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작은 독약병 동서 미스터리 북스 69
샬롯 암스트롱 지음, 문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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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난생 처음 사랑을 알게 된 55살의 노교수가

실연(?)을 당한 뒤 자살하려고 치명적인 독약을 작은 올리브 기름병에 담았는데

그 병을 잃어버리면서

누군가 그걸 주워 오일인 줄 알고 사용하다 죽을까봐

독약을 찾아다니면서 일어나는 작은 소동을 그렸습니다.


어설픈 심리학 지식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우연히 일어난 것처럼 보이는 일들이라도

실은 무의식적인 의지가 반영된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옵니다.

모든 사건의 원흉인 사람 잡는 선무당이죠 ㅋㅋㅋ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보게 되어 재미있었습니다.

연극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은...

그집은 조용했다. 남자의 방으로서는 살기 나쁘지 않았다. 그곳은 이를테면 흐름이 없는 작은 늪이며, 그 늪 속에서 케니스 깁슨은 만족하고 있었다. 자기 생애는 여러 개의 작은 늪 속에서 보내져왔다고 깁슨 씨 자신은 생각하고 있었다. 물결이 소용돌이치는 흐름의 한가운데를 힘차게 나아간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그에게는 책이 있었고, 친구가 있었으며, 고독과 교직, 살기 좋은 방, 정신을 지탱하기 위한 나무들의 아름다움이며 하늘의 신비, 지평선에 이어지는 산맥이며 음악과도 비슷한 옛사람의 사상이 있었다. 그에게는 그의 인생이 있었고, 그것이 어떻게 끝날는지 그는 이미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때 노교수의 장례식에서 로즈메리 제임즈와 만난 것이다.

"감사란 그 원인이 된 행위가 끝난 뒤에도 잠시 남는 거예요. 하지만 그것은 들에서 불을 지피는 것 같은 게 아닐까요. 그것은 활활 타올라 밝고 따뜻해요. 하지만 연료가 필요해요. 연료를 보급해 주지 않으면 영원히 불타오르지 못해요."

"그 누구도 말치레뿐인 감사에 사로잡혀서는 안 돼요. 비유를 달리하여 또 `혼합하여` 말하면, 내가 생각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사랑을 위해서만 했을 터인 옛날의 행위를 방패삼아 감사의 마음을 사들이는 부모들, 그러한 부모의 노예가 된 이 세상의 아이들 일이에요. 그리고 또 가엾은 방해자로까지 추락한 부모들 일이에요. 아이들은 당연히 부모를 원망하지만 어쩔 수 없지요. 피는 물보다 진하므로 그 응보 또한 반드시 아이들에게로 돌아오는 거예요.
  수많은 불행을 보고들을 때마다 나는 몸이 떨려요. 감사가 하나의 부담이 될 때 그건 무서운 것이 될 수 있어요. 아시겠어요? 거기에는 반드시 죄의식과 함께 억지로 해야 하는 고통이 뒤따르지요. 그러나 만일 끊임없이 연료를 보급함으로써 서로 믿는 마음이 우러나고 서로 존경하는 마음이 쌓이면, 신뢰가 사랑으로 그리고 우정으로까지 차츰 자라나게 되면서 감사도 더 좋은 무엇으로 바뀔 게 틀림없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래 계속되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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