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TV를 자주 본 편이다. 아무래도 날씨가 추워서 다른 활동이 줄다보니.. 근데 주말에 TV보면서 3번은 눈물을 흘린것 같다. 자주 흘리는 편은 아닌데 유난히 그런 프로그램만 고른 것인지, 눈물이 늘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TV라는 것이 의도성을 가지고 연출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감동은 덜 할수도 있고 시니컬해질수도 있지만 그런거 다 놓고 편하게 볼 수도 있는거니까, 그럴려고 TV보는 거니까, 그냥 나혼자 바보같다는 생각은 안할려고 하며 눈가를 훔쳤다. 

마지막 눈물은 1박2일에서였다. 이별한 가족들의 가슴아린 이야기야 더 일러 무엇하리. 6명의 외국인 노동자는 각자의 사연으로 내 얼굴을 적셨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 그러나 한가지 목적. 가족을 위하여, 행복을 위하여,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지금 견디는 생이별.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떠난 이와 남은 가족들이 저만의 그리움을 품은채로 묵묵히 살아왔던 사연은 왠지 남의 일만 같지 않더라.  

1박2일팀은 고향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 가족의 동영상을 찍어와서 선물로 보여주며 모두의 눈물을 짜내더니 잠자러가기 전에 2번째 선물이 방에 있다며 진짜 깜짝선물을 그들에게 선사한다. 동영상을 통한 만남만으로도 울컥하게 만든 가족들이 바로  거기 와 있었던것.  방에 들어가다 놀라 멈칫한 한 가족의 가장은 어깨가 들썩일정도로 흐느꼈고 그 가장의 어깨 뒤로 미간을 찡그리며 힘들게 눈물을 참던 강호동의 얼굴은 바로 내 얼굴이 되고 있었다.   하아...

강호동이 쑥스러운지 수다를 떤다. "진행자로써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는게 원칙인데...  정말 저런 거에요? 차라리 앞에서 봤으면 괜찮았을텐데,  뒤에서 보는데 남자 어깨가 저렇게 들썩거리는건 처음봐요.  (다들)저런거에요?"  

(열악한 환경의 여러 나라에서, 그것도 몰래 가족들을 데리고 오기 힘들었을텐데 제작진이 참 애썼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동시에 떠오르는 여러가지 생각들.. 열악한 환경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하거나 쫒겨다니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들, 그리고 최근에 들은 축산업 종사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야기. 구제역으로 수 천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터를 잃었을것으로 추정한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다. 축산업 종사만 허가되어 있어 무조건 출국해야한다는 이야기였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누군가에게는 생계의 전부고 세상의 전부같을텐데...   하아...     이 혹독한 천민자본주의에서 신음하는 인생들이 어디 우리뿐었을 것인가.  

바깥 날씨는 정말 우라지게 춥다. 실내의 TV에선 따뜻한 감동의 눈물이 반짝이고 있지만 진짜 사람이 있는 밖은 정말 춥다.  어깨를 떨던 네팔에서 온 사내의 딸이 모두에게 한 인사가 기억난다. 그 인사가 다시 이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이루어지기를....   나마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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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1-01-17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서명숙 제주올레 두번째 책 읽고 얼마나 훌쩍였는지 몰라요; 나이가 드니깐 눈물이 많아진다.. 는 식은 싫은데 말입니다;;

귀를기울이면 2011-01-19 23:16   좋아요 0 | URL
경험이 늘어날수록(나이가 들수록) 공감할 일이 늘어나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잘잘라 2011-01-17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라지게! ㅋㅋㅋ 추워요. ㅎㅎ

귀를기울이면 2011-01-19 23:25   좋아요 0 | URL
새벽마다 추위를 깨고 나가야 하는데 확! 짜증이 나서 그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