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함께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카테고리입니다. 이 카테고리에 글쓰기

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남자는 블루의 곁에 배낭을 내려놓고, 그 안의 것들을하나씩 꺼내 늘어놓았다. 나무를 깎아 만든 조악한 장식품들이었다. 누군가의 얼굴, 사슴과 눈사람, 그리고 빛이 바래대로 바랜 노란 별. 남자가 말했다.
"당신을 계속 찾아다녔어. 아주 오랫동안."
남자가 블루의 손에 별을 쥐여주었다. 찰나, 생기를 잃어가던 블루의 눈에 빛이 내비쳤고, 블루의 머릿속에 아주오랫동안 잊고 살던 순간이 선명하게 펼쳐졌다. 도끼와 피와 질투와 후회와 괴로움에 잊고 살던 어떤 순간들이 트리에 걸린 장식품처럼 반짝이며 존재하던 기억이 맞아. 난 한때 이런 기억들로 살았다. 나를 이루고 나를 움직이게 만들던 시간들이 있었지. 스스로를 되찾은 블루는 너무 오래 부르지 못해 입 안에 갇혀버린 이름을 비로소 떠올렸다. 블루는 마지막 남은 온 힘을 다해, 세월의 먼지를 털어낸 그 이틈을 소리 내어 불러보았다.
"오랜만이야, 썸머." - P30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블루는 영주를 찍은 도끼를챙겨 들고 침실에서 나와, 고요히 서재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다. 블루는 문 너머가 무엇으로 이어져 있는지 알았고, 그너머에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자신과 썸머가 있다는 걸 알았다. 영주의 손에 살해당한 무수한 여자가 아직 살아 있는시간도 존재한다는 걸 알았다. 문은 분명 자신을 그 세계로이어줄 것이다. 블루는 그들을 지켜주고 싶었다. 무한한 경우의 수로 존재하는 세계에서의 우리를. 비록 이쪽의 자신은 시공간을 떠돌겠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또렷이 알았다. - P30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 방은 나에게 거대한 미련 덩어리처럼 보였다. 미련이라는 감정이 기이한 형태의 중력으로 작용하는 공간. 나는 은성이 정이 많은 성격일 거라고 추측했다. 정이 너무 많아서 넘쳐흐를 지경이라 버려야 할 물건따위에도 정을 붙여버리는 것이다. 정이 많다는 건 오랜 시절 쌓아온 나의 데이터로 보았을 때, 멍청하다는 뜻과 동일했다 - P2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거 하나만 기억해줘. 물은 어디로든 가고 어디로든 흐르잖아. 아화세상도 곧 그렇게 될 거야. 이건 확신이야. 내 애정이 내 목소리가너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닿을 거라고 믿어. 내 꿈속의 네가 진짜 너라현 내 손을 잘 간직해줘 - P10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끔 그런 생각을 해, 내게 달려 있던 손이 너에게 있다면, 내 신경을 공유한 일부를 네가 만진다면, 우리는 아직 연결되어 있는 게 아닐까 하고, 가끔새로 붙인 왼손을 누가 쓰다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 놀라서 옆을 보면 아무도 없어. 이게 환상통이라는 걸 알아. 하지만...... 한순간 나의온 신경을 쏟는다면, 아주 찰나의 감각은 너에게 닿을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가 다시 손을 잡을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올까? - P10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