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나와 주변에 우환이 겹쳤다. 

우선 나부터.  개인정보유출피해사고가 남의 이야기인줄만 알았더니 드디어(?) 나에게까지 미쳤다. 무슨 수를 썼는지는 잘 모르지만 내 명의로 유명 게임사이트에 가입한 사람이 역시 내 휴대전화 소액결제시스템을 이용해서 수십만원어치 게임머니를 충전해간 사고.  게임사에 전화했더니 짐작대로 이런 사고가 처음은 아닌듯 능숙하게 해결시 필요한 절차와 서류를 알려준다. 그 중 제일 어려웠던 것이 경찰서에 가서 '사건사고사실확인원'을 받아오는 것. 

난생 처음 경찰서에 출입하는 경험을 해봤다. 민원실에 일단 접수하니 사이버수사팀으로 연결해 준다. 그리 갔다. 전혀 사이버스럽지 않은 분위기. 난 게임사에 제출할 서류만 필요했을 뿐인데 경찰쪽에서는 그리 단순한 일은 아니었나 보다. 상당히 자세한 내용을 꼬치꼬치 캐묻는다. 

경찰 왈 "그럴리가 없어요. 어떻게 본인이 모르게 몰래 휴대전화 인증을 하고 결제를 합니까?" 

경찰의 우문이다. 해석해보면 "당신이 쓰고 안썼다고 오리발을 내미는 것이거나 가족이 한 거 아니냐?"고 한 것이다. 이런 된장!  유치원 다니는 딸이 새벽3시에 부모 몰래 게임사이트를 내 주민번호로 가입하고 휴대전화의 인증번호를 해킹으로 가로채서 소액결제를 했을리는 없고, 단순 인터넷하는 것 말고는 그 나이대에는 드물게 컴맹에 가까운 아내가 했을리도 없고... 난 게임머니는 줘도 할 시간이 없고... 

화가 났지만 그 놈의 서류가 있어야 피해구제신청이 가능해서 꾹참고 어찌어찌 넘어갔다. 사무실에 돌아와 비슷한 사고사례가 있는지 검색해보니 이미 통계자료도 나와있고 모 국회의원이 대책마련 운운했다는 기사도 뜬다.   그런데 명색이 사이버수사대라는 사람이 '그럴리 없다'는 소리만 해대니...  프로그램을 만지는 사람앞에서 프로그램은 오류가 있을수 없다는 주장을 하는 경찰이 참 우습고 비전문적으로 보였다.  프로그램을 관리하는데 있어 염두에 두어야 할 기본 중 하나는 '오류는 줄일 수 있을뿐 없앨 수 없다'는 것이니 말이다. 게다가 해킹을 했다면야... 

 

주변의 우환 이야기.  회사 동료 3명이 함께 식사하러가다가 지하 주차장에서 빠져나오던 차에 마치 볼링공 스페어처리 하듯 줄줄이 치여 병원에 입원했다. 그 차는 사람을 치고도 모자라 건물 기둥과 다른 차도 들이 받았고.  불행중 다행인지 그 기둥과 피해차량이 대형유흥주점 것이라 주점소속 깍뚜기 아저씨들이 사고현장 처리는 확실히 한 모양이다. 가해자 쪽이 찍소리 못했다는 전언. 문제는 응급실에서 대기하며 휠체어에 앉아있던 한 동료에게 경찰이 한 말이다.

경찰, 소리치며 "뭐가 아파서 죽겠다고 훨체어에 앉아있습니까?" 

인간이 할 말 같지는 않다. 겉으로야 별것 아니게 보일수 있지만 교통사고가 어디 그런가?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발언이 화제다. 죽은 전 대통령 뒤에서 검찰도 모르고 (검찰이 혹여 안다 해도) 경찰은 알수도 없는 (그러니까 거짓말이라고 해야 맞을) 차명계좌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고, 일부 유가족의 사과 수용을 받긴 했으나 자식의 죽음에 슬퍼하는 유가족의 모습을 짐승에 빗대어 표현한 말이 문제로 남아 있다.  55년생이니 56세. 경찰로 30여년 살면서 빚어진 수준이 딱 그거. 아무리 사과를 해도 살아오며 만들어진 그의 성품이 바뀌기는 어렵다. 누구 말처럼 저 나이가 되면 살고자 하는대로 살아지는게 아니라 살아온 대로 살게될테다. 청와대에서도 그의 살아온 모습을 보고 후보자로 지명을 했을테고.  

