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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 인터넷 - 클라우드와 빅데이터를 뛰어넘는 거대한 연결 ㅣ 사물인터넷
정영호 외 지음, 커넥팅랩 엮음 / 미래의창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사물인터넷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책 본문에도 나와 있듯이 1998년으로 벌써 20년 가까이 된 이야기지만, 대부분의 IT 유행어들이 그렇듯이, 사물인터넷이라는 용어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면서 사용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사물인터넷이 무엇이며, 지금까지 실생활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전혀 감을 잡지 못하겠다면 이 책이 매우 좋은 입문서라고 생각됩니다.
우선, 사물인터넷의 기본적인 개념과 발전 역사에 대해 저자들이 어렵지 않은 문장으로 설명한 부분이 강점입니다. 사물인터넷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각 분야별로 그것이 실현되는 방향을(보안, 헬스케어, 스마트 홈 서비스 구축, 에너지 등등) 제시한 부분 또한 강점입니다. 물론 사물인터넷이 인간 삶에 미치는 영향을 전형적인 기술낙관론에 입각해서 긍정적으로만 해석한 것, 기업의 입장에서 이것이 얼마나 시장성을 가졌는지 평가하는 데 치중하여서 인간 삶의 양식 자체의 변화가 가져올 문제에 대한 깊은 성찰 등은 (어찌보면 이런 유형의 책에서는 '당연하게도') 제시되지 않습니다. 사물인터넷이 구현되는 원리를 기술공학적으로 상세하게 설명하려는 의도의 책도 아닙니다. 그리고 경제성에 대한 분석 또한 어느 정도의 개괄만 되어 있으므로 전문적인 내용으로 접근하고 싶다면, 책에서 참고했던 문헌들과 그런 문헌들을 생산하는 주체들(예를들면 각종 연구소라든지 정부 기관, 뉴미디어 분야의 저명한 학자 등)의 저작을 참고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적절한 그림과 사진 예시 등도 내용 이해에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앞으로 사물인터넷 관련 시장에서 누가 '강자'로 떠오를지에 대한 분석도 분량은 짧지만 나름대로 요지를 꿰뚫고 있다고 봅니다. 일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부분들도 있었습니다. 실질임금 상승률이 지난 반 세기 정도에 계속해서 낮은 수준이었다는 단순한 통계를 인용하는 데 앤드류 글린의 <<고삐풀린 자본주의>>와 같은 책을 인용해야 할 필요성이 전혀 없음에도 이 정보 한 줄을 언급한 것으로 참고문헌 목록에 해당 도서가 들어간 점 등이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데 왜 이 책을 참고 문헌에 포함시켰을까'라는 의문이 들게 만드는 것과 같은 부분들입니다(사소한 부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평소에 책의 참고문헌을 꼼꼼히 챙겨 보는 필자로서는 당연히 가진 의문입니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사물인터넷에 관한 인문과학적인 논의들이 직접 담기지는 못하더라도, 이에 저자들이 좀 더 관심이 있었다면 읽을만한 책 목록 등을 더 추천해줄 수 있지 않았겠냐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어쩌면 가벼운 입문서 하나에 너무나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대학 전문 교재나 정부 기관의 연구 보고서 같은 '진입 장벽이 높은' 책 이외에 이 주제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 얼마 없는 현실 속에서 이런 종류의 책들이 좀 더 많은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좀 더 일반적인 차원의 바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