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없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 일이고 친구들 앞에서주눅 드는 일인지를 알게 되었을 즈음 아빠는 영원히 엄마랑 우리를 버렸다. 그때 내 마음은 마구 흔들리는 성난 바다였다. 종일 어지럽고 눈물이 나왔다.내가 나쁜 아이라서 아빠가 떠난 것 같았다. 나는 착한 아이가 되고 싶었다. 착하게만 자란다면 떠나 버린 아빠가 다시 돌아와 줄지모른다고 생각한 때가 많았다. - P93
우산은 어쩌면 내가 더 준비했어야 하는지도 모른다.갑자기 별이와 헤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미리 마음속 우산을 준비했더라면 이렇게 마음이 온통 젖어 버리지는 않았을 거다. 이제는 영영 들어갈 수 없는 비밀 정원이 그리웠다. 별이도 나도 아주 먼 옛날, 낙원에서 추방된 사람들처럼 비밀 정원에서 쫓겨난 것 같았다. - P189
아무도 애리가 흘린 밥을 치우지 않았다. 성주는 담임이 오면 애리에게 모든 상황을 덮어씌울 것이다.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애다.그런데 그때 나의 특별한 청소년인 그 애가 조용히 일어섰다. 그러고는 교실 뒤 사물함으로 가더니 자기 화장지를 꺼내 왔다. 그 애바닥이랑 애리 책상에 쏟아진 국물을 닦아 주기 시작했다. 성주가 째려보았지만 그 애는 그냥 묵묵히 자기 일만 했다. 그러자 애리가 비로소 울음을 멈췄다. 그 애의 그런 행동을 보고 있으니 온 세상이 멈춰 버린 것 같다. - P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