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한뒤론 땅이랑 사람 뒤통수만 보며 걷는데
이전에 이곳의 여기저기에서 사진 찍었던 기억이 난다.

 몸을 돌려 보니 셀카를 찍고 있던 그 외국인 커플이었다. 커플의 부탁대로 정동교회 앞에서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그들의 휴대전화를 건네받았다. 가을 햇살에 노랗고 빨갛게 물든 나뭇잎들은 예배당의 붉은벽돌과 짙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더없이 아름다웠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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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자 이모가 살던 동네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 건 이모에게풍경 사진을 보내주기 위해 이번에는 정동길을 따라 걷던 중이었다. 날씨가 아주 좋았고, 걷는 동안 더워져 나는 목에 두르고 있던스카프를 풀어 어깨에 걸친 천가방 속에 넣었다. 평일 이른 오후라 그런지 거리에는 사람들도 차도 많지 않았다. 나는 서울시립미술관에 들러 단풍이 든 뜰의 사진을 찍은 후 붉은 벽돌이 깔린 도로를 따라 걸었다. 관광객처럼 보이는 젊은 외국인 커플이 정동극장 건물 앞에서 휴대전화를 든 채 팔을 쭉 뻗어 셀카를 찍고 있었다. 사진을 찍다 눈이라도 감았는지 포즈를 취하던 커플 중 한 명이 웃음을 터뜨렸다.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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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모는 내게 외출할 명분을 만들어주고싶어하는 눈치였고,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버스를 타고 시내로나가 단풍이 물든 이곳저곳의 풍경을 찍어 이모에게 보냈다. 그러면 이모는 ‘아름답구나. 내일은 또 어디에 가서 찍어올 거야?‘ 같은 식의 짧은 답신과 함께 G시의 가을 풍경 사진을 보내왔다. 침대 시트까지 걷어내어 이불 빨래를 돌리고, 집밖을 벗어나 한낮에사람들 사이를 걷는 것. 규칙적으로 일상을 살아내는 것. 별것 아닌일들이지만 다시 그럴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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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후회가 밀려왔다. 한수를 정말로 위한다면 한수에게 다시연락해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다고 말해야만 한다고, 내 안의 누군가가 자꾸 속삭였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한수를 다시 좌절시키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한수가 나에게 실망해버릴 거라는생각을 하면 무서워졌으니까.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한 나를 한수는 경멸할지도 몰랐다.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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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는 네가 찬란히 살았으면 좋겠어. 삶은 누구에게나 한 번뿐이고 아까운 거니까."
그 순간, 나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그것에 대해선 알지 못했지만 나는 우리가 어둠 속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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