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은 신화다, 계몽의 변증법 리라이팅 클래식 8
권용선 지음 / 그린비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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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차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대한 해설서를 재미있게 읽어서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같은 시리즈의 이성은 신화다, 계몽의 변증법를 중고로 구입해 읽게 되었습니다(중고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3년 전에 한 교양수업시간에 아도르노에 대해 짤막하게 배웠을 때 패기 있게 계몽의 변증법을 잡고 읽었지만, ‘다 읽었다는 것에 의의를 둘 수 있을뿐 제대로 이해한 내용이 적었던 과거가 떠올라서 이번에는 이 책의 도움으로 좀 더 알차게 읽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컸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책 또한 프랑크푸르트학파나 아도르노에 대한 사전지식에 구애받지 않고, 그의 사상의 큰 틀에 대해 알고 싶거나 계몽의 변증법을 꼭 읽어야 할 사람에게 좋은 가이드가 될 만한 책입니다. 책의 설명은 어렵지 않고, ‘계몽이나 변증법’, ‘부정의 부정’, ‘문화산업등의 용어들이 적절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책을 읽고 단어의 홍수속에서 헤매다가 지쳐버리는 불운을 겪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오디세우스 신화나 사드의 소설 줄리엣 이야기가 계몽이라는 주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한 부분도 본문에서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는 만큼 잘 다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산업과 파시즘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도 무난하게 읽힙니다. 문화산업론을 설명한 부분에서는 저자가 아도르노나 호르크하이머가 대중문화가 가지는 긍정적 영향을 과소평가하였다고 보는 입장이 반영되어 있는데, 이는 같은 프랑크푸르트학파로 분류되지만 대중예술에서 긍정적 가능성을 더 많이 발굴하려고 노력한 벤야민의 입장과 아도르노(혹은 호르크하이머)의 입장을 대비시켜보아도 알 수 있는 지점입니다. 파시즘에 대해서는 필요한 정도의 설명만 했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 책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해석이라기보다는 파시즘에 대한 개론서 수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무난한 설명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분명 좋은 입문서이지만 비슷한 주제를 다룬 다른 좋은 책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김영사의 지식인 마을 시리즈 벤야민&아도르노에서는 대중문화 혹은 대중예술에 대한 두 학자의 엇갈리는 입장을 대조하는 것을 중심으로 벤야민과 아도르노의 사상을 간략하게 설명하였는데, 제 기억으로는 이 책도 아도르노나 벤야민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매우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지금 다시 두 책을 비교해서 읽어봐야 공정한 판정이 가능하겠으나, 서로 보완할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더 쉽게 접근하기에는 김영사의 지식인마을 시리즈가 수월할 것 같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지식인마을 시리즈는 학교 교양 수업에서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을 채워주는 정도라면 이 책은 좀 더 고차원적인 논의를 쉽게 풀어내려고 했으나, 그것이 충분히 전개되지 않아서 원전으로 빨리 나아가야겠다는 의지를 굳건히 하는 그런 부분이 있다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책의 진정한 가치는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의 글을 다시 읽어보면 좀 더 확실히 알 수 있겠죠. 머지 않은 미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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