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없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 일이고 친구들 앞에서주눅 드는 일인지를 알게 되었을 즈음 아빠는 영원히 엄마랑 우리를 버렸다. 그때 내 마음은 마구 흔들리는 성난 바다였다. 종일 어지럽고 눈물이 나왔다.
내가 나쁜 아이라서 아빠가 떠난 것 같았다. 나는 착한 아이가 되고 싶었다. 착하게만 자란다면 떠나 버린 아빠가 다시 돌아와 줄지모른다고 생각한 때가 많았다. - P93

우산은 어쩌면 내가 더 준비했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갑자기 별이와 헤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미리 마음속 우산을 준비했더라면 이렇게 마음이 온통 젖어 버리지는 않았을 거다. 이제는 영영 들어갈 수 없는 비밀 정원이 그리웠다. 별이도 나도 아주 먼 옛날, 낙원에서 추방된 사람들처럼 비밀 정원에서 쫓겨난 것 같았다. - P189

아무도 애리가 흘린 밥을 치우지 않았다. 성주는 담임이 오면 애리에게 모든 상황을 덮어씌울 것이다.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애다.
그런데 그때 나의 특별한 청소년인 그 애가 조용히 일어섰다. 그러고는 교실 뒤 사물함으로 가더니 자기 화장지를 꺼내 왔다. 그 애바닥이랑 애리 책상에 쏟아진 국물을 닦아 주기 시작했다. 성주가 째려보았지만 그 애는 그냥 묵묵히 자기 일만 했다. 그러자 애리가 비로소 울음을 멈췄다. 그 애의 그런 행동을 보고 있으니 온 세상이 멈춰 버린 것 같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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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나도 얼른 어른이 되면 좋겠어. 어디든 맘대로 가고 내맘대로 다 해 볼 거야."
그러자 할머니는 웃으며 말했다.
"암, 그래야지. 우리 예린이는 잘할 수 있을 거야. 할머니는 우리 예린이를 믿어요.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것은 다 해 보고 세상을 돌아다녀 보렴. 그런데 예린아, 사과는 오랫동안 충분히 익어야 달고 맛있단다. 햇빛도 맘껏 쬐고 별빛도 맘껏 받고 비도 맞고 바람도 받고이슬도 먹고, 먹고……."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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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곡 나갑니다!"
엄마와 아빠가 좋아하는 노래라 단번에 알아차렸다. 폴리스의 〈Don‘t Stand So Close to Me(가까이 다가오지마)〉였다! 옛날노래지만 지금 이 순간에 완벽히 들어맞는 곡이었다.
또 한 번 환호성이 터졌다. 이번에는 구경하던 주민들이 지르는 함성이 더 컸다. 아이들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마당에서 있던 주민들도 덩달아 춤을 추었다. 엄마 아빠를 따라 구경을 나온 꼬마들도 춤을 췄다. 어떻게든, 우리는 해냈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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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힘든 시기가 우리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요."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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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예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는 한 걸까?"
내가 물었다.
상황이 너무 빨리 바뀌긴 했어. 그러니까 돌아가는 것도 그렇지 말란 법은 없겠지."
"백신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던데?"
"똑똑한 사람들이 밤낮으로 연구를 하고 있겠지."
아이작이 덧붙였다.
"가끔은 무작정 믿어 보아야 할 때도 있잖아? 그치?" - P74

"중요한 건 상승 곡선을 평평하게 만들기 위해 우리가 지금하고 있는 일들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는 거야."
"그게 효과가 있어요?"
"차츰차츰 평평해지고 있어. 이제 좀 긴장을 풀어도 된다고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내 생각엔 아직 아니야. 자동차로 내리막길을 빠르게 내려가는 상황에서, 충돌하지 않기 위해 속도를 줄여야 한다고 해 보자. 그럴 때는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어선 안 돼. 더 꾹 밟고 있어야지."
"이해가 돼요." - P85

나도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그리고 갑자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선생님이 모두의 마이크에서 무음 설정을 해제한 것이다!
오랜만에 듣는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무척 반가웠다. 무언가가 참을 수 없이 즐거워서 함께 웃는 이 순간이 정말 좋았다. 우리는 비록 각자의 집에서 인터넷 화면의 작은 창 속에갇혀 있었지만, 그 잠깐의 시간 동안만큼은 외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선생님이 말했다.
"아이작, 정말 보고 싶다. 너희들 모두 보고 싶어. 얘들아,
오늘 수업에 모두 들어와 줘서 진짜 고맙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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