처음엔 일부 경찰의 문제점을 꼬집으려고 페이퍼를 쓰기 시작했는데 청장 후보자까지 저모양이라 조직 전체가 곱게 보이지 않는다. 왜 내 주변엔 인간성 나쁜 경찰만 있는 건지 모르겠다. 아는분 다니시는 교회에 경찰을 남편분으로 두신 아주머니가 계신데 예전부터 그 분 자랑이 고가의 귀금속들이란다. 자식은 초등학교때부터 도미해서 살고. 또 나와 안면이 있는 분 남편도 경찰인데 떳떳하게(?) 두 집 살림하고 있다고...

추우나 더우나 밖에서 고생하는, 그러면서도 권력의 손발이 되어 이용될뿐 진짜 중심에는 갈 수 없는 경찰이 측은해 보이는 면도 있지만 직접 피부로 만난 경찰의 모습은 구시대적이고 매너리즘에 빠진 공무원일 뿐이라 유감이다. 

 

사족. 보통 사람은 경찰하고 얽힐 일 없고, 있어도 요샌 친절이 기본이기 때문에 좋은 대우 받았다고 칭찬 페이퍼 쓸 일 없으니 혹시 경찰이나 경찰 가족분이 이글 보신다면 안좋은 소리만 있다고 기분나빠하지 않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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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오페르 2010-08-21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헛 이런 일들이...씁쓸하네요. 후...

귀를기울이면님 정말 황망하셨을듯 합니다. 부디 잘 처리되길 바라며
완료되면 글 한번 남겨주세요. 걱정되네요. 아직 전 그런 일이 없어 천만다행입니다.^^;

귀를기울이면 2010-08-21 15:37   좋아요 0 | URL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래 덧글을 달면서 슬쩍 쓰기는 했는데 일단 저의 무책으로 결정나서 피해복구(?)를 받는 중입니다. 게임사 단독업무가 아니라 뭐 중간에 걸치는 대행사가 많아서 모든 보상을 받는 건 시간은 좀 걸리네요.

완료가 된건 아니지만 (아마 범인을 잡는건 난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고가 될지몰라 했던 일을 시간순으로 몇 자 적어봅니다.

1. 일단 통신사에 연락. 소액결제의 경우 통신사는 청구대행만 하기에 캐낼 정보가 별로 없습니다. 다만 관련된 업체로 연결은 해 줍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1차로 관련된 업체만 3군데였습니다. 그런데 각각 연락해 보니 모두 한게임사이트와 연계되더군요. 모두 한게임을 통해서 결제되었다는 겁니다.

2. 한게임에 연락. 큰 회사라 그런지 능수능란합니다. 구제절차와 신고시 필요서류 꼼꼼히 알려줍니다. 일단 그대로 합니다.

3. 경찰서 방문. 한게임에 제출할 서류때문에 방문한거지 범인을 잡을수 있을거란 생각으로 방문한건 아니었습니다. 암튼 사건사고 접수합니다. 경찰은 접수하면 수사해야하기 때문에 각종 정보를 꼼꼼히 물어보고 확인합니다. 마치 영화에 나오는 경찰서 풍경과 비슷합니다. 한시간 가량 경찰은 문서 작성하며 묻고 저는 답하고..

4. 강력하게 이야기해서 그런지 어떤지, 3일차부터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통신사는 통신사대로 한게임은 한게임대로 결제대행사는 대행사대로.. 운이 좋았던 것인지 저는 순순히 보상(이라기 보다는 복구)을 결정받았습니다. 미청구분은 결제자체를 취소해줬고 청구된 것은 그 만큼 입금을 해줍니다. 관련된 업체마다 처리 속도가 달라서 입금 일자도 다릅니다.(아직 일부는 처리대기중입니다)

5. 통신사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모두 합니다. 인터넷접속 막고 소액결제 막고 스팸차단 해제하고.. 그러나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전화상담시 본인여부 확인용 비밀번호를 따로 설정할 수 있답니다. 그리고 복제폰 사용을 막는 등록도 별도로 있다고합니다. 그건 회사마다 다를 수 있겠지요. 암튼 모든 방법을 다 찾아서 처리합니다.

