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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처럼 보기 - 왜 국가는 계획에 실패하는가
제임스 C. 스콧 지음, 전상인 옮김 / 에코리브르 / 2010년 12월
평점 :
처음에 책 제목을 보았을 때는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내용을 완전히 오해했기 때문이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의 '국가 계획경제는 실패하고 시장이 승리하는 이유"를 너저분하게 늘어놓은 책이 또 한 권 나오는 줄 알았다. 하지만 목차와 서문을 자세히 살펴보니 전혀 그런 내용이 아니었고, 필자처럼 국가의 개입으로 더 나은 사회가 가능하다고 믿는(국가가 아니라 '공적 주체'가 되어도 상관없겠지만)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보아야 할 책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이 책을 누구에게라도 자신있게 추천해줄 수 있는데, 특히 '공무원 사회'에 몸담고자 하는 사람들, 특히 '높은 자리에서 나랏일을 해 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필독서로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사회 제 분야의 '미세조정(fine tuning)'을 통해 자신들이 의도하는 대로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는 -그리고 그 의도는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면 이러한 미세 조정이 당연히 용인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책 내용은 일단은 쓴 약과 같다. 책은 비참할 정도로 실패한 사례만을 보여준다. 하지만 저자가 분명히 밝혔듯이 책은 그러한 시도 자체를 부인하며, 그것의 불가능성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세심한 방법으로, 그리고 자발적으로 움직이며 피드백이 가능한 주체, 전통적인 '노하우'를 알고 있는 주체들과 공적 주체가 상호작용하면서 정책 실천을 해 나간다면 아직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이야기도 담고 있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실패는, 그것의 무게가 상당하기는 하지만, 또 하나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들이지 '더 이상 가지 말라'는 신호판으로 착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옮긴이는 한국의 개발독재 시절의 엄청난 '사회공학'이라고 볼 수 있는 경제개발계획이나 새마을운동, 그리고 일본과 중국의 사례 등이 왜 책에서 언급되지 않았는지 자문하며 책이 한국 사회에 주는 의미가 클 것이라고 기대한다. 필자도 마찬가지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