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곧이어 창가에 서 있던 백우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백우는 시공간의 무언가 어긋나는 기분을 느꼈다. 차가 저토록빠르게 작아지고 있는데 할아버지는 줄어들지 않는 것같았다. 그의 몸짓이 너무 분명하게 보였다. 할아버지는 뿌옇게 이는 먼지 틈으로 앙상한 손을 흔들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어린 가지처럼 맥없이 또 부드럽게.그에 어떻게 했더라? 손을 흔들어주었던가, 아니면 마법에 걸린 것처럼 꼼짝도 하지 못했나. 기억나지 않았다. - P82
사실이라고 믿던 것을 모두 의심하고 확인해야하는 시간
이교와 이교 주변의 모두가 보고 자란 세상의 전부는 오로지 타운이었다. 그런 타운을 부정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말을 넘어서는 것이 필요했다. - P43
독이 든 파이는 추방자가 자신의 최후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마지막 배려였으며, 이 규칙은 타운이 생겨난 이래로 가장 유서 깊은 전통이기도 했다.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하는 것이 인류의 유구한역사였듯이 말이다. - P18
영양가 없는 이야길 주고받다 누군가 잔뜩 취해 먼저쓰러지면 기다렸다는 듯 한 사람씩 양옆에 몸을 포겠다.야, 좁아, 옆으로 좀가.지금도 벽인데 어디로 더 가라고,차가운 바닥, 먼 데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 예나 지금이나 여전한 친구들. 몽롱한 눈으로 천장을 보며 우림은 좋다. 중얼댔다. 비좁은 아지트에 나란히 누워 서로 몸을 겹치고 온기를 나누다보면, 무위처럼 느껴지는 청춘이 더는아깝지 않았다. - P318
시우 우림 조현
야, 뭐 하냐. 밤바리나가자.우림은 쭈뼛대며 밖으로 나갔다. 휴지로 코를 막은 조현이 오토바이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열없이 사과하고화해하는 대신 우림은 조현 뒤에 자리를 잡았다. 시우가맨앞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출발한다. 꽉 잡아라.주다스 프리스트의 음악을 들으며 바닷바람을 맞다보•면서로를 향한 미움도 서서히 흩어졌다. - P313
아지트에 모여 친구들과 합주를 할 때마다 우림은 남모르게 그들과 한 무대에설 미래를 그리곤 했다. 관중으로 꽉 찬 스타디움에서 함께 연주할 자작곡. 불기둥이 터지고 수많은 관객들이 떼창과 환호를 쏟아내는………… 찬란한 미래, 그런 상상을 할때면 아지트의 쿰쿰한 냄새와 습기도 견딜 만해졌다.물론 아지트가 늘 유쾌했던 건 아니었다. 사소한 말다툼이나 주먹다짐이 오갈 때도 있었다. 세 사람은 공회전하는 대화를 즐기지 않았고 직설적으로 말을 뱉곤 했는데, 이따금 정제되지 않은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 P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