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소설 속 역사 여행
신병주. 노대환 지음 / 돌베개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흥부전, 심청전, 춘향전, 홍길동전. 이름만 들어도 우리의 머릿속에 망설임 없는 한편의 연극이 상영되는, 너무나 친숙한 우리만의 이야기, 우리의 고전이다. 그 시대 민중들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아온 고전들은, 시대가 흐르고 세대가 변해도, 아직도 나름의 빛을 발하며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주고 있다.

고전을 읽다보면 사실, 그 소설 속 상황이 실제 그 시대의 생활모습인양 착각하기 쉽다. 소설은 시대를 반영한다고 하지 않는가. 아무런 생각 없이 받아들이다 보면 그저 그대로, 주면 주는 데로 받아먹는 수동아가 되어 버릴터다. 하지만 능동적으로 탐구하면 사실이 아님을 알고, 아니라면 과연 이 소설이 창작되던 시기에 그 시대 상황은 어떠하였을 것인지 의문이 자연 생기기 마련이다.

이 의문은 소위 역사, 국사시간에 `외움`을 통해서 그나마 해소되었었다. 아니 외워버림으로써 차단되었다고 보는게 낫겠다. 허생전하면 실학자들의 정치적 입지와 상황, 홍길동전하면 서얼의 차별이 심하던 조선의 생활상 등이 바로바로 튀어나올 수 있게끔, 우리는 그런 의문들을, 탐구해온 것이 아니라 무작정 외워 왔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의문만이 가질 수 있는 지적 궁금증에 대해 강박관념을 가지게 되었고, 이제 고전 소설 속의 시대 상황에는 무관심의 행로를 걷게 되어버린 것이다.

<고전소설 속 역사여행>. 그렇게 외웠는데 또 그 시대를 살펴보자고? 지긋지긋해 보인다. 아니, 여기 <고전소설 속 역사여행>은 기존의 고리타분한 이론중심이 아닌 독자의 흥미를 충분히 유발할 수 있게끔, 시대 상황을 반드시 작품과 연관시켜 소개시켜 놓는다. 가령, 심청전에서 등장하는 심봉사를 예시로 하여 그 시대 맹인들은 어떠한 삶을 누렸는가,

만약, 심청이가 인당수에 뛰어들어 소생하지 못하고 그대로 죽어버렸으면 어떠할 것인가 하는 등, 고전을 읽다보면 자연적으로 발생 할법한, 사소해 보이지만 생각할수록 궁금한 의문들을 담백하게 실어놓는다. 그동안 차단당한체 막혀만 왔던 의문들이 비로소 풀려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재미만을 위한 공소(空疎)적 의문만 제시하는건 아니다. 계축일기에 소개된 광해군은 정말 패륜아인가란 문제로 시대상황과 정치적 논리등의 미묘한 관계를 서술하거나, 옹고집전의 불교배척이 과연 옹고집만의 고집이였던가하는 물음들은 기존의 강압적 주입상황이 아닌, 자연적으로 독자의 관심을 끌게하는, 지적참여를 유도하는 수준있는 장치인거다. 이렇게 재미와 어우러진 지적유도는 고전소설과 그다지 친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부담없이 대할 수 있는 기회로 다가온다.

자칫 지루의 일변도를 달릴뻔한 고전 살펴보기. <고전소설 속 역사여행>에서 그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놓았다. 이제 고전소설 속 역사적 모순점을 조목조목 찾는데에서 지적 갈망을 충족 시킬터다. 이제 고전소설 속 궁금증을 조목조목 찾는데에서 더없는 흥미를 느낄터다. 마구 쏟아지는 지적호기심의 화살들. 그 과녁을 이제 <고전소설 속 역사여행>에 맞춰도 손색이 없을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