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클로드의 강약약강 태도


"내가 직접 만들었어요."
"내가 보기엔 진짜 흉해요. 그 목걸이는 걸지 마세요!"
.



지난해 사비나의 전시회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그래서 마리클로드는 사비나의 환심을 사려고 신경을쓸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사비나야말로 마리클로드의환심을 사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하지만 사비나의 태도에는 그러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렇다. 프란츠는 아주 분명하게 깨달았다. 마리클로드는 이 기회에 사비나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들 둘 사이 진정한 역학 관계가 어떤 것인지를 과시하고자 했던 것이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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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정말 성공적이었던 그녀의 첫 번째 그림을 떠올렸다. 실수로 붉은 물감이 흘러내렸던 그림. 그렇다. 그녀의 작품들은 실수의 아름다움 위에 구축된 것이고 뉴욕이야말로 그녀 그림의 은밀하고 진정한 조국이었다.
프란츠는 말했다. "인간의 계획에서 탄생해 너무 엄격하고 너무 손때가 탄 아름다움보다 뉴욕의 비의도적 아름다음은 훨씬 풍부하고 훨씬 다양할 거야. 하지만 더 이상유럽식 아름다움이 아닌 거지. 우리에겐 낯선 세상이야."
뭐라고? 어쨌거나 두 사람의 생각이 일치할 구석은 있다는 것일까?
아니다. 여기에도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 뉴욕의 아름다음이 지닌 낯설에 사비나는 광적으로 매료되었다. 그낯설은 프란츠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동시에 그를 두려움에 떨게 하기도 했다. 그것은 그에게 유럽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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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이 체험을 프랑스 친구들에게 들려주었다. 그들은 깜짝 놀랐다. "점령당한 너의 나라를 위해 투쟁하고싶지 않다는 소리야?" 그녀는 공산주의, 파시즘, 모든 점령, 모든 침공은 보다 근본적이고 보편적인 어떤 악을 은패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이 악의 이미지는 팔을 치켜들고 입을 맞춰 똑같은 단어를 외치며 행진하는 사람들의대열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들에게 이런 것을 설명할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어색해하며 말을 딴데로 돌렸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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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소음에도 좋은 점이 하나 있다. 단어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오로지말하고, 쓰고, 강의하고, 문장을 만들어 내고, 공식을 찾고, 그것을 수정하다 보니 나중에 가서는 어떤 단어도 더이상 정확하지 않고 그 의미가 희미해진 채 내용을 상실하여, 남은 것이라곤 부스러기 껍질, 먼지, 모래가루뿐이었다. 그런 것들은 그의 뇌 속에서 부유하고 두통을 일으키면서 그의 불면증, 그의 병이 되었다. 그래서 그는 고통, 허영심, 무의미한 단어가 영원히 침몰하는 거대한 음악, 모든 것을 감싸고 품에 안아 질식시키는 절대적 소음, 아름답고 경쾌한 소란을 막연하지만 강렬하게 원했던 것이다. 음악, 그것은 문장의 부정이며 음악, 그것은반(反)언어다! 그는 사비나를 오랫동안 포옹하고 단 한마디도 입 밖에 내지 않으면서 음악의 난잡한 소란과 더불어 희열이 넘쳐흐르도록 만들고 싶었다. 이러한 행복한상상의 소음 속에서 그는 잠들었다.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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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나

음악이라는 가면을 쓴 소음은 젊은 시절부터 그녀를쫓아다녔다. 미술 학교 학생 시절 그녀는 당시 청년 작업장이라 불리던 곳에서 방학을 보내야만 했다. 젊은 학생들은 집단 가건물에 수용되어 제련소 건설 공사에 참여했다. 아침 5시부터 밤 9시까지 확성기는 악을 쓰는 듯한음악을 토해 냈다. 그녀는 울고 싶었지만 음악은 경쾌했고, 도처에 확성기가 있어서 화장실에서나 침대 담요 속에서도 그녀는 음악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음악은 그녀뒤에 풀어놓은 개 떼 같았다.
그때 그녀는 공산주의 세계란 이러한 음악의 야만성이 군림하는 유일한 곳이라 생각했다. 나라 밖으로 나가보았을 때, 그녀는 음악의 소음화가 인류를 총체적 추함이라는 역사적 단계로 밀어붙이는 세계적 과정임을 확인했다.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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