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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곧 마흔, 자전거를 타고 시간 변경선에 서다
양금용 지음 / FKI미디어 / 2013년 11월
평점 :
1. 별 다섯 개는 책이 아니라 저자 양금용 아저씨에게 드리는 거.
2. 숙소를 정하지 않고 떠나는 여행을 해본 지가 얼마나 오래되었더라... 나이 좀 들고 돈도 궁하지 않고 뭣보다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여행 계획을 짜고 호텔을 예약하고 차를 렌트하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되도록이면 미리 세운 일정대로 여행을 했다. 예측 가능함에서 오는 안도감을 선호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3. 장거리 라이딩은 많이 뛰어봤고, 하루가 넘는 라이딩도 해봤지만 언제나 자전거를 차에 싣고 가서 예정된 숙소로 되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올해 숙소를 정하지 않고 기차를 타고 갔다가 모젤 강을 따라 자전거로 되돌아오는 4박? 5박? 여행을 생각중이다. 떠나면 오직 자전거로만 되돌아와야 하는 여행. 하루에 얼마나 뛸 수 있을지 몰라서,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몰라서 숙소도 정하지 않기로 했다. 같은 값이면 더 좋은 숙소에서 보내고픈 가성비 지상주의에서 오는 아늑함을 버리자니 불안하다.
5. 요즘 프랑스에선 배터리 달린 전기자전거가 인기를 얻고 있지만, 난 자전거의 정직함이 좋다. 이 책의 저자와 마찬가지로 내 다리가 동력이 된다는 점이 좋다. 내가 구르면 나가고 아니면 멈춘다는 점, 오로지 내 체력과 의지와 끈기를 고스란히 반영하는 이동수단이란 점이 좋다. 인생지사 새옹지마 같기도 하고,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희망을 주기도 하고, 기분좋게 내려갔으면 반드시 힘들게 올라와야 하고, 힘들게 올라가면 내리막길이라는 보상을 주는 자전거길도 좋다.
6. 진짜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개고생 이야기다. 자연 재해 같은 위험천만한 고비도 많다. 아무리 자전거가 좋아도 이런 고생은 하기 싫어란 말이 절로 나오는데. 그 넓디넓은 미국땅을 자전거로 횡단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그런데 그걸 걸어서 횡단하는 이들도 나온다. 무슨 의미를 찾으랴. 도전이고 그걸 이뤘다는데 의미가 있고 꿈을 이뤘다는 게 중요하지. 사진마다 하나같이 활짝 웃는 얼굴이 정말 보기 좋았다. 아저씨 혼자 힘으로 해낸 걸까? 자전거를 달리게 한 힘은 아저씨에게서 나왔지만 그 길을 끝까지 가게 한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몇 번씩 마주친 횡단 친구, 반갑게 인사하며 격려해준 사람들, 물이나 먹을 걸 챙겨준 사람들, 고생한다고 돈도 안 받으려고 한 식당 주인들, 조심하라며 날씨 예고해준 사람들.. 하나 하나 보면 사소한 도움일지라도 그게 쌓여 무사히 5천 킬로미터가 넘는 여정을 마치게 해주었다. 나도 양옆에 짐 싣고 무거운 자전거 구르며 여행하는 사람들 보면 작은 격려라도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7. 여행기, 여행 에세이는 사지 않는 편이다. 여행 정보를 얻기엔 너무 주관적이라 부족하고. 그렇다고 문학적인 경험을 얻기에는 글솜씨가 다 고만고만하다고 생각을 해서. 하지만 도전기는 자극이 된다. 이분이 좋았던 점은 정말 많지만, 25만원짜리 자전거를 더없이 소중하게 애칭까지 붙여주며 다루었던 점이 정말 좋았다. 자전거 횡단이라고 해서 엄청 좋은 자전거 탔겠지 싶었는데 매일 자출하며 타던, 5년간 함께 해온 자전거를 가져가셨고 고치며 또 고치며 타신 걸 보고 감동했다. 아저씨 정말 멋졌어요.
간혹 사람들은 내게 자전거를 왜 그리 좋아하느냐고 묻는다. 그때마다 나는 늘 `진정성`이라고 대답한다. 자전거에게 유일한 동력은 내 두 다리이다. 내가 두 다리를 움직이지 않으면 자전거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으며,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까지 갈 수 없다. 내가 힘을 들여 페달을 밟아야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가고, 땀을 흘려 달린 만큼 원하는 곳까지 갈 수 있다. 한 치의 거짓말도 못하는 정직함과 내 노력의 가치에 정확하게 보답하는 진정성이 바로 내가 자전거에 매료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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