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격차고정
미우라 아츠시 지음, 노경아 옮김 / 세종연구원 / 2016년 5월
평점 :
판매중지


중산층이 사라지고 빈부 격차가 심해졌다는 건 많이 들어서 알고 있고 가끔은 직접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세세하게 통계로 확인하게 되어 좀 더 충격이랄까.


아다시피 이건 2005년에 출간된 <하류 사회>의 10년 뒤 버전이다.

빈곤층이 늘었는데 10년 뒤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조사한 결과를 설명해놓은 책이다.

그래서 새로운 사실은 별로 없다. 제목이 모든 걸 설명한다. 격차 고정.

또 조사 결과 나열이어서 지루할 수도 있다.

그런데 질문들이 엄청 자세하다. 내가 조사대상이었다면 답하면서 서글픔을 느꼈을 듯...


- 미혼 남녀 중 계층 의식이 '하'인 사람의 수가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갈수록 '하'가 늘어난다. 특히 남성은 더욱 현저하게 하류화가 진행된다. (왜일까? 혼자 살면 돈 모으기 더 쉽지 않나 ㅠㅠ)

- 공무원 중 상류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실제로도 그렇다. 게다가 연금까지 보장되니 미래도 밝다.

- 성에 대한 생각도 계층별로 다르다. 특히 기혼 여성의 생계형 성매매에 대해 (그걸 해야 하는) 여성보다 (배우자 입장인) 남성 빈곤층의 수용도가 높다는 건 정말 충격이다.

- 상류층은 돈은 있지만 원하는 것이 없고 하류층은 원하는 것은 있지만 살 여유가 없다.

- 돈은 있지만 원하는 물건이 별로 없는 '여유파'는 여행을 자주 다니고, 원예, 분재, 미술관 관람 등을 주로 하며 외출이 많다.

- 원하는 건 있지만 살 여유가 없고 일상 생활만으로 버거운 '절실파'는 컴퓨터(게임 말고), DVD 대여 영화 감상, 카메라/비디오 촬영, 스마트폰/휴대 단말기 게임을 주로 하며 집에서 보낸다.

- 상류층의 여행은 지역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찾는 문화적 잡식성이 충족되는 체험 여행 위주.

- 빈곤층이 추구하는 여행은 '몸을 쉬게 하는 휴식'


마지막으로 나오는 질문이 ‘타임머신이 있어서 미래나 과거로 갈 수 있다면 어느 시대로 가고 싶습니까?'였다. 짐작할 수 있다시피 상류층일수록 80년대 거품경제 시대나 미래가 많고, 빈곤층으로 갈수록 미래나 가까운 과거보다는 에도 시대나 헤이안 시대라고 답하는 비율이 높았다. 어짜피 고생하는 거 그 시대가 더 나을 것 같아서일까?


당연하지만 실태 보고서인 이 책에는 미래에 대한 전망이나 대안이나 해결책이 없다. 궁금해서 읽은 책이지만 막상 절망적인 현 상황을 미래에 대한 밝은 전망? 희망?은 쥐지 못한 채 파악만 하고 보니 씁쓸하다.

"이처럼 현대 사회에서는 공무원이 되는 것이야말로 상류층에 편입되는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길이다. 사장이 되어 고위험, 고수익의 성공을 노리는 것보다 착실히 공부해서 공무원이 되는 것이 오히려 확실한 대책이다.
초등학생의 장래희망 1위가 공무원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 아이들이 꿈이 없다며 걱정하는 사람들도 이 데이터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나조차 내 아들은 공무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다."

"하류층에는 ‘미혼 여성이 학비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성매매를 한다’를 받아들이겠다는 사람도 많았고, ‘기혼 여성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성매매를 한다’에 대한 수용도도 높았다. 이는 지극히 현실적인 답변이다.

단, ‘미혼 여성이 학비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성매매를 한다’에는 남녀 차가 없었던 반면, ‘기혼 여성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성매매를 한다’에 대해서는 여성보다 남성 빈곤층의 수용도가 높았다는 사실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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