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
전경린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10월
평점 :
내 방하나 갖고 싶었던 기억, 그곳에 사물함이 달린 내 책상을 하나 갖고 싶었던 기억이 떠오르도록 버려두면서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을 읽어내려갔다. 아마 같은 시대를 지내온 많은 20살이 기꺼이 동감할 수 있었던 이야기였으리라 생각한다.
물속의 생명들과 함께 잠기지 못하고 홀로 수면위에 흔들리며 올라 앉아있는 수련화처럼, 주인공 수련은 스무 살의 인생을 가만히 품어줄 작은 공간과 그속의 평화로운 일상을 고파하고 있었다.
버젖이 부모가 시퍼렇게 눈을 뜨고 있는데도 '어느 순간 부들 부들 몸이 떨릴 지경으로 외로움이 사무치고 엄마가 그리웠다'는 수련. 하나의 양수에서 태어난 동생들이 새파랗게 자라고 있는데도 '어느 순간 분리되어 더이상 동생들과 어울릴 수 없었다'는 수련.
가방만 하나 달랑 챙겨 그 허기를 채우려 세상으로 솟아나온 그녀에게 김해경이 던져준 말은 책위에 남고, 내 다이어리에 남고, 스무 어느해를 살고 있는 내 가슴에 남아버렸다.
'청춘은 누구나 고아지.'
마치 극광,방랑,사막,자유,실존주의.....야누스,왼손잡이, 검은사탕.....소통,아웃사어더,절정,고독,모서리,그리고 제로 같은 검은 단어들이 인생에 녹아 단맛을 낼 수 있기전까지 우리 젊음이 짙기만한 블랙커피인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