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디스커넥트 - 자본주의는 어떻게 인터넷을 민주주의의 적으로 만들고 있는가
로버트 맥체스니 지음, 전규찬 옮김 / 삼천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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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수많은 '디지털 비관론'과 '디지털 낙관론'들이 디지털 기술 혁명이 우리 사회에 가져올 다양한 층위의 변화에 대해 예측하고, 경고하며 또한 기대를 품게 만들었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분석들이 기술낙관론과 비관론 혹은 기술결정론과 사회 결정론의 고전적이지만 새로운 소재를 둔 논쟁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인터넷이 1990년대 이후 민간에게 주도권이 이양되고 20여년이 흐른 지금, 인터넷은 분명 우리 사회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잡았고, 그것이 미친 영향도 어느 정도 가시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의 모습으로만 볼 때, 인터넷이 우리의 삶을 혁신시켜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은 대부분 수정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터넷이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낡은 모순들을 벗겨내고 새로운 경제를 창출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기능하고, 민주주의적 의사결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큰 수정을 요구한다. 그 이유를 위에서 이야기한 분석틀 속에서만 찾을 수 있을 것인가? 필자는 오래 전부터 그러한 분석틀의 아쉬움을 느꼈고, 저자도 마찬가지 지점을 지적한다. 때문에 이제는 '커뮤니케이션 정치 경제학(PEC, Political Economy of Communication)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책은 PEC 관련 입장의 첫 번째 책은 아니지만, 최근 필자가 접한 책 중에서는 해당 내용이 가장 잘 정리되어 있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가 이 부분을 그냥 '건드린'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핵심 테마로 삼고 있으며, 번역 또한 저자의 분석을 잘 담아내는 좋은 번역이기 때문이다(역자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책의 초반부는 생소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정치 경제학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현재의 저널리즘 위기와 미디어에 관련된 문제가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대한 분석 없이는 제대로 분석될수도, 해결 될수도 없음을 보여준다. 중반부에서는 실제로 어떤 과정을 거쳐 저널리즘과 자본주의, 인터넷 붐을 통해 성장한 거대 기업들과 국가가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분석한 후, 현재의 저널리즘 위기 타파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진단한다. 저자는 전문직 저널리스트들 없이는 지속적으로 훌륭한 '감시견'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저널리즘이 유지되기 힘들다고 전망하며, 공적 주체의 지원 하에서 저널리즘이 민주주의와 상호작용하는 모델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언론 자유 지표등을 보면 이러한 저자의 주장이 일견 타당함을 알 수 있다). 저널리즘 자체를 일종의 공공재로 사고하는 시도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사유화된 영역을 공공의 영역으로 (다시) 편입시키는 정책적 결정과 다소 급진적일 수 있는 조치들이 필요하기에 이러한 제안이 당장 현실화 되기는 어려울지라도, 저자의 주장을 잘 따라가다 보면 이러한 해결책이 꽤 설득력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책을 통해서 민주주의의 위기, 저널리즘의 위기와 폭발하고 있는 온라인 미디어 환경의 관계에 대해 시야를 한층 넓고 깊게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책에서 언급된 다양한 참고문헌들에서 더 좋은 정보들을 추가적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을 기대하면서, 해당 문제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강력히 권한다는 말을 남기며 짧은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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