6. 일부 소규모 업체는 범인이 재가입해서 또 결제하는게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제 주민번호로 재가입 불가처리 해달라고 하니 '당연히' 안된다고 하네요. 황당. 이건 통신사에 가서 떼좀 썼습니다. 무조건 핸드폰으로 결제되는 건 막으라고. 일주일만에 처리되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무슨 수를 쓴건지는 모르지만 반가운 소식입니다.

2010-08-21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귀를기울이면 2010-08-21 14:57   좋아요 0 | URL
1. 이번 건의 가장 미스터리한 점이 바로 인증번호가 어떻게 남에게 넘어갔느냐는 겁니다. 핵심을 잘 집으셨네요^^ 워낙 가입한 사이트가 많아서 솔직히 개인정보 유출 자체는 그럴수 있으려니 하지만(그래도 문제는 문제지요) 결제의 최종수단인 인증번호는 이해가 안갔지요. 추정되는 사항을 쓰자면 좀 길지만.. 함 써볼께요.
사건의 경위를 보면 일단 게임사이트 가입하는 날 범인이 제 휴대전화 통신사 홈페이지에서 스팸차단신청도 같이 했습니다. 확인된건 아직 없지만 스팸차단시 특정 문구가 문자로 날라오는 걸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예를 들어 '인증'이란 단어를 등록해 놓으면 우선 본인의 휴대전화로 인증번호가 날라오는 걸 막을 수는 있습니다. 통신사 안내원이 그런 수법을 악용하는 케이스가 있다고 알려주더군요
그래도 문제는 남지요. 제가 모르게 결제시도를 할수는 있지만 누군가는 인증번호를 받아서 써야 하니..

귀를기울이면 2010-08-21 15:01   좋아요 0 | URL
2. 알아본 바로는 스마트폰의 경우 인증번호 빼오는 수법은 널리 알려진 바 있습니다. 인증번호를 가로채는 프로그램을 심는 것인데 인터넷신문에는 인증번호 가로채기 시연하는 기사도 있지요. 그런데 역시 의문이 남는 것이, 제 전화는 스마트폰은 아니거든요. 남의 집 아기가 막 만지면서 인터넷 접속해 놓은 것을 나중에야 안적이 있는데 그때 해킹 프로그램이 심어질수있었는지도.. 암튼 정확한건 아직 모릅니다.

귀를기울이면 2010-08-21 15:12   좋아요 0 | URL
3.피해는 7월에 한 번 8월에 한 번, 이렇게 두번에 걸쳐 일어났는데요 사건 신고후 3일쯤 지나서인가 그 게임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7월에 사용한건 제 명의의 ID로 결제가 되었는데 8월에 결제한건 다른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ID가 choich***이라고 했는데요 이 ID로 피해를 본 사람이 많아서 자기들도 처리중이라고 하더군요. ID 실제 주인도 피해자였다고 해요. 암튼 구제신청서류제출 2~3일만에 구제결정을 결정받았는데 비교적 빠르게 저의 무책으로 결정난건 아마도 동일한 피해사례가 동시다발로 이루어졌기 때문이 아니었나 짐작하고 있습니다.

귀를기울이면 2010-08-21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도 해야 하는데 연락할데도 많고 사실 게임사이트를 들어가본적도 없어서 오픈넷으로 결제됐느니, 이벤트 결제해서 그랬다느니 어쩌구 저쩌구 하는 감이 쉽게 오지 않는 소리를 차근차근 이해해가며 처리를 하려니 많이 갑갑하더군요.
인증번호 가로채기 방법이나 방지 방법은 쉽게 확인되기는 어렵지 않나 싶지만 피해자가 여럿이니 어찌되었든 수사는 계속 되지 않겠나 싶네요
그리고 저도 인터넷으로 쇼핑을 많이 하는데 이 번 건때문에 다른 결제수단에 대한 의심이 더 커지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휴대전화를 통한 인터넷접속이나 결제는 당분간은...

아직 명확한 원인이 안나왔으니 좀 더 두고봐야겠습니다. 모두들 조심하세요
(말은 이렇게 하지만 뭘 더 조심해야할지 막막....)

루체오페르 2010-08-23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엇...봐도 어떻게 된건지 잘 모를정도로 복잡하네요. 정말 수고 하셨습니다. 정말 안당하는 수밖에 없지만 뭘 어떻게 조심해야 할지 막막하네요.
긴 글로 정리해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사히 마지막까지 잘 처리되길 바랍니다.

pjy 2010-08-24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참 도대체 뭘 조심해야할지가 참 막막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