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17가지 모순 - 이 시대 자본주의의 위기와 대안
데이비드 하비 지음, 황성원 옮김 / 동녘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기초적인 내용을 설명하는 책은 많다. 다양한 관점에서 현대 사회의 여러 병폐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책도 많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잘 녹여낸 책을 찾는 것은 쉽지 않고, 필자 생각에는 노학자의 공이 들어간 이번 책이 읽고 나서 저자의 이러한 시도를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는 최선의 책이라고 생각한다. 데이비드 하비는 본인이 스스로를 평가하기에도, 다른 이들이 객관적으로 생각하기에도 상당히 유연한 마르크스주의자로서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 다양한 견해들을 듣고 스스로의 학문을 만들어가는 학자다. 이번 책의 내용에서도 구좌파라고 불리는 정통 마르크스주의의 입장에서부터 신좌파나 개혁적 자유주의, 필요한 경우에는 각종 우익 학자들의 입장들까지 검토하고 필요한 부분을 인용하는 것을 보면서 이런 말이 빈 말이 아님을 느꼈다. 만약 마르크스주의 고전이라고 불릴만한 몇몇 저작들에 국한해서 현대 사회의 모든 모순을 설명하려고 시도했다면 아마 독자들은 이러한 시도가 얼마나 진지한가에 상관없이 고리타분함을 느꼈을 것이다. 저자의 지적대로 리스본, 상파울로, 자카르타의 노동계급, 주변인, 실업자들의 생활조건처럼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활동하던 당시와 놀랍도록 유사한 광경이 있는가 하면, 신자유주의적 경제개혁 이후 물리학과 컴퓨터공학의 첨단 기법을 동원한 금융 투기까지 동원하면서 복률 성장을 유지하고, 소수의 지배층이 계속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려는 모습은 명백히 20세기 후반에 두드러지는 현상이기에 후대 학자들의 노력에 의해서 더 잘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와 지구 생태계의 모순적인 통합에 대해서도 맑스 생전의 저작에서 이 문제의 단초를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역시 후대 학자들의 연구가 더 현실 문제를 잘 조명하고, 대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하고 있음이 분명하다(마르크스주의 고전들을 경전처럼 떠받드는 사람들이 각종 사회 문제 비판의 단초만을 찾다가 끝나는 광경을 실제로 본 필자로서는 이제 단초 찾기에 지치기 시작했다. 그런 문제들은 나날이 우리의 일상을 뒤바꾸고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이비드 하비는 분명히 마르크스주의 경제학과 기존 정치경제학에서 핵심적으로 다룬 문제들을 현대 사회의 풍경과 위기를 분석하는 데 접목하고 독자들을 이해시키는데 성공했다. 까다로운 사용가치교환가치문제, 화폐 문제, 자본주의경제의 성장 동학에 관한 문제, 임노동과 잉여가치, 착취에 관한 문제에서는 현대적 사례와 고전적 이론의 결합이 더 강력한 설명력을 더해주는 느낌이다. 다양한 모순기본 모순’, ‘움직이는 모순’, ‘위험한 모순의 세 층위로 나누어서 설명하려는 구성도 독자로서 매우 유익했다고 생각한다. ‘위험한 모순이라는 단어 선택 과정에서 저자가 충분히 설명하고 있듯이, 마르크스주의를 결정론적으로만 해석하지 않고, 단지 자본주의가 직면한 여러 위기들과 이에 대한 대안이 마련되어질 부분들을 지적하는 식으로 결론을 마무리하는 것 또한 결정론과 운명론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필자 같은 독자들에게는 흥미를 더할 것 같다.

 

이러한 두 가지 강점 때문에, 이 책은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문제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누구에게라도 읽기를 권할 만하다. 특히 지리학자로서의 학문적 배경 때문에 특정 지역에 국한하여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전 지구적 시각에서 자본의 모순을 고찰하려는 노력 때문에 시야를 넓게 보면서도 비판적 시각을 잃지 말아야 할’ 21세기 사회 변혁의 주체가 되고자 꿈을 품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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