으니 순순히 알려주었다. 한동안 혹시 경찰에서 전화가 오지 않을까 긴장(?)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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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수 년 전 이야기를 지금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은 이유는
119에 전화할때, 전화를 한 사람이나 전화를 받은 사람이나 서로의 신분이나 이름 따위는 확인하지는 않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였다.
사실 119에 전화한다는 건 그딴 건 개나 줘버려야 할 정도로 급한 상황이라는 거거든.
참 쓸데없는 디테일이다.
회사에 지각할 판인데...
오늘 SNS는 김문수가 짱 먹은 날이다. 김정일 뉴스로 중요한 일 덮히는 것도 짜증나는데 별... 자기 목소리 못 알아들었다고 인사조치한게 뻔한데(사실은 상식적으로 생각할때 믿기지 않는다.) 규정 위반으로 조치한거라는 군색한 변명을 한다.
오마이뉴스를 보니 소방서의 지침에 소속성명을 밝히게 되어 있기는 한가보다.
1.03 표준운영절차(지침)
1. 수보자는 자신의 소속과 성명을 먼저 밝히고 친절하게 통화한다.
2. 신고자가 재난상황을 6하원칙에 따라 정확하면서도 상세하고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3. 신고자의 성명, 위치, 연락처 등을 파악하고 기록한다.
4. 신고자 스스로가 위험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심신을 안정시키고 대처방법 등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5. 공황상태에 있는 신고자를 안정시킨다.
6. 신고자가 지속적으로 재난상황을 전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소방관도 사문화된 규정이라고 그랬다지만 표준절차가 절대수칙도 아니고, 그게 아니어도 상식선에서 인사조치감은 절대 아니라고 보인다. (그러니 치졸한 보복으로 보일 밖에.) 게다가 이런식으로 원칙을 따지면 김문수 지사는 별 용건도 없이 119에 전화를 건, 다시 말해 장난전화를 한 것이므로 벌금을 부과받고 욕도 엄청 받아야 할 상황이다. 또한 결과적으로 모방 범죄를 양산하여 실제로 화재진압 및 사고 조치 하는데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에이씨... 요새 왜 세상이 다 이러냐...
트위터에서 본 글로 마무리(트위터 재미들렸음)
@hangulo: 경기도 소방관. 김문수의 질문에 관등성명 안댄것이 징계사유? 김문수는 "이름이 뭐냐"고 묻지 않고 "이름이 누구냐"고 물었다. 철학적인 질문. 당신의 이름은 누구입니까? 나도 답 못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