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이모는 내게 외출할 명분을 만들어주고싶어하는 눈치였고,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버스를 타고 시내로나가 단풍이 물든 이곳저곳의 풍경을 찍어 이모에게 보냈다. 그러면 이모는 ‘아름답구나. 내일은 또 어디에 가서 찍어올 거야?‘ 같은 식의 짧은 답신과 함께 G시의 가을 풍경 사진을 보내왔다. 침대 시트까지 걷어내어 이불 빨래를 돌리고, 집밖을 벗어나 한낮에사람들 사이를 걷는 것. 규칙적으로 일상을 살아내는 것. 별것 아닌일들이지만 다시 그럴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P23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