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침대 위에 시트를 펼쳤다. 작은 자주색 꽃무늬가 여기저기 수놓인 하얀 시트였다. 하긴 그녀는 수일 전부터 미리 카레닌의 죽음을 상상한 사람처럼 이미 모든것을 준비하고 생각해 둔 터였다. (아! 얼마나 끔찍한가!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자들의 죽음을 미리 꿈꾼다!) - P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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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집으로 초대한다는 토마시의 편지를 받은 것은 시몽이 시골에 산지 이년도 넘었을 때였다. 만남은화기애애했으며 시몽은 편안하게 느껴서 더 이상 말을더듬지 않았다. 아마도 그는 두 사람이 서로를 그다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넉 달이지났을 무렵 그는 전보를 받았다. 토마시와 그의 부인이트럭에 깔려 죽었다는 것이다.
- P449

한때 아버지의 정부였으며 프랑스에 살고 있다는 여자에 대한 소문을 들은 것도 그 무렵이었다. 그는 그녀의주소를 알아냈다. 그는 계속해서 자기 삶을 관찰하는 상상의 눈을 처절히 필요로 했기에 이따금 그녀에게 긴 안부 편지를 쓰곤 했다. - P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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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사랑과 관심을 갈구하는 시몽

시몽은 아버지와의 만남을 떠올리면서 자신이 그토록떨었다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그는 필경 아버지의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반면 아버지는 그의 마음에 들었다. 그는 아버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기억했고 시간이 갈수록 더욱 그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특히 한 문장이 그의 기억 속에 각인되었다. "자신이 한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을 벌주는 것은 야만적인 짓이다." 여자 친구의 삼촌이 그의 손에 쥐여 준 성경에서는 예수의이 말이 인상적이었다.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하는 짓을 알지 못합니다." 그는 아버지가무신론자인 것을 알지만, 두 문장의 유사성은 그에게 은밀한 징조였다. 아버지는 그가 선택한 길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 P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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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자 안에는 순교자나 성인의 전기와 흡사한 그녀의 약력이 적혀 있었다.
그녀는 고통 받았고 불의에 대항해서 싸웠으며 고문받는 조국을 버려야만 했으나 투쟁을 계속한다고 했다. 마지막에는 "그녀는 자유를 위해 그림으로 싸운다."라고 씌어있었다.
그녀는 항의했으나, 사람들은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다. 뭐라고요? 공산주의가 현대 예술을 박해하는 것이사실 아닌가요?
그녀는 격분해서 대답했다. "나의 적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키치예요!"
그 후 그녀는 자기 약력을 애매모호한 문구로 감쌌고미국에 와서는 드디어 자기가 체코인이라는 사실조차감추는 데 성공했다. 사람들이 그녀의 삶을 가지고 만들어 내려고 했던 키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녀는 처절히 노력해야만 했다. - P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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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는 무엇을 해야만 했을까? 서명해야 했는가 말아야 했는가?
이 문제를 다른 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목청높여 자신의 종말을 재촉하는 것이 나았을까? 혹은 침묵해서 그 대가로 좀 더 느린 종말을 사야 했을까?
이런 질문들에 한 가지 해답만이 존재할까?
그리고 다시 한 번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생각이 그의머리에 떠올랐다. 인간의 삶이란 오직 한 번뿐이며, 모든상황에서 우리는 딱 한 번만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과연 어떤 것이 좋은 결정이고 어떤 것이 나쁜 결정인지결코 확인할 수 없을 것이다. 여러 가지 결정을 비교할수 있도록 두 번째, 세 번째, 혹은 네 번째 인생이 우리에게 주어지진 않는다.
- P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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