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승리인가 자본의 위기인가 - 자본주의의 작은 역사
울리케 헤르만 지음, 이미옥 옮김 / 에코리브르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자본주의의 역사를 설명한 책은 이미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그 중에서는 내용이 괜찮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비판적 사회과학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풍토 때문에 절판되어서 도서관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책들도 있으며, 꾸준히 인기를 얻는 교양서적들도 있다. 이 책이 '또 하나의 경제사 개괄서'로서 가지는 장점이 무엇일지에 주목하며 읽게 되었는데, 저널리스트가 쉽게 풀어 쓴 문장으로 일반인들이 자본주의에 대해 흔히 가지는 오해를 바로잡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을 첫째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차이점에 대한 부분이나 '돈'과 '자본'이라는 개념을 구분하는 것,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경제위기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것에 가깝다는 점, 세계화가 최근에 일어난 현상은 아니지만, 이른바 '신자유주의' 경제 개혁 이후의 세계화가 기존의 세계화 흐름과 어떤 차이점을 가지는지에 대한 부분 등이 잘 정리되어 있다.

 

두 번째는 결론 부분의 시각이 재미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몰락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자본주의가 생태적으로 지속불가능하다는 점을 다소 음울하지만 현실적인 어조로 지적한 부분이 꽤 깊은 여운을 남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은 허구이고, 오히려 성장하는 지속성이라는 단어가 더 적절할 것이라는 지적은 환경 보호를 외치지만 무한히 성장하는 경제를 무의식적으로 모든 논의의 전제조건으로 삼는 우리들에게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함을 상기시키며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저자의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작금의 경제위기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저항과, 이들이 민주주의 속에서 만들어나갈 수 있는 자본주의 개혁 혹은 새로운 경제 시스템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지만 더 이상 '지구'라는 제약이 자본주의에게 사형선고를 내릴 시점이 언젠가는 올 것이라는 양심있는 지성들의 경고를 무시하기 힘든 지점에 온 것도 사실이다(많은 경제사 책들이 사실은 이 부분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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